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신만고 끝에 이뤄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자격을 얻어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은 통산 10번째이며, 연속 진출 기록은 1986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 부문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가장 많이 진출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아시아에 월드컵 본선 티켓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을 시대에도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진출했던 기록이 있으며 향후 본선 규모가 더 확대될 예정이기에 이 부문 기록이 중단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적은 없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던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1차 예선만 면제 받을 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2차 예선과 최종 예선에서 한정된 진출권을 놓고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위한 아시아 예선 중 1차 예선은 FIFA 랭킹 기준으로 하위 12개국만 치러 그 중 6개국이 2차 예선에 진출한다. 아시아 2차 예선은 월드컵 바로 다음 해에 열리는 아시안컵 1차 예선을 겸해 치러지며 이 라운드에서 각 조 1위 또는 조 2위들 중 상위 4개국은 월드컵 최종 예선 및 아시안컵 본선에 직행한다.

도하의 기적, 도쿄 대첩 등 극적이었던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은 이른바 "도하의 기적"으로 부른다. 당시 대한민국은 첫 경기 이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지만 이후 이라크와 무승부,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일본에게 0-1로 패하는 등 험난한 최종 예선을 치렀다.

대한민국이 1위 일본에 승점이 1점 뒤진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북한과, 일본은 이라크 그리고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뒀다. 3경기 모두 동시에 킥 오프를 했는데 전반전만 해도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형성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앞섰고, 일본이 이라크를 앞섰는데, 대한민국은 전반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후반전에 대한민국이 북한을 상대로 3골을 넣으며 승리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상대로 4-3 승리를 거두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 순간까지 일본은 이라크를 상대로 1점 차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라크가 경기 종료 30초 전에 동점 골을 성공시키면서 일본이 유력했던 본선 티켓 1장이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게 되며 "도하의 기적"이 일어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은 6승 1무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 때도 위기는 있었다. 3번째 경기였던 일본과의 원정 경기에서 경기 후반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하마터면 패할 위기에 처했는데, 만일 이 경기를 패했다면 최종 예선 전체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때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2골을 몰아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 이른바 "도쿄 대첩"을 만들어냈다. 이 승리를 계기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잠실 한일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본선 진출 확정 후에 일본에게 1패를 당하긴 했지만, 그 때는 이미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본선 진출 '당한' 최근 월드컵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대한민국은 조 2위를 차지하며 본선 직행에는 성공했지만, A조의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을 상대로 패했고,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의 마지막 경기가 다른 시간대에 열려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이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를 상대하면서 무려 5득점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대한민국이 본선 직행을 놓칠 가능성까지 있었다. 당시 아시아 팀의 플레이오프 상대가 우루과이였던 점을 상대하면 대한민국은 하마터면 본선에 나가지 못할 뻔헀다. 대한민국은 우즈베키스탄과 골득실 1점 차이로 간신히 조 2위를 차지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3차 예선 도중 조광래 전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전 감독을 임명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게다가 최강희 전 감독 역시 최종 예선까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본선을 책임질 감독을 또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급하게 대표팀을 맡게 된 홍명보 전 감독은 당시 대표팀이 갖고 있던 각종 불안 요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도 순탄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겨놓고 2015 아시안컵부터 대표팀을 쭉 지휘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대한민국은 최종 예선 A조 2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3위권이었던 시리아와 우즈베키스탄에게 승점 2점 차까지 쫓기는 등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진출 '당한' 월드컵 본선, 지금 이대로면 2014년 브라질 악몽 재현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급하게 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대한민국은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무승부 2경기로 승점 2점을 얻기는 했지만, 사실상 "졸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뒷목을 여러 차례 잡아야 할 정도로 위험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한 골만 성공했어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떳떳하게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88분 이동국과 손흥민이 연속으로 슛을 날렸지만 실패했던 장면 등 결정적인 득점 기회까지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에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기쁨보다는 본선 무대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결국 이번 대회는 1994년 미국 대회의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던 상황보다는 덜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결정지은 것이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에 의해 본선 진출이 결정되고 말았다. 본선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본선 진출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선 진출을 자축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명 TV 중계 화면에는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계속 진행되는 모습이 송출되었지만, A조의 경기가 다 끝난 것처럼 행동했던 안일한 대표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을 받아야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12월에 동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한다. 대한민국과 일본 대표팀이 모두 본선 진출에 성공한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4개국이 대회를 치르는데, 대한민국과 일본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이 동아시안컵 대회를 포함하여 대표팀에게는 월드컵 본선까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며, 짧은 시간도 아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당장의 큰 문제는 해결했지만,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생각하면 긴 시간은 절대로 아니다.

대표팀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가 끝난 뒤 감독을 맡았던 조광래호 시절부터 브라질 월드컵을 거친 지금까지 7~8년 동안 어느 정도 드러났다. 아니, 길게 보면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의 4강 성과 이후 안일해진 마음가짐과 현실과 대비하여 지나치게 큰 기대로 인하여 15년 이상 고질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도 확실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브라질에서 겪었던 악몽 그 이상으로 참사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던 점에서 이번 경기가 끝난 직후 다른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본선 진출 세레모니를 했던 것과 신태용 감독이 웃으면서 인터뷰를 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행동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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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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