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피디와 기자 출신 감독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공범자들>과 <김광석>

MBC 피디와 기자 출신 감독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공범자들>과 <김광석> ⓒ 엣나인필름, BM컬쳐스


'저널리즘 다큐' 전성시대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다큐의 특징은 기자나 피디가 연출이나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특정한 주제에 탐사보도 형식으로 접근하거나,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고발한다는 데 있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르로써 저널리즘의 성격이 부각되는 것도 여타 고발 성격이 있는 다큐와의 차이점이다. 흥행 성적도 좋게 나타나면서 박스오피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최근 개봉한 <공범자들>과 <김광석>은 저널리즘 다큐를 대표하는 영화들이다. 공영방송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과 그 주범 및 공범들을 다룬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은 2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질주 중이다. 가수 김광석의 의문스런 자살을 추적하는 이상호 감독의 <김광석>도 개봉 이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흥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두 영화는 MBC 유명 피디와 기자를 거친 현직 언론인의 두 번째 작품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는 7일에는 최진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저수지 게임>이 흐름을 이어받는다. 상업영화를 거친 감독의 작품이지만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다큐의 범주에 포함된다. 영화의 제작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맡고 있다.

법적 소송은 필수?

 1일 열린 <저수지 게임>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기자감담회를 갖고 있는 최진성 감독,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1일 열린 <저수지 게임>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기자감담회를 갖고 있는 최진성 감독,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 성하훈


이들 작품들은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심층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보니, 내용으로 인해 법적 대응이 있거나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소송은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실제로 먼저 개봉한 <공범자들>은 방송에 등장한 MBC 경영진 등이 개봉을 앞두고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자칫 법원의 결정이 늦어졌으면 정상적인 개봉에 지장이 생길 뻔 했다. 

<김광석>은 21년간 집요하게 이 사건을 놓지 않고 취재한 이상호 기자의 집념이 묻어나는 영화로 가수 김광석 자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살보다는 타살에 심증을 두고 있는데, 부인인 서해순 씨에 혐의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언론에는 공소시효가 없기에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영화로 완성해 냈고, 자살로 처리된 기존 결과를 뒤엎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고발 성격이 강한 영화의 특성상 혐의가 가고 있는 서해순씨가 가만히 있는 다는 것 자체가 영화가 제기하는 행적에 대한 의혹과 의심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기자도 소송을 염두에 둔 듯, 차라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검감정서 등 핵심적인 자료의 접근이 제한된 현실에서 감독의 취재력을 통해 만들고 완성한 영화기에, 법적인 다툼을 감수하겠다는 자세인 것이다. 영화를 통해 사건이 재조명되기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저수지 게임> 역시 법적 소송이 예상되는 영화다. 캐나다에서 벌어진 분양 사기 사건을 중심으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음을 지목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이해 못할 거액을 대출해 주고 이후 문제가 생겼는데도 원금 회수 노력조차 안 하고 있는 것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심을 제기한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가까운 사람들이 사건에 개입돼 있고, 결과적으로 몸통이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 있다는 의심을 제시한다.

주연을 맡은 주진우 기자는 "그간 100여 건의 민형사 소송을 당했으나 모두 이겼다"며 담담한 자세를 나타냈다. 주 기자는 "이미 법적인 자문을 거치는 등의 대비를 해 놨다"며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직접 소송을 걸지 않고 주변을 통해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왕이면 이 전 대통령 측이 직접 소송을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언론상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이상호 감독이 연출한 <다이빙벨>의 한 장면.

이상호 감독이 연출한 <다이빙벨>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저널리즘 다큐'의 시작은 2014년 이상호의 데뷔작 <다이빙벨>로 출발한다. 현직 기자가 당시 사회적 현안이었던 세월호 문제를 갖고 다큐 감독으로 뛰어든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압박 논란이 생겼고, 상영을 지켜낸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서병수 시장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기도 했다. 논란과 파장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만큼 크게 주목받았다. 영화제 직후 개봉해 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도 성공했다.

지난해 개봉했던 최승호 감독의 <자백>은 '액션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저널리즘 다큐의 진수를 보여줬다.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고든 영화는 국정원이 그간 벌여온 간첩 조작을 세세하게 까발리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안겼다. 전주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극장 개봉을 통해 14만 3천 관객을 동원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 초 개봉했던, EBS 피디 출신 김진혁 감독의 해직언론인 다큐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역시 해직언론인을 다루고 있는 데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던 피디가 영화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다큐로 볼 수 있다. 누적관객 1만 7천으로 독립영화 흥행 기준선인 1만 관객을 넘기며 의미 있는 흥행을 거뒀다.

기자나 피디 출신이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다큐멘터리 활동가 김일란, 홍지유 감독이 연출한 2012년 개봉 <두 개의 문>의 경우 용산 참사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널리즘 다큐였다. 제15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제 11회 언론인권상을 수상하며 다큐가 언론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언론이 제 역할 못하는 한국의 독특한 풍경

 <공범자들>의 한 장면. 백종문 MBC 부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최승호 감독

<공범자들>의 한 장면. 백종문 MBC 부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최승호 감독 ⓒ 엣나인필름


그렇다면 방송을 만들던 피디나 언론사 기자가 다큐멘터리 영화에 매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승호 감독은 <오마이스타>와 <노컷뉴스> 등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백>을 만들면서 보니 그냥 유튜브 영상과는 그 영향력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게 났다"고 말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자백>을 봤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영화관에서 본 사람들도 있지만, IPTV나 '어둠의 경로'로도 많이 보고 그러니 전체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숫자를 따지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또 "2시간 가까이 어떤 공간 속에서 한 이야기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느끼는 체험이 상당히 깊게 각인된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그런 것들이 조금 더 깊은 각성을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저널리즘 성격이 강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언론이 발전해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언론 환경이) 제대로 다져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호 감독은 "예술로써 영화 매체는 관객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부분이 있더라"며 "이론적으로 (곁가지를) 차갑게 쳐내는 훈련을 받아 온 기자 입장에서, 영화로 관객들과 정서적 공감을 키우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 다큐 공범자들 김광석 저수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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