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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나 거리 등에 '중앙'을 넣기도 한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중앙동이랄지 중앙로 등이 많을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 안성중앙시장, 삼척중앙시장, 통영중앙시장, 강릉중앙시장 등, 그래서 전국적으로 중앙시장들이 많다. 그런 시장들은 대개 한 지역을 대표할 정도로 규모가 크거나, 역사 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중앙시장(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85길 22)의 오래전 이름은 성동시장(1946~)으로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이었다고 한다. 점포 263개로 남대문시장(215개), 동대문시장(188개)보다 규모가 컸다고 한다. 즉, 서울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으니 '중앙'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겠다. 그래서 훗날 성동중앙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당시 시장을 대표했던 것은 곡물. 서울시민들이 소비하는 양곡 80%가 거래될 정도로 규모 큰 곡물시장이 형성되었었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주방기구와 가구를 취급하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주방기구와 가구를 취급하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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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이겠지만 일반소비자들에게도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것 같았다.
 대량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이겠지만 일반소비자들에게도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것 같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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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곡물시장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정부가 쌀값 안정화 정책에 따라 정부미를 방출하면서부터. 이후 시장은 나전칠기를 다루는 점포가 325개까지 있었을 정도로 나전칠기 전문시장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1980년대를 정점으로 점차 쇠락하기 시작, 2017년 8월 현재 주방기구를 파는 점포가 500곳에 달할 정도로 주방기구·가구 거리로 특화되었다.

이런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중앙시장과,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주방기구와 가구 거리에서 유통되는 주방 관련 물품은 전국 주방 물품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란다. 시장을 직접 찾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만이 아닌, 전국의 음식점에는 물론 학교나 병원, 호텔, 구내식당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든, 시중에서 음식을 사 먹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중앙시장에서 나간 물건들을 접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폐업이나 변화 등으로 그릇이나 주방기구들을 한꺼번에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의 물건을 사서 중고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다니 서울중앙시장의 역할은 매우 클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주방기구와 가구 거리가 시작됐을까? 1980년대 후반, 시장 북쪽에 마장로가 개통되자 도로를 따라 점포들이 한둘 씩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크게 발달, 그 영향으로 이들 점포들이 호황을 누리게 되자 폭발적으로 늘었고,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은 지난 몇 년 동안 요긴하게 썼던 순간온수기가 한 달 전쯤에 고장 났다. 서울중앙시장에 간 날은 8월 19일. 인터넷을 통해 보상 판매한다는 곳이 있어서 겸사겸사 가게 된 것이다. 남편이 볼일을 보는 동안 큰 도로에서 골목을 따라 형성된 주방기구 거리에 줄지어 있는 점포들을 기웃거리며 구경 다녔다.

음식 관련 다양한 기계(구)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중고품도 많이 거래된다고 한다.
 음식 관련 다양한 기계(구)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중고품도 많이 거래된다고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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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나 씽크대 등처럼 주방에 필요한 기구들을 제작해주는 곳들도 많은듯하다.
 포장마차나 씽크대 등처럼 주방에 필요한 기구들을 제작해주는 곳들도 많은듯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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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다시 또 다른 골목으로 얼키설키, 점포들마다 이런저런 기구나 기계들이 쌓여 있거나 진열되어 있었다. 쌀가루나 고춧가루 등을 빻는 기계, 고기 써는 기계, 빙수 기계, 봉지 밀봉 기계 등처럼 한눈에 봐도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물건인지 도무지 짐작되지 않는 물건들도 보였다.

그릇가게들 중에는 2~3층까지 전시 판매하는 곳도 많다. 몇 곳 구경을 했는데 '사진 촬영 금지'임을 밝혀둔 곳이 많았다.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하니 아마도 디자인 도용을 막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했는데, 꼭 그래서만은 아닌 것도 같다. 사람들의 발길을 방해하거나, 부지불식간에 그릇 등을 깨는 불상사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별생각 없이 배낭을 메고 갔는데 그릇을 건드려 깰지도 몰라 신경이 곤두서곤 했기 때문이다.

명일동(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30년가량 중국음식점을 하고 있는 언니 말에 의하면 "식당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가는 곳"일 정도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릇 가게에 젊은 커플이나, 모녀나, 친구로 보이는 일행들이 심심찮게 보였던 것이 말이다..

볼일이 끝난 후 "주차하기 힘드니 그냥 가자"는 남편을 꼬드겨 시장 상인이 알려준 대로 시장 인근에 있는 성동공업고등학교(1937년 5월 개교)에서 운영하는 유료 주차장에 주차한 후 토요일 오후 내내 시장 구경을 했다. 10분에 300원이란 저렴한 주차이용료 덕분에 학교 가까이에 있는 황학동 만물시장 구경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 인근 학교가 '성동'이란, 전혀 다른 지역 이름이 붙은 이유는 뭘까? 시장 일대가 중구에 편입된 것은 1975년. 이전에는 시장 일대와 학교가 성동구에 속했었기 때문이다. 성동중앙시장이 서울중앙시장이란 이름으로 바뀐 것도 중구에 편입되면서라고 한다.

일반 전통시장처럼 반찬거리나 과일, 속옷이나 양말 같은 생활용품, 음식 등을 파는 상가동 입구.지하에 창작인들의 터전인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조성되어 있다.
 일반 전통시장처럼 반찬거리나 과일, 속옷이나 양말 같은 생활용품, 음식 등을 파는 상가동 입구.지하에 창작인들의 터전인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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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거리 등을 파는 서울중앙시장 안.
 반찬거리 등을 파는 서울중앙시장 안.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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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어떤 시장이란 것뿐.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눈에 띄는 대로 구경 다녔는데, 집에 돌아와 시장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곱창골목이나 보리밥골목 등과 같은 먹거리 골목들까지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먹을 것들도 많고, 서울풍물시장 등, 주변에 이런저런 가볼 곳들도 많다고 한다. 서울중앙시장만의 특화된 음식을 맛보지 못하고 와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혼잡한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지하통로를 겸한 상가 정도로만 생각하며 가볼 생각조차 못했던 중앙시장 지하상가에 다양한 물건들이 창작되기도 하고, 전시회도 열리곤 하는지라 볼거리 많은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맘껏 구경했다고 생각했는데, 가구거리에도 가보지 못했고, 주방기구 거리도 아주 일부만 봤을 뿐이란 생각까지 들고 있다. 이래저래 아쉬운 서울중앙시장 얼치기 나들이. 그래서 조만간 다시 서울중앙시장에 가보고 싶다.

지난날 서울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도 했던 서울중앙시장도 1990년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할인마트나 대형마트들의 호황과, 인터넷 판매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침체를 겪었다고 한다. 이에 지붕을 씌우거나 점포를 단장하는 등 발길을 붙잡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주방기구··가구거리를 2014년에 관광특구로 지정, 신당창작아케이드와 연계하는 문화 관광코스로 활용하는 등 '사람들이 찾는 시장'으로의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구청의 지원으로 2003년부터 주방가구·주방가구·가구 축제까지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한 상인에 의하면 "그럼에도 여전한 침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다.

아쉽게도 그 상인의 말은 틀리지 않는 듯, 주방기구 거리 점포들에는 구경을 하거나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서울중앙시장의 시작으로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시장이었던 반찬거리들을 비롯하여 과일이나 속옷 등을 파는 시장동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이. 말이다.

큰길에서 들어온 주방기구 골목에서 만난 한 철물점.
 큰길에서 들어온 주방기구 골목에서 만난 한 철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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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구 거리 한참 들어온, 모터만을 모아 놓고 파는 곳. 간신히 사람이 들락거릴 수 있도록 가득 쌓아 놓았다. 평소에 큰 관심두지 않았던 이런 물건들에 눈이 끌리기도...
 주방기구 거리 한참 들어온, 모터만을 모아 놓고 파는 곳. 간신히 사람이 들락거릴 수 있도록 가득 쌓아 놓았다. 평소에 큰 관심두지 않았던 이런 물건들에 눈이 끌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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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공업고등학교와 서울중앙시장 골목 사아에 형성된 황학동만물시장 어느 가게 풍경.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물건들을 보는 재미에 한참 구경했다.
 성동공업고등학교와 서울중앙시장 골목 사아에 형성된 황학동만물시장 어느 가게 풍경.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물건들을 보는 재미에 한참 구경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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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구경 다니다 언젠가부터 장만해야지 하면서도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아 몇 년 째 장만을 미뤄왔던 작은 손수레와 숯불구이기 등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했다. 40kg은 거뜬히 실을 수 있는 손수레를 2만 원에, 숯불구이기를 2만 5천 원에 구입했다.

몇 년 전에도 같은 옵션의 손수레를 썼던 남편에 의하면 2만 원에 산 손수레는 시중에서 아마도 2만 7천원~3만 5천원 가량할 것이란다. 그리고 "몇 달 전 대형마트에서 3만 5천 원 정도로 행사하던 숯불구이기"라며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하게 파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 순간온수기 보상도 꽤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시장과 가까운 신당동에 사는 고향 친구에 의하면 "그릇도, 다른 물건들도 소비자들에게까지 싸다"이다. 여하간 이런저런 이유로 조만간 다시 가게 될 서울중앙시장이다.

덧붙이면, 시장 인근 성동공업고등학교 유료 주차장(10분에 300원)에 주차할 수 있으나 무거운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면 대중교통을 권하고 싶다. 2호선 신당역과도 가깝고 6호선 신당역과도 그리 멀지 않다. 그리고 여러 버스 노선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자료가 필요한 연도와 점포수 등은 네이버백과를 참고했습니다.


태그:#서울중앙시장, #전통시장(재래시장), #성동공업고등학교, #신당역, #당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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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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