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때때로 우리를 위로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당신의 마음에 다가올 29곡의 노래를 추천합니다. [편집자말]
 오아시스의 1집 앨범 < Definitely Maybe > 재킷 이미지.

오아시스의 1집 앨범 < Definitely Maybe > 재킷 이미지. ⓒ Discogs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고 다니며 험한 말들, 소위 "F-word"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 밴드 오아시스의 주력 멤버 갤러거 형제는 맨체스터의 한 가난한 노동자 집안의 출신이었다. 술꾼이었던 아버지에게 매일같이 폭력을 당하는 행복한 앞날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삶 속에서 자라온 그들은 이 노래 한 곡으로 온 영국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바로 'Live Forever', 영원히 살겠다는, 그 꿈도 큰 포부가 담긴 곡이다.

롤링 스톤즈의 'Exile on Main St.'을 듣다가 떠올랐다는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곡은 오아시스 특유의 낙관주의가 가득 담겨있는 노래이다. 밝은 기타 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멜로디부터 흥얼거리는 듯이 노래하는 목소리까지 우울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단순한 멜로디 진행과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가벼운 가사들은 사람들이 이 노래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갤러거'라는 성을 가진 두 형제가 그렇게 어두웠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도 이토록 낙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Maybe I just wanna fly

이 곡에는 앨범 제목인 < Definitely Maybe >에 걸맞게, "Maybe"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초반부터 터지듯이 튀어나오는 리암 갤러거의 보컬은 'Maybe', '아마도'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곡 전체에 모호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그저 날고 싶을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저 숨을 쉬고 싶을 뿐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저 믿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면서 "Maybe"라는 말로 모호한 가능성을 더해주는 가사들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세상을 꼭 정답을 찾아가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집 정원이 얼마나 가꿔졌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고 그저 날고 싶을 뿐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어쩐지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과 엉뚱함, 그리고 단순함이 느껴진다.

Now is not the time to cry

자신이 되고 싶었던 것들이 될 수 없을지도 몰라도, 울어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 이유를 찾아야 할 때라고 충고하며 격려한다. 이제 그들이 절대로 실없는 낙관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긍정적인 그들의 낙관은 누구보다도 세상을 쓴맛을 일찌감치 알아버린 그들이 살아오면서 내린 하나의 결론인 것이다. 가볍게, 즐겁게 사는 것. 세상을 외면하고 혼자만의 환상에 빠져 즐기는 쾌락이 아닌, 세상을 정면으로 맞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후 확립하게 되는 일종의 인생 철학인 것이다. 노래는 단순할 수 있어도, 그들의 낙관은 절대 가볍지 않다.

Live forever

그들은 이런 식으로 영원히 살 것이다. 적당히, 실없는 소리도 해가며, 행복한 시기도, 힘든 시기도 한 발짝 물러선 태도로 느긋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희망을 보지는 않아도, 절망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단순하게.

노래 중간부터 흐르는 노엘 갤러거의 기타 솔로는 전형적인 브릿팝의 자글자글한 톤으로 귀를 간질인다. 신나기도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어딘가 차분하다는 느낌도 든다. 기타 소리 하나하나가 흥을 돋우지만 절제되어있다. 그렇게 기타의 멜로디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리암이 그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Gonna live forever"를 연발하고 있다. 영원히 살 거라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얼핏, 오아시스의 자신감과 엉뚱함, 그리고 이유 모를 뭉클함마저 느끼게 된다.

가정폭력을 겪으며 암울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항상 인생이란 건 멋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노엘 갤러거의 말은 그들의 음악이 밝고 긍정적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어두웠던 시기를 거쳐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영원히 살 것"이라고 목이 터지라 외쳐대었던, 맨체스터 출신의 가난했던 두 형제는, 그렇게 브릿팝의 황제가 되었다.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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