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협회 서병문 제38대 회장과 오한남 제39대 회장 당선자(오른쪽)

배구협회 서병문 제38대 회장과 오한남 제39대 회장 당선자(오른쪽) ⓒ 박진철


대한민국배구협회 서병문 제38대 회장과 오한남 제39대 회장 선거 당선자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전격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은 오 당선자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50여 분 동안 진행됐다. 회장 자격과 관련해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회동 여부는 배구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오 당선자는 지난 6월 30일 배구협회 제39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해 말 일부 대의원이 주도한 제38대 회장 및 임원 전원 해임 결의에 대하여 '효력 정지 가처분'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한체육회도 항고심 판결 전 신임 회장 인준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오 당선자의 배구협회 회장으로서 지위와 권한은 아직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 당선자는 출마 직전까지 배구협회 산하단체인 대학배구연맹의 회장이었다. 그리고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을 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서병문 회장은 회동 서두에 "오 전 회장을 배구협회 신임 회장으로 인정해서 만난 것은 결코 아니다"며 "같은 배구인으로서 배구계의 앞날이 심히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서병문 "소송, 개인적 명예·감정적 차원 아니다"

오한남 전 대학배구연맹 회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서 회장이 해임이라는 가슴 아픈 일이 있고 해서 그냥 가서 만났다"며 "서 회장의 현재 생각도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 전 회장은 5일 회동에서도 "서 회장이 억울한 점이 많다는 걸 인정한다"며 "노여움을 푸시고 좋은 명분을 갖고 명예롭게 이 문제를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 회장은 "내가 소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코 개인적인 명예 회복이나 감정적인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라면 애초부터 소송을 하지 않았다"며 "이 나이에 아무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일로 소송을 하는 자체가 명예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그럼에도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소수 기득권과 파벌 다툼으로 망가진 배구협회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며 "현 정부의 방침처럼 배구계의 적폐 청산을 위해서 (소송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오 전 회장은 "적폐 청산에 대해서는 나도 서 회장의 생각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그게 참 어렵다.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저한테 맡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해임 사유가 지금 생각해도 지극히 부당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부 대의원이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들을 가지고 여론몰이를 통해 해임을 몰아붙였다"며 "해임 사유로 들었던 공약 미이행, 일부 임원 인사 문제를 보라.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에서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배구협회 역사상 최초로 전국적이고 다양한 배구계 인사들이 참여한 '회장선출기구'를 통해 뽑힌 회장을 취임 2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서 일도 시작해보기 전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해임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장 선거 후보들, 모두 해임 주도 산하단체 인사"

서 회장은 "해임의 성격도 그동안 배구협회를 망친 주범인 파벌적 행태의 전형이었다"며 쓴소리를 전했다.

그는 "이번 제39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2명 모두가 해임을 주도했던 산하단체의 회장"이라며 "결국 일부 대의원들이 나를 취임한 지 2개월 만에 해임하고, 자신들 편에 있는 내부 인사를 새 회장으로 앉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 전 회장도 개인적으로는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긴 하지만, 그런 파벌 다툼에 편승해서 수혜를 입고 회장을 차지하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오 전 회장은 "작년 해임안 표결 당시 나는 일 때문에 바레인에 가 있어서 대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대학배구연맹은 전무가 위임을 받아 해임안 표결에 대리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배구연맹 관계자들에게도 서 회장 해임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우리는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해임안이 통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서 회장은 "전무가 대리 참석했다고 해도, 회장이 허락하고 의견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오한남 "적폐 청산 동의, 해임 표결 전무가 대신 참석"

서 회장은 "이번 해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파벌 싸움의 관행을 청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능력 있고 재력이 있는 외부 인사가 절대 배구협회 회장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소수 상층부 기득권 세력이 협회 재정이 망가지든 말든, 한국 배구가 국제무대에서 계속 추락하든 말든 자신들이 계속 협회를 움켜쥐고 쥐락펴락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협회와 배구계 전체에게 크나큰 민폐"라고 비판했다.

서 회장은 "파벌 다툼의 적폐를 이번에는 꼭 끝내고 싶다"며 끝까지 법적 소송을 통해 배구협회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내가 소송을 끝까지 하겠다고 하는 것은 승패를 떠나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교훈과 경종을 확실하게 남겨놓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 전 회장은 "적폐 청산에는 동의한다"며 "어느 단체든 병폐들이 있다. 그러나 그게 한 번에 안 되니까 화합할 건 하고 단호하게 할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장 자격 소송, 대법원까지 갈듯

오 전 회장은 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서 회장이 항고심에서 패하더라도 대법원에 상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후임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병문 회장은 제39대 회장 선거 후보자로 나선 2명이 모두 자신의 해임을 주도했던 산하단체의 회장(대의원)이라는 점에서 해임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 대의원들이 외부 인사 영입 케이스인 자신을 마음에 안 든다고 해임해 놓고, 결국 해임 주도 세력의 내부 인사를 새 회장으로 앉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그것이 배구협회와 배구계를 위한 길인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에 따라 서 회장은 더욱 해임을 수용할 수 없고 끝까지 법적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배구협회 회장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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