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카타르에게 세 번째 골을 헌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2017. 6.14

(도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카타르에게 세 번째 골을 헌납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2017. 6.14 ⓒ 연합뉴스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33년만에 카타르에게 패하며 수렁에 빠졌다.

14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대한민국과 카타르와 경기에서 한국이 2-3으로 패했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연속으로 만나는 남은 일정을 고려해 봤을 때 이번 카타르 원정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원정 경기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은 여전했다. A조의 최약체인 카타르를 상대로 한국 대표팀은 흔들렸다. 경기를 주도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시종일관 상대의 플레이를 뒤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0-2로 몰린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2-2 동점까지 이끌어 낸 것은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역전은 커녕 수비가 다시 한번 무너지며 결국 2-3 패배를 허용한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이 불가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통제하지 못했고,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뎠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 '도하 참사'를 야기시킨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살펴본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선발

슈틸리케 감독이 주로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인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선발'이 결국 카타르전에서 문제를 발생시켰다. 매우 보수적인 선수 선발을 유지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 기조는 이번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도 변함이 없었다.

경기의 부담감이 높을 수록 감독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 경기의 중요성이 높다 보니 국가대표에서의 이전 활약상과 성향이 정확히 파악된 익숙한 선수를 선발하곤 한다. 다른 국가대표팀 감독들도 클럽에서는 부진하더라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살아나는 선수들을 비판을 감수하고 선발한다.

문제는 슈틸리케가 선택한 보수적인 선택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살아난다'는 단순한 전제조차 지키지 못한 안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먼저 소속 클럽에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청용과 박주호의 선발 문제다. 두 선수의 실력과 경험은 인정한다. 평가전인 이라크전을 통해 두 선수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두 선수의 컨디션을 직접 조절해줄 만큼 우리의 상황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는 이라크전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카타르전에는 예상대로 경기장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클럽에서 부진한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불러 온 슈틸리케의 무리한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었다.

카타르와 경기에 선발로 나서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곽태휘의 대표팀 발탁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FC서울 소속의 곽태휘는 올 시즌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겪고 있는 중앙 수비수다. 앞서 말했듯이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수의 선발은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곽태휘를 벤치에 앉히고 다른 중앙 수비수를 경기장에 내세우기에는 한국의 중앙 수비들 중 완전하게 신뢰를 주는 선수가 없다.  이날 곽태휘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출장한 장현수는 소속 팀에서 올 시즌 한 경기 출장에 그친 선수다. 그나마 믿을 만한 홍정호는 이날 경기에 복통을 호소하며 출장하지 못했다.

부상과 소속 팀에서의 부진을 슈틸리케 감독이 통제할 수는 없다. 대신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장현수를 대신할 수 있는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중앙 수비수가 다수 있었다. 또한 부상이란 변수는 감독이 항상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홍정호-장현수 라인만 머리에 그려놨다. 중앙 수비 조합의 플랜B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과는 혹독했다. 장현수는 쉬운 패스 장면에서도 실수를 연발했고 발은 무거웠다. 곽태휘는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을 만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중앙 수비수가 모두 흔들렸고, 카타르 공격수들은 손쉽게 슈팅을 시도했다. 권순태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할 만한 '자동문' 수비였다. 홍정호-장현수 조합이 버텨주고 곽태휘라는 베테랑이 경험을 전수한다는 슈틸리케만의 '꿈의 시나리오'는 홍정호의 부상이라는 간단한 변수 하나에 와르르 무너졌다.

이해할 수 없는 선발 라인업과 전술

일단 선발 중앙 수비수들의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슈틸리케가 준비해 온 자원들 중에는 가장 믿을만한 조합이었다. 홍정호의 부상으로 곽태휘-장현수 조합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중앙 수비수 조합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포지션에서의 선택은 이해가 어려웠다. 먼저 권순태 골키퍼의 선발 기용이다. 권순태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와 경기에서 놀라운 선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수한 방어로 골문을 비교적 잘 사수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라크전에 김승규가 선발로 나섰음에도 권순태를 기용했다는 사실이다. 수비진의 일원인 골키퍼는 어떤 수비 포지션보다 연속성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최후방에서 수비를 진두지휘하면서 실점을 예방하고, 직접적으로는 상대의 슈팅을 가로막는 수비의 핵이다. 수비의 핵인 만큼 실력과 컨디션의 간극이 크지 않는 이상 기존의 골키퍼가 으레 장갑을 계속해서 끼기 마련이다. 이라크전을 통해 김승규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나이는 권순태보다 어리지만 국가대표 경험도 김승규가 더 많다. 연속성과 컨디션, 경험 등 모든 측면에서 김승규는 모자람이 없었지만 슈틸리케의 선택은 권순태였다. 도무지 이해가 어려운 선택이었다.

측면 공격수 지동원의 선발 기용도 이해가 어려웠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 53분간 경기장을 누빈 지동원은 무기력했다. 공격수로서 가져야 할 대부분의 덕목을 가졌다는 장점보단 특색이 없는 공격수라는 단점이 더욱 부각됐다. 오른쪽 측면은 믿고 맡길 만한 자원이 많았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한 이재성부터 K리그에서는 물론이고 이라크와 경기에서 맹활약한 이근호 등 컨디션이 좋은 측면 자원들이 다수 있었다. 실제로 전반 30분 부상을 당한 손흥민 대신 들어온 이근호는 날카로운 돌파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지동원 대신 교체 투입된 측면 자원인 황일수도 강한 전방 압박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카타르 수비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근호의 크로스를 황일수가 헤더로 연결해 황희찬의 동점골이 나온 장면에서 지동원의 선발 투입이 실패였음이 증명됐다.

지동원의 선발 출장은 슈틸리케의 이해할 수 없는 전술과도 맞물린다. 승리가 급한 한국을 상대로 약체인 카타르가 오히려 전방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컸다. 예상대로 카타르는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이근호 등에 비해 속도는 부족하지만 공을 더 잘다루는 지동원이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며 압박을 이겨내야 했지만 버거웠다.

경기 전에 슈틸리케 감독이 호언장담한 점유율 축구는 허상이었다. 공은 여전히 후방에서만 맴돌았다. 현대 축구에서 보통 상대가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면 '바르셀로나' 같은 팀을 제외한 팀들은 롱패스로 공격을 시도한다. 단순히 압박에 쫓겨서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롱패스로 직접 상대의 위험지역에 공을 전달해 상대가 마음 놓고 전방 압박을 수행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가 준비한 전략은 '점유율 축구'뿐이었다. 상대를 물러서게 할 준비된 롱패스는 부족했다. 한국 선수들은 롱패스는 무의미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패스가 주를 이뤘다. 이근호 투입 이전에는 황희찬만이 전방으로 전달되는 '무의미한 패스'를 '의미있는 패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기어코 한국은 상대의 강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선제 실점을 내줬고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상대의 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이 써 온 시나리오만 생각한 슈틸리케의 안일한 전술이 결국 도하 참사를 만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안일한 선택이 쌓이고 쌓여 한국 축구의 사상 최고의 위기가 도래했다. 믿음을 달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이미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대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협회의 '명확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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