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옮긴 <미운 우리 새끼>(아래 미우새)가 지난 4일, 시청률 21%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방영 중인 예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금요일 밤 심야시간대에 방영될 때부터 큰 인기를 끌어 신동엽의 2016년 SBS 연예대상 수상을 가능케 한 프로그램인 <미우새>는 시간대를 옮겨 더욱 성공적인 행보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우새>는 엄마와 아들, 모자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예능이다. 이미 혼기를 훌쩍 넘긴 노총각들의 일상이 솔직하게 드러날수록 어머니들의 충격은 크다. 가족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모자 관계는 특히 그렇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힘든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부모와 나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과음하거나, 클럽에 드나들거나, 결벽증이 있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지저분하거나. 아들들의 일상은 아무리 엄마라 해도 알아채지 못한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어머머머", "쟤가 왜 저럴까", "쟤가 미쳤나" 같은 반응이 날것으로 드러날 때, 모자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공감대가 극대화되고 재미 요소도 상승한다.

방송 계속될수록 자연스러움 흐려지는 아들의 사생활

 <미우새>는 아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미우새>는 아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 SBS


문제는 아들의 일상이 엄마에게도 익숙해지는 시점이다. 아들의 모습이 전처럼 충격적이지 않다. 처음에 받았던 충격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약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탐탁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시청률을 이끌었던 어머니들의 리액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우새>는 아들의 기행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일반인 여성들과 만남을 주선해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그런 과정에서 <미우새>가 잃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아들의 삶이다. 일상이 아닌 세팅된 상황처럼 느껴지는 구성은 <미우새>의 본질을 훼손하는 지점이다.

시청자들은 까다롭다. 예능이기 때문에 아들의 삶이 정상궤도와 벗어나 있을수록 집중하지만, 그 궤도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는 지점에서는 돌아선다.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줘 익숙해져 버린 아들의 삶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캐릭터다. 그리고 이상민이 등장했다.

'신의 한 수' 된 이상민의 캐릭터,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

 <미운 우리 새끼>의 한 장면.

<미운 우리 새끼>의 한 장면. ⓒ SBS


이상민은 시간대를 옮긴 <미우새>의 시청률을 견인한 '1등 공신'이다. 그의 삶은 보통 사람이 겪을 수 없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60억이 넘는 빚을 졌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 빚을 아직 갚고 있는 점도 그렇다. 이상민의 이야기는 채권자의 집을 4분의 1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이사하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여전히 빚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이상민에게는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것조차 사치다. 그렇다 해도 채권자의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이상민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호기심이 이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예능으로서 캐릭터가 잡히기 좋은 지점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그를 응원하는 것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다. 한때 통장에만 수십억이 있을 정도로 잘 나갔던 가수이자 제작자였던 그의 삶이 한순간에 사업 실패로 무너져 내렸을 때 받았을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구설에도 올랐다. 이상민은 그 과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고 그런 일들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다. 아직까지 묵묵히 빚을 갚고 있다는 진정성. 자신이 진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실함. 이는 이상민의 이미지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이상민은 어느 순간 꽤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인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처음부터 예능인도 아니었고, 오히려 비호감 쪽에 가까웠던 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내려놓고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때라도 잘 나갔던 연예인이 남의 집에 얹혀사는 모습을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채권자와 만나 밥을 먹는 장면도 방영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찾고, 자신을 관리하기까지 한다.

세상 쓸데없는 일이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빚을 갚는 실제 일상, 진정성을 확보한 이상민 캐릭터

빚을 갚는 실제 일상, 진정성을 확보한 이상민 캐릭터 ⓒ SBS


'60억'은 어마어마한 액수다. 하지만 연예인 이상민이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는 금액이다. 성공한 방송인의 수입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규모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걱정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다'는 말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민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은, 그의 책임감 때문이다. 60억 빚을 갚는 일이 '가능'한 연예인일지라도, 그 일을 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태도는 누구나 가져야 하지만, 누구도 갖기 힘든 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돌팔매질할 이가 어디 있을까.

이상민의 빚은 이상민에게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마주한 그의 모습은 <미우새>에 진정성을 더했다. 이상민의 출연이 <미우새>의 '신의 한 수'가 된 이유다. 이상민은 엄마의 캐릭터보다 이상민 자체의 캐릭터를 훨씬 더 강렬하게 구축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물론 이런 이상민 일상도 언젠가는 식상해지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러나 이상민을 통해 <미우새>제작진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미우새>에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극적인 노총각들의 행동 포인트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화면을 통해 보이는 진정성이 100%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꾸며낸 모습을 강요하는 것만큼은 분명 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미우새 미운 우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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