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 LA다저스


류현진이 시즌 5번째 선발등판에 나섰다. 시즌 2번째 쿠어스필드 등판이자 콜로라도 타선을 벌써 3번 만나게 됐다. 쿠어스필드에서의 성적은 통산 3.38로 나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첫 경기에서도 이닝 소화와 투구수는 부족했지만, 4.1이닝을 2실점으로 막는 괜찮은 피칭을 보여줬다. 패전은 당했어도 올시즌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피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선발투수는 당초 로테이션 예상과 달리 우완투수 제프 호프먼이 올라왔다. 순서 상으로는 좌완투수인 타일러 앤더슨이었지만 등판이 뒤로 밀렸다. 호프먼은 토론토의 2014년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였고 툴로위츠키가 토론토로 건너갈 때 반대급부로 콜로라도에 합류했던 바 있다.

포수 반스, 지적받는 리드와 악송구까지... 7실점 중 비자책만 5점

1회말 찰리 블랙몬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기록했다. 블랙몬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항의를 펼쳤지만 심판의 손이 올라간 뒤였다. 하지만 이후 르메이휴를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줬고, 새로운 천적으로 등극한 아레나도가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쳐 힘들이지 않고 안타를 뽑아냈다.

이안 데스몬드가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카를로스 곤잘레스의 볼넷 출루 이후 팻 발라이카에게 큰 타구를 허용했지만 다행히 피더슨이 담장 앞에서 처리해줬다.

 아레나도에게 허용한 2루타. 슬라이더를 맞았다.

아레나도에게 허용한 2루타. 슬라이더를 맞았다. ⓒ 정강민


2회말은 더 큰 위기였다. 해니건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투수 호프먼이 번트한 타구를 포수 반스가 악송구를 범하며 주자가 모두 살았다. 블랙몬을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처리했고 르메이휴를 1구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아레나도를 넘지 못했다. 2타점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며 4점째를 따냈다. 그리고 다음타자 레이놀즈의 안타로 1점을 더 허용했다. 데스몬드를 고의사구로 걸렀지만 부진하던 카를로스 곤잘레스에게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점수차가 0-7로 벌어졌다. 발라이카에게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놓고 볼넷을 줬지만, 해니건에게 삼진을 잡고 그 이상은 실점하지 않았다. 2회말 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2회 아쉬웠던 세번의 적시타 상황

2회 아쉬웠던 세번의 적시타 상황 ⓒ 정강민


대량실점에도 불구하고 3회초 공격에 타석에 들어섰고(삼진), 3회말은 투수 호프먼부터 시작했고 호프먼을 삼진처리했고, 블랙먼과 르메이휴를 모두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깨끗이 3회를 정리했다. 4회초 시작과 함께 아레나도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레이놀즈는 잡아냈지만 데스몬드를 상대로 몸쪽을 던지다가 맞췄다. 곤잘레스는 안타로 아레나도를 불러들였고 자신의 침체된 시즌 성적을 한껏 끌어올렸다. 8실점이자 자책점은 3점째. 발라이카마저도 2루타를 뽑아내며 1점을 더 추가했다. 여기에 보크 판정까지 겹쳐 두자릿 수 실점을 허용했다. 블랙몬을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쳤다. 4회까지 101구 투구해 10실점 5자책. 투구 수 끌어올리는 차원이었지만 내용은 너무나 좋지 않았다.

초반 붕괴된 마운드, 타선도 힘을 내봤지만 미치지 못했다.

1회에는 1사 후 시거가 볼넷 출루를 했지만 터너와 벨린저는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2회에도 내용만 약간 바뀌었을 뿐 주자 1명 내보냈지만 후속타에 의한 득점은 없었다. 3회 피더슨의 볼넷과 터너의 안타가 있었지만 벨린저가 삼진으로 무위로 돌렸다. 4회까지는 공격에서 아무런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류현진이 내려간 5회초 공격에서 9번 타순에 류현진을 대신해 등장한 스캇 밴슬라이크가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6회초에는 무서운 신예 벨린저가 2루타, 어틀리가 3루타를 뽑아내며 1점, 포수 반스가 2루타로 1점을 냈다. 7회 쉬어갔던 다저스 타선은 8회에 점수를 추가하며 콜로라도를 쫓아갔다. 어틀리의 안타-푸이그의 야수선택-반스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 찬스에서 대타 야스마니 그랜달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터트렸다. 5회 이후 네번의 공격에서 5개의 장타를 몰아치며 추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9회초에도 또 점수를 뽑았다. 8회에 이어 9회에도 올라온 스캇 오버그를 상대로 키케 에르난데스의 2루타-아이브너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고 상대 마무리 그렉 홀랜드를 끌어올렸다. 0-10의 경기에서 세이브를 위해 상대 마무리를 끌어올린 다저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틀리가 무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병살타로 1점과 아웃카운트를 2개 바꿨다. 홀랜드가 뿌린 공의 윗등을 때렸고, 사실 2루수의 송구가 살짝 빗나갈 뻔했다. 그러나 베테랑 유격수 발라이카가 잘 받아서 처리를 했다. 홀랜드는 기세를 이어 푸이그를 삼진처리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연승 기간동안 평균적으로 7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했고 오늘도 7득점을 냈지만 류현진이 내준 점수가 너무 많았다.

에러 이후에 끊어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

오늘 류현진은 1회 실점을 하긴 했지만, 2회초 5실점은 안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해니건에게 안타는 맞았지만 포수 반스가 번트타구를 악송구하면서 주자가 불어났다. 블랙먼과 르메이휴를 잘 잡아내고 아레나도부터 집중타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이 수비는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류현진은 이것 때문에 21개의 공을 더 던졌고 비자책점 5점이 기록됐다.

4회 마운드에 올린 코칭스태프에 선택. 적절했을까?

그러나 4회 들어서 류현진은 무너졌다. 3실점하며 자책점도 5점이 됐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물론, 다저스는 연전을 진행 중에 있고, 4회부터 불펜을 내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오늘 블랙먼과 투수 호프먼을 제외하면 공이 계속 맞아나갔다. 스토리를 대신해 나온 발라이카도 첫타석 아주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4회초의 첫 타자는 류현진이 상대하기 껄끄러워하는 아레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운드에 세웠어야 했을까?

다저스의 막판 추격이 거셌기에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겠지만, 아레나도 이후 타자들에게도 그간 효과를 보던 변화구들이 모두 공략당했다. 3회를 3자범퇴로 막았던 것은 투수 호프먼, 오늘 감을 전혀 못잡던 블랙먼, 그리고 르메이휴 순으로 공격이 진행된 것도 있었다. 만약 저 중에 한명을 루상에 남겨놓은 상태에서 아레나도까지 연결됐다면 3회도 마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류현진은 4회에 올라와서는 우려했던 데로 무너져내렸다.

총평: 악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안좋았다.

류현진은 오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2회 5실점이 모두 비자책점이었기에, 4회 굳이 마운드에 올라서 난타를 당했기에,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2회 상황은 공을 추가로 20개 넘게 던졌으니 힘이 빠지네, 실책을 했네 할 수 있지만 4회 때 3실점해 최종 5자책점을 기록했기에 경기 전체에 운이 없는 것을 패전의 이유로 하기엔 역부족이다. 4회는 결국 본인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이기지 못한 것이다. 제아무리 넘버1 투수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컵스의 우완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도 며칠 전 쿠어스필드에서 3.2이닝 9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적도 있고, 동료 커쇼도 1.2이닝 만에 무려 7실점을 한 적도 있다. 류현진이라고 매일 2-3실점만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문제였다. 볼넷도 평소보다 많았는데, 오늘 해설을 맡았던 손혁 위원은 '반스의 리드가 좋지 않다'는 코멘트를 계속 남겼다. 적합하지 않을때 쓰지 말아야할 코스로 공을 요구했다는 것. 현재의 위상으로는 류현진이 포수를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주전이 아닌 백업포수와 호흡을 맞출 때 아무래도 성적은 떨어졌다.

류현진과 함께했던 포수와 ERA
1. 팀 페데로위츠: 5경기 31.1이닝 ERA 2.59
2. A.J. 엘리스: 41경기 245이닝 ERA 3.31
3. 라몬 에르난데스: 6경기 40이닝 ERA 3.38
4. 야스마니 그랜달: 4경기 20.2이닝 ERA 3.48
5. 드류 부테라: 5경기 32.1이닝 ERA 3.62
6. 오스틴 반스: 2경기 10이닝 ERA 8.10

류현진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던 엘리스는 3.31의 ERA로 페데로위츠(현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를 제외하고는 가장 호흡이 좋았다. 그랜달과의 궁합도 나쁜 편은 아니었고, 베테랑 포수였던 에르난데스와 부테라는 류현진과 함께 경기를 잘 이끌어 나갔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류현진 경기에서 좋은 소리를 못들었음에도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경험이 일천한 오스틴 반스여서일까. 반스와는 전혀 손발이 안맞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반스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신이 원한대로 아레나도에게 정면승부를 들어갔다가 패스트볼이 홈런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 앞으로 지금의 5선발 자리를 유지하면 반스와도 종종 호흡을 맞추는 경기가 계속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랜달과 호흡을 맞추면서 피홈런을 많이 허용하기도 했지만, 적극적으로 소통을 통해 개선이 이뤄지면서 류현진은 2번째 콜로라도 전 이후 3경기째 피홈런이 없다. 반스와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앞에서 말했듯 4, 5선발의 위치에 있는 류현진은 계속 그랜달하고만 호흡을 맞출 순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 제구와 구위가 별로였다는 것도 짚어봐야할 것이다. 오늘은 변화구들이 골고루 맞았다.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제구가 흔들렸고 콜로라도 타자들은 그걸 간파하고 볼들을 참아냈다. 그러면서 존에 오는 공들은 쳐냈다. 타자로서 상당히 이상적인 타격을 한 것이었다. 존에 들어오는 공들이 타자의 힘을 이겨내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범타 처리를 할 수 있으며, 유리한 카운트에서 유인구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구위가 실종된 상태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공은 아주 위험하다.

다음 경기에서는 류현진의 구위 회복 여부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류현진은 예정대로라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경기의 복기를 통해 다음 등판에 빠르게 제 페이스를 찾아온 류현진이 쿠어스필드 충격을 이겨내고 로테이션을 사수해 부활할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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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류현진 다저스 선발경기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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