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5시, 서초동에서 열린 팝 피아니스트 보울러의 콘서트 포스터.

지난 23일 오후 5시, 서초동에서 열린 팝 피아니스트 보울러의 콘서트 포스터. ⓒ Bowler


재즈 피아니스트 송준서.

그가 팝 피아니스트 'Bowler(보울러)'로 돌아왔다. 서울 서초동 야마하 콘서트 살롱에서 그의 새로운 팝 콘서트가 있었다. 재즈 음악은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어 하거나 어려운 음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유로 그는 좀 더 대중적인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 재즈 피아니스트의 팝 피아니스트로의 변신이 매우 궁금했다.

지금까지 그는 3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특히 1집 <Portrait> 앨범에 있는 'Prelude 4번'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은 쇼팽의 'Prelude 4번'을 재즈로 편곡한 곡인데, 베이스가 스타트를 끊고 드럼이 올라가고 이윽고 피아노가 얹히는 구조이다. 피아노가 시작되는 순간은 매번 소름이 돋는다. 그의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 귀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모두 피아노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탄성과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일단 소름으로 시작된 피아노 연주는 섬세함에 기교까지 더해지며,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러서는 숨이 멎을 거 같은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곡이 끝나면 마치 내가 연주 한 듯이 맥이 풀린다.

쇼팽의 'Prelude 4번'은 영화 <노트북>에도 삽입되어 널리 알려진 곡이기도 한데 이 곡이 이렇게 아름답게 재탄생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진 곡은 그의 3번째 앨범에 있는 'Spain'이다. Chick Corea의 곡을 역시 본인이 직접 편곡한 곡인데 이 곡 또한 어마어마하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 동영상을 처음 유튜브로 봤을 때 나는 내 눈을 믿기 어려웠다. 홍대 주변에 위치한 클럽 에반스에서 녹화된 이 영상을 보고 '난 그가 마침내 음악으로 접신'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치 접신된 무당이 작두를 타듯이 그렇게 피아노를 타고 있었다. 누구나 이 영상을 본다면 음악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희귀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는 자기 색깔이 매우 강한 남성미 가득한 연주자다.

그런 그가 재즈가 아닌 좀 더 대중적인 팝 피아니스트로 거듭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원지 모를 서운함? 같은 것이 있었다. 그의 색이 희석될까 봐 걱정을 한 거 같다. 그런데 오늘 그의 음악을 듣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팝에 그의 재즈를 오롯이 녹여내어 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한층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주로 비니나 캡 모자를 쓰고 연주하던 그가 중절모에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고 이름도 보울러로 바꿨지만 팝 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는 모두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곡들에 그만의 재즈를 적절히 녹여 듣는 사람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Love theme)에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섞어 슬프고도 아련한 감정을 극대화 시킨다든지 리베르탱고처럼 색이 강한 탱고곡에도 재즈를 사이사이 잘 버무려 탱고의 맛을 살리면서도 재즈가 살아있게 하고, 'I will wait for you'(<쉘부르의 우산> OST)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같은 명곡들에도 자기 옷을 입혀 색다른 감동을 선물했다. 그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재치도 있고 유머도 있다. 혹시 그의 꿈이 피아니스트가 아니고 가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Billy Joel의 'Just way you are'와 'Pianoman'을 열창했다. 과거에 록 가수로 활동도 했었다는 그는 노래 실력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연주만 했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올해 그의 목표는 새로운 피아노 앨범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의 콘서트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가 그 만의 색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히 재즈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냥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할 뿐이다. 그런 내가 그의 음악을 들었을 때 뭔가 동요가 일어났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였을 뿐인데 나는 마음이 움직여 재즈라는 음악에 관심이 갔고 자주 듣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맛있는 밥집을 발견하거나 전망이 좋은 카페를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그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들려주고 싶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는 게 많으면 사랑 할 것이 많아진다고 했다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의 음악을 듣고 마음을 움직여 이런 음악을 사랑하길…. 하는 기대를 해본다.

송준서 팝피아니스트 재즈피아니스트 공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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