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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통신사 일행

유스 조선통신사
 유스 조선통신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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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신녕면에서 출발한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이 4월 15일 오후 4시 20분 영천 시내로 들어선다. 그곳에 이미 유스(Youth) 조선통신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영천의 고등학생들이 통신사 정사 부사 종사관이 되어 일행과 함께 환영식장인 조양각(朝陽閣)으로 출발한다. 앞에서 농악대가 길놀이를 한다. 그 뒤로 유스 조선통신사 일행 80명이 정사, 부사, 종사관의 가마를 끌고 간다. 그리고 서울에서 도쿄까지 가는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원 35명이 뒤를 따른다.

이번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행사는 이들 걷기팀원이 주축이다. 그들은 4월 1일 서울에서 출발 충주, 안동을 거쳐 영천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영천시 구간에서는 환영식과 전별연 등 옛날 방식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옛날의 통신사 행렬을 현대식으로 재현해 보자는 뜻에서 영천시 문화예술과와 영천시 조선통신사 기념사업회가 주관했다. 행사는 축하연, 출발식, 환영식, 전별연, 문화탐방으로 이루어졌다.

장수역으로 향하는 통신사 일행
 장수역으로 향하는 통신사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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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연은 통신사 옛길 걷기팀 일행이 영천군에 들어온 14일 저녁에 이루어졌다. 승마장이 있는 신녕면 휘명동산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되어 8시에 끝났다. 통신사 일행의 도착을 축하하고 그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행사였다. 출발식은 다음 날인 15일 오전 9시 30분 신녕중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신녕면은 옛날 신녕현의 중심고을로 장수역(長水驛)이 있던 교통의 요지다.

출발식을 마친 통신사 일행은 9시 50분 영천 조양각을 향해 출발했다. 신녕중학교에서 조양각까지는 26㎞로 6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지만 중간에 장수역과 신녕현청 선정비군 앞에서 잠시 행사도 하고, 가래실 문화마을에서 점심시간을 가져야하기 때문에, 조양각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5시 정도로 예상한다. 장수역은 서울에서 부산간 역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장수도찰방(長水道察訪)이 주재하고 있었다.

조양각 앞 금호강변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
 조양각 앞 금호강변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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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걷기팀의 속도가 빨라 오후 4시 30분쯤 일행이 조양각에 도착한다. 이들을 맞이하는 환영식은 금호강변에서 마상재(馬上才)로 시작되었다. 마상재란 말 위에서 부리는 재주로 무예의 일종이다. 그리고 5시부터 조양각 앞에서 전별연(餞別宴)이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전별연이란 이별을 아쉬워하며 음식과 연희로 떠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잔치를 말한다.   

마상재부터 한 판

말 위에 거꾸로 서기
 말 위에 거꾸로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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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재는 인간이 말을 다루기 시작한 이래 생겨난 기술이고 기예다. 그것이 후대로 오면서 무술과 무예로 발전했고, 더 나가서는 보여주기 위한 연희로까지 변화되었다. 무예로서의 마상재는 조선 정조 때 발행된 <조선무예도보통지>에 24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이를 다시 네 가지로 대별하면 말 타고 재주부리기, 말 타고 무기 사용하기, 다수의 말과 사람이 기예 보여주기, 말 타고 경주하기다. 이번 영천 마상재에서는 이들 기예를 모두 보여주었다.

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마상재의 기본인 말 타고 재주부리기다. 이 재주는 다시 6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가 말 위에 선 채로 달리기(走馬立馬)다. 둘째가 말 등 넘나 들기(左右超馬)다. 셋째가 말 위에 거꾸로 서기(馬上倒立)다. 넷째가 말 위에 가로 눕기(馬上橫臥)다. 다섯 번째가 말 옆에 몸 숨기기(鐙裏藏身)다. 여섯 번째가 말 위에서 뒤로 눕기(臥枕馬尾)다. 이 기예를 펼쳐 보인 기수들이 이 지역 고등학생들로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말 타고 칼 쓰기
 말 타고 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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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사용하는 무기는 창, 검(劍)과 도(刀), 막대(棒)와 몽둥이(棍)다. 이번 마상재 시연에서는 이들을 들고 찌르고 자르고 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예 보여주기는 두 마리의 말과 두 기수가 참여해 단마쌍인(單馬雙人), 쌍마쌍인(雙馬雙人) 기술을 시연했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이어서 제대로 된 기술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말 타고 물건 줍기
 말 타고 물건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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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경주하기는 격구(擊毬)와 활쏘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넓은 공간에서 여럿이 펼치는 격구 대신 이곳에서는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면서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무기나 물건을 주워 올리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것은 활쏘기인데, 호랑이가 그려진 과녁을 향해 활을 쏘아 명중시키는 기예다.   

조양각에서 펼쳐진 전별연

신은미가 그린 마상재
 신은미가 그린 마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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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재 시연을 보고난 통신사 일행은 자리를 조양각으로 옮겼다. 그곳에서는 이미 전별연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전별연은 크게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 영천아리랑 민요 공연, 배따라기 무용 공연, 아리랑 태무(跆舞) 시범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연희로 전통예술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음악과 미술 퍼포먼스는 조양각에 온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화가 신은미가 그림을 그리고 가야금과 해금을 연주하는 두 명의 국악인이 반주를 하는 형식이다. 은은한 가야금과 애절한 해금 소리에 맞춰 두 장의 그림이 완성되어갔다. 먼저 그린 그림이 마상재고, 나중에 그린 그림이 금호강변 조양각의 봄이다.

조양각의 봄
 조양각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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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그림은 완성본을 감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니 퍼포먼스가 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따분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음악을 통해 퍼포먼스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완성된 그림이 영천과 관련이 있고 예술성도 있으니 퍼포먼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미술이 음악을 만났을 때 재미와 의미가 더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천 아리랑 한 번 들어 보소

영천아리랑
 영천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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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연은 전은석팀이 이끄는 영천아리랑 공연이다. 영천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만주로 이주했던 영천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로, 1993년 연변대학 박창욱 교수가 발굴 소개해 알려지게 되었다. 북한에서 발간된 <문화예술사전>에도 영천아리랑은 경상도 영천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여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1995년에는 영천아리랑이 <해외동포 아리랑 –중국 러시아편 CD>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 후 영천시는 문헌적 고증과 현지 학술조사를 거쳐 영천아리랑을 국내에 전승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영천아리랑보존회, 한국연예협회 영천지회 등이 <화합의 노래 영천 아리랑, 꿈과 희망이 담긴 영천의 노래> CD를 만들어 학교와 문화단체에 배포했다. 그리고 영남아리랑 대축제에서 영천 아리랑을 지정곡으로 선정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조양각의 봄
 조양각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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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원에서도 민요반을 운영하면서 영천 아리랑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전은석을 중심으로 한 영천아리랑보존회다. 이들 보존회 멤버 6명이 조양각 무대에서 영천아리랑을 불렀다. 영천아리랑은 강원도 아리랑에 근거한 5박자 구조다. 그러나 강원도 아리랑과 달리 사설이 빠르고 경쾌하며 긍정적이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아주까리 동백아 더 많이 열려라 산골 집 큰 애기 신바람난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탐스런 산열매 골라서 따들고 산골 집 큰 애기 임 생각 하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배따라기 무용을 통해 사랑을 표현

헌화
 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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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연은 배따라기 무용이다. 이것은 이언화 무용단이 보여준 순수 창작무로 조선통신사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2002년 창단된 이후 영천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영천 출신 여류 소설가 백신애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천아리랑을 무용으로 승화시키는 작업도 했다.

이번에는 조선통신사 전별연과 관련된 무형유산을 무용으로 재현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통신사로 일본에 가는 관리를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다. 먼저 관리가 무대에 올라 1인무를 춘다. 그리고 여인이 꽃을 들고 나와 일인무를 추고는 꽃을 놓고 간다. 잠시 후 관리가 그 꽃을 들어 여인에게 바친다.

배따라기
 배따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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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2인무를 춘다. 의상과 내용은 동양적이지만, 춤의 역동성은 서양적이다. 무대 뒤와 아래에서는 조연들이 이들의 사랑을 뒷받침하는 무용과 연기를 펼친다. 결혼을 주관하는 집례와 화동이 용선(龍船)을 이끌고 무대로 향한다. 여기서 공연은 끝을 맺는다. 우리는 이 사랑이 해피엔딩이 될 것으로 믿는다. 열린 결말이다.    

아리랑 태권도 시범단의 태무 공연을 끝으로

격파 시범
 격파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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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아리랑 태무 시범단이 역동적인 공연을 펼친다. 그것은 무술을 예술로 승화시킨 태권도 예술이다. 공연은 전통적인 태권도 시연, 격파 시범, 태권도와 무용을 결합시킨 태무 시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80여명의 학생으로 이루어진 태무 시범단은 신녕초등학교, 신녕중학교, 영천상고 학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먼저 태권도 품세의 기본을 음악에 맞춰 절도 있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격파술을 보여준다. 격파는 송판을 가르는 기술로, 두껍지 않은 송판을 기술로 산산조각 낸다. 그러므로 이들이 하는 격파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7개 송판을 연이어 격파하는 기예도 보여준다. 마지막에 보여준 격파 기술은 땅에 서 있는 사람의 어깨 위로 올라간 사람이 들고 있는 송판을 파괴하는 기예다.

태무 시연
 태무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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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독창적인 것이 태무 시연이다. 태권도에 우리의 전통을 접목시킨 공연으로, 하나는 부채춤을 다른 하나는 각설이를 접목시켰다. 태권도에 부채와 각설이를 토입한 아이디어와 안무가 빛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 때문에 아리랑 태무 시범단은 청소년 한류 공연단으로 중국에까지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가 전별연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이다. 영천아리랑 보존회 멤버들이 영천아리랑을 부르는 가운데 참가자 모두가 원을 그리며 아리랑을 따라 한다. '달 품고 별 그린 조양각 전별연'은 이처럼 다 같이 손잡고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때 시간이 오후 6시 20분이다. 봄의 한 가운데 있어선지 아직 날이 밝다.

손 잡고 아리랑
 손 잡고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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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걷기팀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이제 그들은 영천에서 하룻밤을 자고 4월 16일 아침 8시 영천 조양각을 출발해 경주부 동헌까지 37㎞를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4월 17일에는 경주에서 문화유산 탐방을 하는 대신 영천에서 문화유산 탐방을 한다. 그것은 1회에서 5회까지 경주의 문화유산을 봐서, 이번에는 영천의 문화유산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탐방지는 임고서원, 은해사 등 영천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다.

덧붙이는 글 |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2017 행사가 4월 1일부터 5월 22일까지 진행된다. 4월 1일 서울을 출발한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은 4월 5일 충주, 11일 안동을 거쳐 15일 영천에 도착했다. 이들은 22일 동래에 도착하고 24일 배로 부산을 떠나 대마도 이즈하라(嚴原)에 도착한다. 그리고 최종목적지 도쿄에는 5월 22일 도착할 예정이다. 그 중 서울, 충주, 영천을 지나온 기사를 6회 쓰려고 한다. 그 중 첫번째 기사 '영천 전별연'이다. 4월 15일 영천에서 통신사 옛길 걷기 팀을 위해 베풀어진 연회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번 걷기 행사에는 35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참가하고 있다.



태그:#영천 전별연, #조양각, #유스 조선통신사, #마상재, #영천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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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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