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다시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다. 동부는 최근 김영만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2013-14시즌 도중 사퇴한 이충희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맡은 뒤, 다음 시즌부터 정식 사령탑으로 취임하여 3시즌을 이끌어왔다.

표면적으로 김영만 감독이 팀을 이끌던 동안 동부는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고 챔프전에도 한 차례 오르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컸다. 동부는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0-4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5-16시즌과 2016-17시즌에는 6강에서 각각 3연패로 스윕당하며 플레이오프 10연패라는 창단 이래 최악의 단기전 성적을 기록했다.

삐걱이기 시작한 김영만호

김영만 감독은 사령탑 데뷔 초창기에는 무난한 외국인 선수선발과 전술운용,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관리 등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명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미 2011년부터 코치로서 활동하며 동부의 팀사정에 누구보다 밝았고, 전임 이충희 감독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떠난 뒤라 김감독은 큰 시행착오없이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3년차가 되면서 경기운영과 선수단 관리 등에서 오히려 퇴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노쇠한 김주성과 윤호영을 대체할 백업 자원을 발굴하는데 실패했고 외국인 선수 역시 변화없이 로드 벤슨과 웬델 멕키네스 등 기존 선수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 전력이 갈수록 정체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팀의 미래로 꼽히던 허웅과 두경민의 성장세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동부는 최근 두 시즌간 모두 정규시즌 5할승률을 넘기는 데도 실패했고 특히 시즌 막판부터 주전선수들의 부상과 체력고갈로 하향세를 겪으며 부진이 플레이오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허버트 힐의 컨디션 난조로 외국인 선수는 사실상 네이트 밀러 한 명만 정상 가동했던 모비스에게 6강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스윕을 당한 것은 김영만호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동부 구단은 결국 현 체제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김영만 감독과의 결별을 통하여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동부는 김주성이 입단한 2002년부터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KBL 역대 최고의 수비형 빅맨으로 꼽히는 김주성을 중심으로 강력한 높이와 수비농구를 구축하며 '동부산성'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전창진 전 감독이 이끌던 2009년까지 동부는 무려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의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동부의 마지막 우승은 2007-08시즌이 벌써 다음 시즌이면 벌써 10년이 된다.

물론 그동안에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는 몇 차례 더 있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만 세 번이나 준우승(2010-11 KCC, 2011-12 KGC 인삼공사, 2014-15 모비스)에 그치며 아쉽게 돌아서야했다.

동부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선물한 전창진 감독과 결별한 이후로는 사실 '감독 복'도 별로 없는 편이었다. 강동희 전 감독은 재임기간중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2013년 프로농구 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꼽히는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영구제명당하며 동부의 역사에도 영원히 씻을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하필 그 다음으로 등장한 이충희 감독은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극도의 부진속에 시즌 최하위의 굴욕을 남기고 한 시즌도 안되어 중도 낙마했다. 역대 최악의 감독들이 하필 줄줄이 동부를 거쳐가는 전대미문의 쓰나미 속에 더 큰 후유증은, 당장의 성적만이 아니라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위한 골든타임마저 허비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앞으로 동부의 후임 감독은 누가 되든 고생문이 훤히 열렸다.

동부는 15년을 함께해온 김주성이 이제 정말로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윤호영도  노장 축에 들어가는 데다 최근 몇년간 부쩍 잦아진 부상으로 점점 기량도 하락세다. 가드 박지현은 은퇴선언을 했으며 허웅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동부의 신임 감독은 당분간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기초부터 새롭게 만들어가야한다.

동부의 간판이자 전설인 김주성은 올시즌 프로농구 역사상 서장훈-추승균에 이어 역대 3번째로 1만 득점을 돌파라는 위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김주성의 프로무대 마지막 우승 경력은 20대 시절에 멈춰져있다. 한 때 '다섯 손가락에 모두 우승반지를 채우는게 목표'라던 김주성도 어느덧 한국 나이 39세의 노장이 되어 선수생활의 황혼을 바라고 있다. 과연 김주성이 은퇴전에 마지막으로 동부에서 한 번 더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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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김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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