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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6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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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에 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증인 신문이 끝나고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이어 날짜까지 짚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첫 발언이 끝나고 다시 한 번 발언 기회를 달라며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서류를 들고 손짓을 더 해가며 두 차례에 걸쳐 항변한 후에야 자리에 앉았다.

"유진룡의 괘씸죄 주장, 사실과 달라"

김 전 실장은 이날 유 전 장관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면직 이유를 "괘씸죄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한 발언을 부인했다. 그는 "오늘 증인(유진룡)의 증언을 들으며 몇 가지 사실관계를 말하고 싶다"라며 "증인은 자신이 면직된 것이 비서실장에게 잘못 보인 괘씸죄였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의 면직은 청와대의 개각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 세월호 사건 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7명 정도 개각이 있었다"라며 "일일이 사전 통보를 했는데 증인이 해외 출장 중이라 직접 전화를 못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문체부 1급 인사 관련해 청와대근무 당시, 문체부 1급 몇 명인지 성, 이름 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앞으로 재판을 해보면 알겠지만, 문체부 1급 인사에 대해 전혀 관여하거나 개입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박영수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대한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에게 사표를 강요한 의혹을 수사했고, 그 결과 실제로 6명 중 3명이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실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내용을 두고 위증 혐의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당시 언론에 보도된 1만여 명의 명단을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청문회에 나간 게 12월 7일인데 블랙리스트는 그 전부터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서 2014년 5월 정부에서 만든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방안'이란 공문서를 보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반정부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이 정리된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김 전 실장 등을 구속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문건이다. 청와대가 작성하고 문체부가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뤄지자 박영수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나선 그는 첫 발언을 마치고 재차 발언 기회를 요구했다. 고 김영한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부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김 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자신을 각종 의혹의 지시자로 지목한 것에 대해 "비망록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서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통합진보당의 해산 선고나 장하나 의원의 대통령 모욕 발언에 대한 고발 모두 내가 시킨 것처럼 돼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수석) 비망록에 (나를) 나타내는 '장'이라는 표시가 간간히 있지만 없는 건 당연히 내 발언이 아니고 있어도 내 발언이라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통진당 해산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사건 선고 이틀 전에 정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의 재판 결과를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언급한 것을 말한다.

김 수석의 비망록(업무수첩)에는 2014년 12월17일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이란 글자 아래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이라고 적혀 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선고 기일을 공개했고, 이틀 뒤인 12월19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통진당 사건의 재판 결과까지 청와대에 미리 유출된 것 아니냐며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실장은 발언 마지막까지 "비망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증인신문이 모두 끝났음에도 방청석에 앉아 김 전 실장의 주장을 지켜봤다.

다음은 김 전 실장의 발언 전문이다. 

증언을 들으며 몇 가지 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 말하겠다. 첫째 증인면직이 실장에게 잘못보인 괘씸죄로 들어 말했는데, 정말 그런 일 없고 유진룡 증인에 대해 괘씸죄 할만한 그런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이후 여러 가지 민심차원 측면에서 7명 정도 개각이 이뤄졌다. 내가 일일이 사전 통보했는데, 증인이 모스크바인가 해외출장중이어서 직접 전화 못하고 그 당시 국무조정실장에게 해달라고 했을 뿐이다. 괘씸죄로 면직된 것처럼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두 번째, 문체부 1급 인사 관련해서 청와대 근무 당시 문체부 몇 명인지 성이 뭔지 알지 못했다. 일 시킨 것도 보고 받은 것도 없다. 개인적인 원한도 없다. 문체부 연락해서 이렇게 받았다는 진술서가 있는데, 사실 저희는 고위 공무원이 일 잘하는지 아닌지는 민정수석, 공직기관비서관 시키면 다음 날 보고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일 전혀 없었다. 1급 인사에 대해서 앞으로 재판해보면 알겠지만 전혀 관여하고 개입한 바 없다. 

셋 째, 증인이 진술한 거 보면 수사기록 149페이지에 저는 김진선 위원장 사직 문제가 김기춘 실장의 개인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추진됐을 수도 있다고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노구 이끌고 여러 가지 봉사하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어떤 분, 그 분이 비서실장으로 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그런 일 전혀 없었다.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게 퇴직시킬 사람 명단 줬다고 증언했는데 비서실장은 대통령 명을 받아 정무직, 주로 장차관 아무개로 장관으로 쓰고 싶은데 미리 면접해서 알아봐 달라는 지시가 간다. 정성근 후보자도 그런 취지였다. 대통령 위해 열심히 일 할 수 있나, 국회 청문회 가면 문제될 게 없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가치에 대해 당신 신념 어떠한가 정도를 묻는다. 정 후보자와도 그렇게 한번 면담했다. 그 후보자에게 문체부 누구 잘라라 한 적 없다. 

마지막으로 블랙리스트 관련해 국회 증언 관련해서 도종환 의원의 질문에 우리는 분명 만든 적 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블랙리스트는 신문에 보도된 9000명 1만 명 리스트가 나왔는데, 그것을 만든 적 없다고 한 것이다. 제가 청문회 간 게 12월 7일이다. 그 전부터 블랙리스트는 보도됐다. 검찰 공소장 보면 2014년 5월경에 문 제단체 조치 및 관리 방향 봤냐고 특검에서 조사 받았는데, 나이가 많고 그래서 기억 안 난다고 했다. 

그 이후 신동철(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수사기록 보니까 그거 만들어서 대면보고 한 게 아니고, 사후에 문서를 참고하라고 올려 보낸 일이 있다고 했다. 청문회 나갔을 때는 그런 문서 있는 줄 기억 못했다. 그렇기에 내 기억대로 블랙리스트 만든 적 없다. 오진숙 (문체부) 직원이 여러 가지 전화로 불러주는 거 이리저리해서 자기들이 관리했고 하는데, 청와대에는 그런 명단 없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그랬다. 그래서 국회에서 증언한 거고.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니까 뒷통수 치게 하고 싶은 거 아니라는 말 하고 싶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 

한마디만 더 드리겠다. 그리고 특검에 낸 유진룡 증인이 말한 진술서를 보면 방성규에 대한 불합리한 파면요구는 김기춘 실장이 오랫동안 자신에게 따르지 않고 스스로 사직한 저에 대한 보복차원에 무리하게 한 것으로 본다. 김영한 민정수석 수첩에 기록된 방성규 메모로 직권남용 드러났다고 진술했는데 비망록, 자세히 보니까 2014년 6월 17일 낙서처럼 돼 있다. 

김진각 비서관, 방성규 실장 언론담당, 언론재단, 미얀마, 랑군 출장, 여직원 성희롱 녹취, 만료, 사표수리 의견, 이런 것들이 낙서처럼 있다. 그리고 뒤에 보면 6월 23일 비망록 보면 다른 거 적어놓고 '방성규 문체부 실장 징계 끝'이라고 있는데 이 두 군데 어디도 '장'이란 표시가 없다. 이 비망록 갖고 내게 많이 추궁 하지만 읽어보면 주로 자기 의견 많이 쓰고 장이라는 표시 간간히 있지만 없는 건 당연히 내 발언 아니고 있어도 내 발언이라 할 수 없다.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 해산선고 때, 12월 19일 해산선고 30분 전에 표결했다. 헌재 소장도 재판관 누구도 그 결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이틀 전인 12월 17일 소위 비망록 보면 장 해놓고 그 밑에 통진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이견 조율 중이라고 쓰여 있다. 이견이 조율되면 19일, 20일 초반이라는 식의 기록도 있다. 그래서 어느 시민단체에서 헌재소장과 저를 그런 내용, 미리 누설했다고 고발한 거 봤는데 전혀 객관적 사실 맞지 않다. 

그리고 8월 기록 보면, 장하나라는 분이 대통령 모욕 발언해서 뭐 고발당했는데, 그 다음날 기록 보면 '장하나 의원 고발' 하고 '장'이라고 해서 내가 시킨 것처럼 기록돼 있다. 자기가 해놓고 보고하는 내용으로 쓴 건지 모르겠으나 그것만 봐도 이 비망록 내용이 신빙성 떨어진다. 



태그:#김기춘, #유진룡, #김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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