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혜선이라 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다재다능. 구혜선은 모델을 거쳐 배우로 데뷔했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영화 <유쾌한 도우미> <요술> <복숭아 나무> 등 감독으로 변신하기도 했고, <탱고>라는 소설을 내기도 했다. 그림 전시회를 열어 그림 실력을 뽐낸 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즈 뉴에이지 앨범을 발매하거나 다른 가수들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대중의 시선이 따가울 때도 있었지만,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구혜선은 꿋꿋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갔다. '구혜선'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너무 쉽게 프로의 세계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든 구혜선의 열정만큼은 함부로 폄하할 수 없다.

[신혼일기] 현명하면서도 귀여운 구혜선의 '인간적 매력'


tvN <신혼일기>에서 구혜선은 대중의 선입견과 달리, 자신을 굳이 포장하거나 꾸미려 하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눌러쓴 모자에 되는대로 걸쳐 입은 옷차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느낌이 없는 구혜선은, <신혼일기> 속에서도 피아노를 치거나 요리를 하거나, 강아지랑 놀거나, 남편인 안재현과 대화를 나눈다. 이 자연스러운 모습 속에서 누군가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구혜선 자체를 보여준다.

구혜선은 갈등이 있는 상황 속에서도 조곤조곤 말을 던지며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낼 줄 안다. 정체불명의 요리를 하면서도 본인 스스로 즐기며 음식을 차려낸다. 카메라 앞에서 방귀까지 뀔 줄 아는 구혜선의 격 없음은 새침하고 포장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집는다. 여느 배우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편안한 그림을 제공한다. 여기에 '현실에 없을 법한 아내 바보' 안재현이라는 상대방이 있어서 완성된다.

두 사람의 신혼은 '결혼 장려 프로그램'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달콤하게 표현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부부이기 때문에 그들의 애정행각이 '진짜'가 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들 스스로 가면을 쓰지 않고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시청자들은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구혜선은 부부 중 한 사람으로서뿐 아니라, 본연의 매력을 가진 인간으로서 비친다. <신혼일기> 속의 구혜선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구혜선의 재발견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당신은] 조금씩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연기력


반면 <당신은 너무 합니다>(아래 <당신은>)의 구혜선은 다소 불안해 보인다. 구혜선은 드라마의 첫 회부터 특유의 말투와 연기 톤으로 '연기력 논란' 중심에 놓였다. 구혜선이 표현하는 '정해당'이라는 캐릭터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밤무대 가수 정해당은 톱가수 유지나(엄정화 분)를 흉내 내는 모창 가수다. 그러나 유지나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밤무대 가수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유지나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데 정해당은 실패한다.

이를테면 관능적인 몸짓으로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 섹시한가요' 묻는 장면이 그렇다. 밤무대 가수로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 설정 속에서, 구혜선이 연기하는 정해당은 밤무대 가수라는 능력과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유지나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유지나를 '잘' 흉내 낸다는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어설픈' 유지나 모창 가수를 만들며 캐릭터의 직업적 가치를 잃어버린다.

예컨대 손님이 조롱의 의미로 무대로 던진 바나나를 집으며 "돈으로 줬으면 더 좋았을걸. 그랬으면 더 화끈하게 벗었을 텐데"라며 드레스 자락을 고쳐 매는 장면은 어땠나. 이런 손님이 한둘이 아닌 터기에, 정해당의 숙련된 대처 기술을 표현한 장면이다. 하지만 밤무대 가수로서 겪어야 하는 아픔과 애환은, 구혜선의 외모 안에 '연기를 위한 연기'로 묻히고 만다. 이는 표현력의 문제가 아닐까.

회가 거듭될수록 밤무대 가수로서 정해당의 입장보다, 일상적인 연기가 주를 이루며 논란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조성택(재희 분)이 사망한 후 보여준 눈물 연기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쉽다. 논란이 되지는 않더라도, 크게 주목할 만한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연기력 논란을 딛고 발전을 해온 구혜선이다. 하지만 <논스톱> 이후 13년 동안, 여전히 연기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건 그만큼 구혜선의 성장이 더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신혼일기>로 인간적인 매력을 증명한 구혜선. <당신은>이 끝날 때까지 배우로서의 매력 역시 대중에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구혜선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