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 시즌에 82경기를 치르는 NBA에서 특정팀이 연패를 당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만 그 팀이 골든스테이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골든스테이트가 연패를 당한 것은 146경기 만이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이후 한 번도 연패가 없었던 골든스테이트는 무려 23개월 만에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물론 동부 원정 5연전을 치르고 있는 골든스테이트의 일정이 수월하진 않았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에 만났던 워싱턴 위저즈는 동부컨퍼런스 3위에 올라 있는 강팀이고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브루클린 네츠로부터 슈터 보얀 보그다노비치를 영입하며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시카고 불스 역시 골든스테이트와 만나기 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연패를 당했다는 것보다 주포 케빈 듀란트의 부상 이후 경기 내용이 부쩍 나빠졌다는 점이다. 워싱턴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한 듀란트는 내측부인대 염좌부상으로 잔여 정규 시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 시즌 연속 NBA 전체 승률 1위를 노리던 골든스테이트의 계획에 빨간 불이 들어온 셈이다.

'무관의 제왕' 듀란트,  반지 원정을 떠나다

듀란트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와 함께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이다. NBA에 입성하자마자 신인왕을 차지한 듀란트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함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NBA 최고의 득점원으로 명성을 떨쳤다. 3년 연속 득점왕과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MVP, 올스타 7회 연속 출전, 올림픽 금메달 2개, 5년 연속 올NBA 퍼스트팀 선정 등 듀란트는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갖춘 듀란트에게도 딱 하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NBA 우승반지였다. 듀란트는 2011-2012 시즌 서부컨퍼런스를 점령하고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파이널에서 빅3가 버틴 마이애미 히트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그 후에도 두 번이나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미끄러진 듀란트는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한계를 느끼고 작년 7월 서부 최강팀 골든스테이트와 전격 계약을 맺었다.

물론 듀란트의 이적이 농구팬들에게 좋게 보일리 없었다. 특히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레전드 레지 밀러는 "위대한 왕은 자신의 왕국을 싸구려 반지와 바꾸지 않는다"는 말로 듀란트의 이적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에게 듀란트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다.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와 계약을 맺은 후 기존의 주전 멤버였던 해리슨 반즈(댈러스 매버릭스)와 앤드류 보거트(클리블랜드)를 팀에서 내보내며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슈퍼스타 하나를 얻으면서 기존의 주전 선수를 둘이나 잃었지만 듀란트가 가세한 효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 가세 후 평균 25.3득점을 올리며 팀에 잘 녹아 들었다. 비록 평균득점은 오클라호마 시절에 비해 다소 하락했지만 데뷔 후 가장 높은 53.7%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며 더욱 효율적인 농구로 황금전사 군단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듀란트는 NBA 입단 당시 206cm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프로 입단 후 키가 더 자라 현재는 211cm라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팔 길이는 220cm에 달해 상대가 느끼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이런 선수가 어지간한 가드를 능가하는 슛거리와 돌파력을 가지고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제어하기가 불가능하다. 기존 스플래쉬 브라더스(커리-클레이 탐슨)에 듀란트가 가세한 골든 스테이트는 시즌 개막 후 59경기에서 50승을 올리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었다.

146경기 만에 연패, 샌안토니오의 추격이 시작됐다

듀란트는 원정 5연전의 두 번째 경기였던 1일 워싱턴전에서 경기 초반 팀 동료 자자 파출리아와 충돌하며 무릎을 다쳤다. 결국 듀란트는 다시 코트에 돌아오지 못했고 경기는 워리어스가 108-112로 패하며 4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그리고 듀란트는 다음날 검진에서 내측부인대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다. 재활과 복귀 과정까지 적어도 4주의 기간이 걸리는 제법 큰 부상이었다.

다급해진 골든스테이트는 방출 시장에서 새크라멘토 킹스와 이별한 만36세의 베테랑 포워드 맷 반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3일 시카고전에서는 만21세의 루키 패트릭 맥카우를 선발 스몰 포워드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8순위 지명을 받은 루키가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빈자리를 메우긴 역부족이었다. 맥카우는 시카고전에서 28분을 뛰었지만 11득점4리바운드에 그쳤다.

물론 골든스테이트는 맥카우 외에도 안드레 이궈달라라는 올스타 출신의 매우 뛰어난 스윙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벤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이궈달라가 주전으로 올라오면 벤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새로 영입한 반스는 수비와 속공 가담능력, 외곽슛을 두루 갖춘 준수한 선수지만 전성기가 한참 지난 노장인 데다가 악동 기질이 있어 자칫 팀 분위기를 해칠 염려가 있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골든스테이트가 듀란트의 부상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추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가 연패를 당하는 동안 샌안토니오는 인디애나를 제압하며 골든스테이트와의 승차를 세 경기로 좁혔다. 샌안토니오는 후반기 들어 부상에 허덕이던 센터 파우 가솔이 복귀하면서 5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자칫 골든스테이트가 잔여 시즌에 흔들렸다간 샌안토니오에게 추월을 허용할 수도 있다.

사실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가 빠지더라도 커리,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으로 이어지는 올스타 3인방을 보유한 강팀이다. 그럼에도 듀란트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것은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이적 후 빠르게 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이 걸린 '지구 방위대' 황금전사들이 에이스가 빠진 지금의 의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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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케빈 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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