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2차전 수원 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선취골을 기록한 수원 산토스가 기뻐하고 있다. 2017.3.1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2차전 수원 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 선취골을 기록한 수원 산토스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초록 그라운드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수원 블루윙즈의 파랑색은 '심기일전(心機一轉)'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비록 상대가 우승 후보 광저우 에버그란데라고 하지만 홈팬들 앞에서 지난 시즌에 거듭하던 무승부의 불편한 기억을 되풀이하고 말았다. 2017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이 슈퍼 매치로 떠올랐지만 정작 선수들의 마음은 가시방석이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지난 1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17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홈 경기에서 다 잡은 승리를 아쉽게 놓치며 2-2로 끝냈다.

축구, 완승과 무승부 그 차이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수원 블루윙즈는 축구 명가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수원 블루윙즈의 파랑색 잉크는 아무나 함부로 지울 수 없는 자존심의 역사다.

그런데 지난 해 그들은 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의 강등을 걱정해야 했다. 리그 막바지 일정을 치르며 정신을 바짝 차린 덕분에 강등권에서 벗어나고 FA(축구협회)컵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지만 부진했던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내렸어야 했던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1, 2라운드 두 경기로 시즌을 다른 팀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해 들었던 불편한 이야기들을 씻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포항에서 데려온 골키퍼 신화용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육육이' 별명의 다미르 말고는 지난 시즌 수원 블루윙즈의 핵심 선수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이 부분이 새 시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수원 블루윙즈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한계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도 다 잡은 승리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80분에 이르기까지 수원 블루윙즈는 2-1 승리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최근 이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자였다는 사실을 간과하다가 뒤통수 한 방을 얻어맞고 말았다.

축구는 1골 승부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스포츠다. 그런데 2~3골 이상의 큰 점수 차이로 시원하게 이기는 경기나 1-0 또는 2-1로 이기는 경기나 승점 3점은 똑같다. 같은 승점 팀끼리 다른 자료를 대비시키기는 하지만 승리와 패배라는 기본 공식에서 점수 차이는 간혹 무시되기도 한다. '그저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지'라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도자와 선수들은 1골 차로 이기고 있다면 긴장의 끈을 너무 쉽게 놓고 남은 시간 안일한 지시나 플레이를 펼치곤 한다.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 시즌 38경기 중에서 18경기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2팀 중 단연 최고의 수치다. 절반에 가까운 47.36%의 비율이 바로 무승부 경기였다.

지난 주에 벌어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1-1로 비기고 돌아온 것은 결코 나쁘게 볼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지만 이번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홈 경기는 수원 블루윙즈에게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기회였다. 1골 차이로 앞서가고 있을 때 추가골 기회를 확실하게 골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강팀의 척도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수원 블루윙즈가 또 간과한 것일까?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 해부터 유독 뒷심이 모자랐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 흐름을 망치는 바람에 무승부로 끝난 경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도 이 병폐는 여전했다. 추가골은 물론 쐐기골 기회를 충분히 자기 것으로 챙길 수 있는 능력이 2% 모자란 셈이다. 프랑스 리그 앙 디종으로 떠난 권창훈의 빈 자리도 역시 눈에 띄었다.

골대 불운은 과정일 뿐, 이기지 못한 핑계는 아니다

봄을 재촉하는 빗속에서도 수원 블루윙즈의 이름을 외치는 서포터즈의 함성은 변함이 없었다. 그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간 골을 터뜨리며 수원 블루윙즈가 먼저 웃었다. 코너킥 세트 피스로 얻어낸 골이어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15분에 산토스의 이마가 빛났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염기훈의 왼발 킥을 산토스가 따라붙으며 광저우 에버그란데 골문을 시원하게 갈랐다. 좋은 축구 팀이 세트 피스 준비를 얼마나 하는가를 이 경기를 통해 수원 블루윙즈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골은 산토스가 넣었지만 바로 앞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맨 마킹을 무력화시키는 동료들의 움직임이 좋았다. 말 그대로 세트 피스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면 흉내내기도 어려운 골이라는 말이다. 산토스는 그냥 스탠드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의 바로 앞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구자룡과 이정수가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끈질기게 해내며 시선을 한쪽으로 집중시킨 덕분이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두 번째 골도 염기훈이 왼발로 처리한 코너킥 세트 피스였다. 32분, 수원 블루윙즈가 2-1로 다시 달아날 때 오른발로 골을 넣은 조나탄 그 앞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한몸으로 끌어모은 구자룡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축구의 개인 기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팀 플레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수원 블루윙즈의 두 골 장면이었다.

하지만 수원 블루윙즈는 1-0, 2-1로 각각 앞서고 있을 때 더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카드를 내밀지 못했다. 이 지점이 진정한 강팀을 가리는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팀이 추가골, 쐐기골을 원하는 만큼 뽑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원은 선취골 이후 단 9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24분에 광저우 에버그란데 리아오 리솅의 헤더 패스를 받은 골잡이 히카르도 굴라트가 오른쪽 발등으로 톱 스핀을 걸어 뜻을 이뤘다. 수원 블루윙즈의 경험 많은 골키퍼 신화용도 어쩔 수 없는 완벽한 슛이었다.

그런데 81분에 내준 두 번째 동점골 상황은 수원 블루윙즈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설프게 엉덩이를 뒤로 빼는 수비 라인이 화근이었다. 그 사이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미드필더 알란 카르발류는 단 한 명의 마크맨도 없이 편안하게 오른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차 넣을 수 있었다.

수원으로서는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3-1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38분에 왼쪽 측면에서 새 얼굴 김민우가 완만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 공을 향해 단 두 선수만 솟구쳤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골키퍼 정청이 점프 타이밍이 조금 늦은 사이를 틈 타 수원 블루윙즈 골잡이 조나탄이 뛰어올라 먼저 이마로 공을 처리했다. 그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원에게는 3-1로 멀리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수원 블루윙즈는 대역전패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팬들로부터 '육육(66)이'라는 별명을 얻은 새로운 미드필더 다미르가 교체 선수로 들어왔지만 그가 내준 위험 지역 반칙 때문에 아찔한 장면을 지켜볼 뿐이었다. 첫 번째 동점골 주인공 굴라트가 위력적인 오른발 직접 프리킥을 날렸고, 이 공을 수원 블루윙즈의 골키퍼 날아오르며 쳐낸 것이다.

이제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FC서울과의 까다로운 슈퍼 매치 어웨이 경기(5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11일에는 지난 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심판 매수로 인한 징계를 받아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하게 된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가 이어진다. 봄바람을 즐길 여유가 없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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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AFC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 결과(1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2 광저우 에버그란데 [득점 : 산토스(15분,도움-염기훈), 조나탄(32분,도움-염기훈) / 히카르도 굴라트(24분,도움-리아오 리솅), 알란 카르발류(81분)]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염기훈, 조나탄, 산토스(76분↔박기동)
MF : 김민우, 이용래(61분↔김종우), 이종성(86분↔다미르), 장호익
DF : 매튜, 이정수, 구자룡
GK : 신화용

◇ G조 현재 순위표(가와사키 프론탈레, 이스턴 SC는 경기 기록 합산 안 됨)
1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4점 1승 1무 9득점 2실점 +7
2 수원 블루윙즈(한국) 2점 2무 3득점 3실점 0
3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1점 1무 1득점 1실점 0
4 이스턴 SC(홍콩) 0점 1패 0득점 7실점 -7
축구 챔피언스리그 수원 블루윙즈 K리그 클래식 광저우 에버그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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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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