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맨유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레스터 시티. 리그 2위인 토트넘이 첼시와 비기면서, 레스터 시티는 1884년 구단 창단 이래 132년 만에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6년 5월 1일 맨유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레스터 시티. 리그 2위인 토트넘이 첼시와 비기면서, 레스터 시티는 1884년 구단 창단 이래 132년 만에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 연합뉴스


지난 시즌에 비해 훨씬 덜 주목받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잔류와 챔피언스리그 8강 이상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는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제이미 바디의 빼어난 골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스터 시티(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전 4시 45분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세비야 FC(스페인)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골잡이 제이미 바디의 귀중한 만회골 덕분에 2차전 홈 경기를 통해 8강행 희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슈마이켈의 PK 슈퍼 세이브

어웨이 팀 레스터 시티 선수들은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깜짝 우승의 기억을 당분간이라도 떠올리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이 화급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패배(0득점 12실점)의 충격은 물론 강등권에 가까운 현실이 바로 코앞에 닥쳤다.

그나마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던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에서도 3부리그(잉글리시 리그 원) 밀월 FC에게 0-1로 패하는 바람에 쓸쓸하게 돌아서야 했던 레스터 시티다.

이제 레스터 시티에게 남은 과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다. 대망의 별들의 잔치, 우승까지는 욕심부리지 않아도 다른 유럽 리그의 빅 클럽과 한 번이라도 상대해보기 위해서는 8강 이상의 문턱은 올라서야 한다.

레스터 시티는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덕분에 대진표도 나쁘지 않았다. 그 상대는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의 다크 호스 세비야 FC였다. 이번 1차전이 어웨이 경기이기 때문에 창단 이래 공식 경기에서는 처음 만나는 상대 선수들과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의 피치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후 13분 만에 주장 완장을 찬 웨스 모건이 세비야의 호아킨 코레아를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예상보다 일찍 실점 위기를 맞은 셈이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호아킨 코레아는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시도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의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은 포기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냈다. 여기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홈팬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제이미 바디, 희망의 만회골 적중

페널티킥 실패 때문에 관중석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세비야 FC의 공격 축구는 멈추지 않았다. 25분에 시원한 측면 크로스 공격으로 멋진 선취골을 뽑아낸 것이다. 세르지오 에스쿠데로가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로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파블로 사라비아가 솟구치며 위력적인 헤더 슛을 꽂아넣었다.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를 기록한 캐스퍼 슈마이켈도 그냥 서서 바라볼 정도로 크로스 궤적이나 헤더 슛의 속도가 빨랐다.

그리고 후반전 중반에는 세비야의 호아킨 코레아가 페널티킥 실축의 멍에를 벗어던지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61분에 스테반 요베티치가 기막힌 가슴 트래핑 이후 드리블 동작에서 절묘한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로 호아킨 코레아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빛내준 것이다.

두 번째 골을 내준 레스터 시티 선수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남은 시간을 더 무기력하게 뛸 수는 없었다. 한 골이라도 따라붙는다면 2차전에서 멋진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덕분에 73분에 멋진 만회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깔끔한 패턴 플레이를 펼치며 대니 드링크워터가 반 박자 빠른 크로스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낮게 깔리는 드링크워터의 크로스를 향해 간판 골잡이 제이미 바디가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결정적인 한 방이 이럴 때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명장면이었다.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응원하러 온 레스터 시티 팬들의 환호성이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을 뒤덮었다. 그들은 이제 다음 달 15일 그들의 홈 그라운드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세비야 FC를 1-0으로 이기기만 한다면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8강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레스터 시티는 물론 그보다 앞서 벌어지는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강등권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는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패배의 사슬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는 28일 오전 5시(한국 시각) 리그 5위에 올라 있는 강팀 리버풀 FC를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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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23일 오전 4시 45분,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스페인 세비야)

★ 세비야 FC 2-1 레스터 시티 [득점 : 파블로 사라비아(25분,도움-세르지오 에스쿠데로), 호아킨 코레아(61분,도움-스테반 요베티치) / 제이미 바디(73분,도움-대니 드링크워터)]

★ FC 포르투(포르투갈) 0-2 유벤투스(이탈리아)

◇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일정(왼쪽이 홈 팀, 한국 시각 오전 4시 45분 킥 오프 / 괄호 안은 1차전 결과)

3월 8일(수) ☆ 아스널 - 바이에른 뮌헨(1-5) / 나폴리 - 레알 마드리드 CF(1-3)
3월 9일(목) ☆ FC 바르셀로나 - 파리 생 제르맹(0-4)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 SL 벤피카(0-1)
3월 15일(수) ☆ 레스터 시티 - 세비야 FC(1-2) / 유벤투스 - FC 포르투(2-0)
3월 16일(목) ☆ AS 모나코 - 맨체스터 시티(3-5)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바이에르 04 레버쿠젠(4-2)
축구 챔피언스리그 레스터 시티 세비야 FC 제이미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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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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