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 1월 4일 영화 홍보차 내한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00만 명 이상이 영화 <너의 이름은.>을 본다면 다시 내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후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만 35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공약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 달 만에 다시 한국에 오게 됐다. 10일 오전 서울 논현동 소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앙코르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행복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서울의 2월이 이렇게까지 추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따뜻할 때 오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도.

그는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밥을 먹었다"며 '네가 친구라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행복했다, 다시 한국에 왔을 때 맛있는 밥을 먹고 싶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재방문 의사까지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말을 정리했다.

 1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너의 이름은.> 앙코르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8일 영화 <너의 이름은.>이 35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해 다시 한국에 방문했다.

1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너의 이름은.> 앙코르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 <너의 이름은.>이 35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해 지난 8일 다시 한국에 방문했다. ⓒ 국외자들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감독보다 뮤지션이 됐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한다. "관객의 마음을 바로 변화시키는 음악을 동경한다, '음악이라는 건 좋구나 부럽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너의 이름은.> 속 OST 작업을 함께 한 레드윔프스에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짜증이 날 때도 있었고 싸우기 직전까지 갔지만 그때마다 레드윔프스의 보컬 노다 요지로씨가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것이 꼭 타키나 미츠하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적도 있다고. 

그는 지난 번에 한국에 와 샤이니의 종현을 만났고 멋진 청년이라 생각했다며 "언젠가 샤이니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해본 적도 있다"고 말해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4번이면 충분! 그렇게 많이 보지 않았으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관객들이 <너의 이름은.>을 4번 정도만 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인사 때 관객들에 여쭤보니 3번 이상 반복해서 보신 분들이 많았고 10번 이상이나 50번 이상 보신 분들도 있더라"라며 "50번 이상 보신 분들은 블루레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수십 번 본 관객들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된다고 한다. 영화 속 옥에 티가 있기 때문. "가령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시락의 유통기한이 극 중 설정된 날짜와 맞지 않는 실수 같은 것이 있다. 몇십 번 보시는 분들은 이런 지적을 하시는데 그렇게 많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 아무리 많이 체크를 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체크하는 건 이겨낼 수 없을 거다. 또 다음 번에는 좀 더 조심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틀린 것 없이 만들겠다."

 <너의 이름은.>은 연대의 서사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1위를 기록한 영화 <너의 이름은.>.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이토모리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서로 몸이 뒤바뀌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다음 작품? 고민하자니 속이 쓰려

영화 <너의 이름은.>이 한국만이 아닌 일본에서도 18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두자 자연스럽게 그의 다음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이 일본의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그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고 고민이 된다"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이 아파온다"고 언급했다. 이어 "<너의 이름은.>을 특히 젊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 것 같다"고 살짝 알렸다.

그는 또 한국에서 개봉할 <너의 이름은.> 더빙판 성우 캐스팅에 대해서는 "수입사에 모든 걸 일임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타키 역 캐스팅에 신경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의 이름은.>의 타키가 몸이 바뀌면서 남자와 여자 두 가지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는데 "심각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기다고 생각한다든지 웃어버리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다른 성(性)에 대한 연기도 할 수 있었으면"이라고 전했다.

감독이 전하는 애정어린 조언

그는 마지막으로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젊은 시절 느꼈던 아픔이나 기쁨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은 강한 감정은 나이가 들면서 옅어지고 묽어져간다. 빛바래가는 감정들을 기억에 담아 두고 잊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만드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술은 나중에 따라올 것이다."

 <너의 이름은>이 흥행 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미츠하를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고민도 있고 놀림도 받지만 귀여운 면을 가진 사랑 받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었다." ⓒ 메가박스 플러스엠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살았던 마을은 골짜기 아래 있는 마을이라 해가 산에 가려져 늦게 뜨고 또 빨리 졌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하늘의 색깔이 변해가는 걸 바라보며 지냈고 그런 어린 시절의 체험이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전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또 "한국 관객들에게 아저씨가 어떻게 소년 소녀들의 감성을 이렇게 잘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며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에서 점점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빛이 바래지겠지만 어린시절 느꼈던 슬픔이나 기쁨을 계속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또한 중고등학교 때 느꼈던 아픔이나 기쁨 등의 감정을 기억해내면서 시나리오를 쓴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 젊은 관객들이 그의 시나리오에 공감하는 것이 기쁘다고.

 10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너의 이름은.> 앙코르 기자회견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8일 영화 <너의 이름은.>이 35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해 다시 한국에 방문했다.

"어쩌다 마주친 사람이 나의 운명적 상대일 수 있다."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영화 <너의 이름은.>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한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국외자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만나는 사람들 중에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어쩌다 마주친 사람이 운명적 상대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꼭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내일에 대한 강한 희망'을 젊은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는 것. 동시에 동일본 대지진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재해, 슬픈 기억에 대한 위로가 되거나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진심은 통했을까? <너의 이름은.>이 개봉한 이후 한국에서 일었던 열풍을 보면 적어도 많은 한국 관객들은 "그렇다"고 말한 것처럼 보인다.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내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