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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과 증여를 통하여 대상지를 매입하거나 확보해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The National Trust of Korea, NT)의 최중기(인하대 해양과학과 명예교수)공동대표를 포함하여 NT회원 몇 사람과 함께 지난 2017년 1월 20일~22일(금~일) 일본 쓰시마(対馬島,대마도)에 다녀왔다. -기자 말

이어 자연공원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해궁(海宮)인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わたづみじんじゃ)'로 갔다. 바다에 세운 두 개의 도리이(鳥居)가 무척 유명한 곳이다. 바다에서 신사의 본전(本殿)까지 다섯 개의 도리이가 이어져 있으며 밀물이 들 때는 최대 2m나 바닷물에 잠기는 도리이도 두 개 있다. 특히 두 개의 도리이는 아소만의 잔잔한 파도와 어우러져 해궁과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도리이가 두 개 물 속에 있다
▲ 일본 쓰시마 도리이가 두 개 물 속에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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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키(記紀,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기록된 일본 신화의 주인공인 야마사치히코와 우미사치히코(山幸彦と海幸彦, やまさちひことうみさちひこ)로 유명한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彦火火出見命)와 도요타마정(豊玉町)의 유래가 되었으며 바다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를 신으로 모시고 있다.

옛날부터 용궁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음력 8월 1일 오마츠리(大祭)가 열리며 무형문화재 춤(舞)사위인 봉납연예(奉納演芸,ほうのうえんげい,신불(神佛)에게 헌상하는 춤)와 후나구로대회(船ぐろう(배의 안전귀환을 기원하는)大会)로 붐빈다.

신사 본당
▲ 일본 쓰시마 신사 본당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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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뒤편의 숲길이 무척 좋고, 오래된 고목 아래에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의 묘비석이 보인다. 신령스러운 나무 아래에 큰 바위가 좌측에 있고, 둥근 바위의 묘비석이 이채로운 곳이다.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인지 무섭기도 하고 음침하기도 했지만, 숲이 좋아서 잠시 걸어보았다. 오랜 된 물 펌프도 하나 있어 살짝 만져보기도 했다. 마중물을 넣으면 금방이라도 물이 올라올 것처럼 보인다.

해신의 무덤
▲ 일본 쓰시마 해신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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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차를 돌려 '기사카(木坂)'쪽으로 갔다. 정말 이제는 어둑어둑하다. 인근의 '가이진신사(海神神社)'앞에 차를 세워두고는 '모고야(藻小屋)'로 갔다. 이곳은 바위로 만든 집이나 창고로 보인다. 마치 북유럽의 작은 돌집을 생각나게 한다. 이런 특이한 창고가 일본에 있다니 그저 놀랍니다. 모고야는 해안에 표착한 해초를 모아놓은 창고로 햇볕에 말려 경작지에 비료로 쓰기 위해 저장해둔 시설이라고 한다.

해초를 보관하는 돌집
▲ 일본 쓰시마 해초를 보관하는 돌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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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쓰임이 많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바람과 함께 하는 바닷가 펜션으로 개조를 하여 캠핑장을 겸하여 사용하면 좋을 것처럼 보이는 곳이다. 주변에는 돌탑을 볼 수 있다. 남자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돌탑이라고 한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어간다. 숙소가 있고 저녁식사를 예약해둔 북쪽의 '사스나(佐須奈)'항구로 간다. 차가 별로 없었지만, 바람이 심한 날씨라 어두운 길을 천천히 달려서 간다. 식사 시간이 다 되어 여관(료칸,旅館)에 도착했다.

우선 방을 배정하고 짐을 두고는 밖으로 나왔다. 인근에 있는 불고기 집에서 '야키니쿠(やきにく, 焼き肉)'로 저녁을 하기 위해 갔다. 주방과 방1개, 홀에 테이블이 3개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단체로 13명이 앉으니 홀이 만석이다. 미리 준비한 고기와 채소를 굽고, 맥주와 청주를 한잔하면서 식사를 했다.

저녁은 쇠고기
▲ 일본 쓰시마 저녁은 쇠고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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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주를 뜨겁게 마시고 싶어서 '술을 따끈하게 데워 주십시오(あつ(熱)かんにして下(くだ)さい, 아쯔깡니시떼구다사이)'라고 했더니, 작은 두 개의 술병에 술을 담아서 주전자에 넣고는 중탕으로 데워준다. 내가 다시 "그냥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되지 않냐" 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러면 술의 향이 날아가서 맛이 없다"라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술 한 잔까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김치와 단무지, 된장국에 밥까지 식사는 최고였다. 역시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 어제 밤에 초밥을 배불리 먹고 지불한 금액과 거의 같은 돈을 내고 나왔다. 아무래도 현지에서는 현지식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 야키니쿠도 최고였지만, 사실은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부는 숙소로 돌아갔고, 일부는 온천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는 섬의 동북에 있는 '니기사노유(渚の湯)'로 갔다. 8시 25분에 도착하여 겨우 입장을 했다. 입욕비 500엔에 수건 100엔, 수건 사용비가 조금 비쌌다. 정확하게 9시까지 30분 동안 목욕을 했다. 짧은 목욕이었지만, 물이 너무 맑고 좋은 곳이라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다시 차를 몰고 쓰시마 최북단 '와니우라(鰐浦)'에 가서 '한국전망대(韓國展望臺)'에 올랐다. 춥고 바람이 너무 심한 날이라 잠시 부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정말 추운 날씨다. 서울은 더 추울 것 같다. 가족들이 걱정이었지만 사실 난방이 안 되는 일본 다다미(畳)방이 더 추웠다.

전망대를 끝으로 오늘의 강행군을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술을 한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최 교수님과 고 선배랑 함께 청주와 복분자주를 한잔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바람소리가 대단하고, 추운 밤이다. 옷을 전부 입고는 이불을 두 개나 덮고 잤다. 최 교수님은 수면양말까지 신고는 주무신다. 나도 앞으로는 추운 날에는 꼭 수면양말을 준비하고 다녀야겠다.

22일(일) 아침이 밝았다. 일본 료칸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남다르다. 일흔 살은 되어 보이는 주인장과 직원이 준비한 식사는 생각보다 좋았다. 된장국과 밥, 우엉조림, 계란, 생선구이, 김치, 샐러드와 귤 하나, 녹차까지.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다. 너무 친절하고 인심이 좋은 이웃 어르신 댁에 방문하여 식사를 한 느낌이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춥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파이까지 되는 곳이다. 대만족이다.

잠시 쉬고는 9시에 료칸에서 나왔다. 생각보다 바람이 더 많이 불고, 차가운 날씨라서 천천히 길을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북섬 서북에 있는 '사고천(佐護川)'유역의 평야와 습지로 가서 새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햇살이 다시 좋아져서 무작정 '센뵤마키산(千俵蒔山)'으로 올랐다. 차 4대로 이동하다 보니 중간에 길을 잃어 무전기로 몇 번을 연락하여 산을 오르는 초입에서 겨우 다시 만나 뭉쳤다.

풍력발전기
▲ 일본 쓰시마 풍력발전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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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뵤마키산 정상에는 통신사의 기지와 풍력발전기가 하나 멋지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좋아서 늘 찾는 곳이다. 그리고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말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언덕'이 있다.

부산까지 멀리 보이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정말 기분이 남다르다. 찬바람을 가슴 속까지 깊게 들이마신다. 내장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하늘과 구름도 신령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용이 승천하는 날인지, 구름 속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묘하다.

역시 삼나무 숲
▲ 일본 쓰시마 역시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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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 차를 돌려서 사고천(佐護川) 유역의 평야 지대를 차로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미타케(御岳)'로 이동하여 조류번식지 주변에 있는 임도를 천천히 달렸다. 삼나무 숲길을 따라 서서히 달리다가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걷기도 하고, 중간에 작은 하천을 따라서 둘러보기도 했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곳이 많았고, 사이사이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다. 당초 삼나무 숲을 한 시간 걸어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어린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간단한 산책과 드라이브로 대신했다. 아무튼 삼나무 숲 산책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최중기 교수님과 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회원이다. 대표님과 평회원
▲ 일본 쓰시마 최중기 교수님과 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회원이다. 대표님과 평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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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를 돌려서 '슈시천(丹志川)' 주변으로 갔다. 차를 달리던 도중에 갑자기 고 선배와 최 교수님이 차를 세운다. 급하게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달려가 보니, "길가에 있는 집들이 조금 모양이 특이하다"고 했다. 내가 봐도 남달라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저기 멀리 청소하고 있는 할머님이 보이기에 달려가서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할머님, 저기 집들은 모양이 조금 특이하군요"라고 물어 보았더니, "이 지역은 바람도 많지만 습기가 더 많은 곳이라, 아래를 조금 올려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고 화재로 인하여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집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창고를 지었다. 원래 쓰시마에 상당히 많이 있던 창고인데 요즘은 그 숫자가 줄었다"고 했다.

십여 채의 창고가 마치 작은 이동식 집처럼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아래를 지면에서 약간 들어 올려서 지은 모습도 남다르다. 재미난 창고를 구경하고는 주변 마을도 살펴보았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배추와 무가 밭에 보이고, 당근이나 파도 보인다. 아무래도 기온이 서울보다는 따뜻한 곳이라, 노지에 채소를 두고 수시로 따서 먹는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냥 길을 가고 마는데, 조금은 특이한 건축물을 보고 차를 세워서 천천히 둘러보자고 제안한 최 교수님을 보니, 역시 학자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쓰시마의 창고가 조금은 특이하다는 것을 이번에 직접 보고 잘 배웠다.

이제 차를 천천히 돌려 섬의 북서부에 있는 '미우다(三宇田) 해수욕장'으로 갔다. 모래가 거의 없는 쓰시마에서 정말 모래밭이 좋은 곳이다. 입구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는 천천히 모래사장과 언덕 위에 있는 캠핑장, 샤워장 등을 살펴보았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언제든 오면 좋은 곳이며, 특히 여름에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오늘 바닷바람 정말 왕창 맞는다.

동백나무 숲을 걷다
▲ 일본 쓰시마 동백나무 숲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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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로 인근 '도노사키(殿崎)'의 '일러우호의 언덕(日露友好の丘)'으로 갔다. 러일전쟁 당시에 러시아 패잔병들이 숨어들었던 곳으로, 동백나무 숲길을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나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조금은 산책하기 힘든 길을 천천히 걸었다.

꽃이 지난 12월보다는 적은 것 같다. 달려있는 동백꽃도, 떨어져 있는 꽃도 적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큰 동백나무에 바람이 심한 곳이라 연리지가 많아 그냥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걸었다.

이런 곳에 오면 사실은 조금씩 쉬면서 나무와 꽃을 보기도 하고, 바람을 맞으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산책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걷는 것이 좋기는 하다. 다음에 오면 반드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정말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걸어보고자 한다.

이곳 동백나무 숲길은 쓰시마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이다. 바닷가에 있어서 바다를 보면서 꽃을 즐길 수 있고 바람도 넉넉하게 불어서 여름에는 상당히 시원할 것 같다. 물론 요즘 같은 겨울에는 춥기는 하지만 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눈요기가 가능한 곳이다.

이제 동백 꽃길 산책은 끝내고 귀국수속을 위해 '히타카츠(比田勝)'항으로 간다. 여권을 모아 발권을 마친 다음, 점심을 하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간다. 나와 몇몇은 빌린 차를 반납하기 위해 차고지에 다녀왔다. 식사는 일본인들이 무척 즐기는 '돈가츠(とんカツ,豚カツ)'로 했다. 한국보다는 약간 질긴 돼지고기를 써서인지, 삼겹살을 먹는 기분도 들었지만 맛나게 먹었다.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귀국이다.

점심은 돼지고기
▲ 일본 쓰시마 점심은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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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수속을 마친 다음, 배에 올라 조금 졸았다. 삼일 동안 운전을 했더니 피곤한가보다. 중간에 면세점에서 술을 한 병 산 다음, 다시 졸다보니 이내 부산에 도착했다. 이제 서울 가는 기차표를 준비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출발이다.

옹주는 일본 쓰시마 도주 후손의 부인이었다
▲ 남양주 덕혜옹주의 무덤 옹주는 일본 쓰시마 도주 후손의 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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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여행을 통하여 생각보다 일본인들이 겸손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 많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특히 조선통신사 등의 공적비를 보면서 나름 고마움을 잘 알고 있는 바른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덕혜옹주에 대한 생각도 많다. 내가 정말 전생에 옹주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남양주에 있는 옹주의 무덤에 가서 차라도 한잔 올리고 와야겠다. '전생의 당신과 내가 무슨 인연이 있는지'도 물어보자! 생각보다 크고 볼 것이 많은 쓰시마에 대해 이번에는 3/10정도 알게 된 여행길이었다.   


태그:#일본 쓰시마, #대마도, #과거사, #덕혜옹주, #와타즈미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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