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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고발했다(관련기사: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 학교 이사장.총장 고발).

동국대 원총은 퇴직금 미지급 이외에도 4대 보험 미적용, 최저임금 미적용, 근로계약서 미교부, 주휴수당 미부여, 연차유급휴가 미부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동국대 대학원생 2000명을 대변해 고발의 대표자로 나선 신정욱 동국대 원총회장을 만났다.

신정욱 원총학생회장이 22일 노동부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신정욱 동국대 원총학생회장, 고발장 재출 신정욱 원총학생회장이 22일 노동부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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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 조교 문제에 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굳이 고발이라는 법적 절차까지 밟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교는 교수, 교직원들과 부딪칠 일이 매우 많다. 대학원생 조교들은 학위 통과나 이후 강사 자리 구하기 등의 문제가 걸려있어 교수나 학교 측과 부딪치기가 어렵다. 이런 구조 속에서 여러 가지 권리 침해가 일어나기 쉽다. 결정적으로는 작년 강남대 '인분교수' 사건(관련기사: 인분 교수 "짐승 같은 일 저질렀다")을 보며 대학원생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전 총학생회(31대)부터 현 총학생회(32대)까지 대학원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교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 결과 생각보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년 째 월급여가 130만원으로 동결 상태란 것도, 또 2008년까지 정상적으로 지급되어오던 퇴직금이 이후부터 돌연 중단되었단 것도 처음 알았다.

실태조사 이후 계속해서 학교 측에 처우개선 등 대화를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다른 문제는 적어도 대화의 제스처라도 취하는데, 조교 문제는 아예 대답을 피했다. 그냥 학교에 돈이 없어서 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는 답변 정도만 들었다.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입법으로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당장 내년에는 동국대 조교임용규정상 40시간 근무 조교의 경우, 월급여 수준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학생으로서 학교를 상대로 고발을 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되지만, 조교 권리침해 문제를 보다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강제성이 부여되는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 10년 째 월급여가 동결 중이란 것을 조사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 2008년까지 정상적으로 지급되어오던 퇴직금도 지급이 중단된 것 역시 이때 알게 되었다는데, 대학원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반발이 컸을 것 같은데…

22일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실에서 신정욱 원종학생회장이 조교근무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 조교근무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여주고 있는 신정욱 원총학생회장 22일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실에서 신정욱 원종학생회장이 조교근무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 조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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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많이들 몰랐다. 퇴직금을 2008년까지는 받았다는 건 고학번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사실이다. 월 급여나 퇴직금에 대한 사실을 알리려고 플래카드도 붙이고 조교들도 직접 만나가며 이야기했다. 이제 조금씩 알려졌지만 아직도 모르는 조교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조교들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또 마냥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조교라는 직책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간이역처럼 잠시 머무는 자리라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그냥 견디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 또 학위를 받기 위해 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도 조교들이 이렇게 생각하게 하는 데 한몫 하는 것 같다. 학위를 받고나서 나중에 강의 자리라도 받기 위해서는 교수나 교직원에게 괜히 찍히면 곤란하니까 그런 것 같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개선되기를 바라지만 직접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다."

- 그렇다면 본인들도 안 나서는데, 굳이 대표로 앞장서서 학교를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 그게 또 재밌는 게, 총학생회에서 총회 다음으로 권위가 있는 의결기구인 대표자회의에서 이번 고발 건을 표결했는데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그러니까 대학원생들 모두가 조교처우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장서기가 어려운 것이지. 그래서 제가 나서서 대표자 고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요즘 서울대 비학생 조교 문제도 이슈화되고 있는데…
"그렇다. 그쪽은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 문제가 쟁점이다. 대학원생 조교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노동권 보장이 쟁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 분들과 연대해서 함께 투쟁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편 22일, 서울대는 비학생 조교와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한다(관련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220600015&code=940100)"  

- 연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다른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번 고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일단 전국의 7개 일반대학원(고려대, 서강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이 소속되어 있는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연대 참가했다. 다들 문제의식은 공감한다. 단 고발이라는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교의 권리 찾기 운동은 타 대학원으로 점차적으로 번져나갈 거라 본다.

일단 대학원 문제에 대해서 국회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계속해서 대학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182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원생 인권장전'을 마련하고, 인권침해 사안 발생 시 이를 해결할 전담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관련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2/23/0200000000AKR20161223026600004.HTML?input=1195m) 대학원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란 웹툰도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원생 조교뿐 아니라 비학생 조교, 더 나아가 시간강사 문제도 결국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결국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 애매한 근로자성이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22일 동국대 대학원생들이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동국대 고발 기자회견 22일 동국대 대학원생들이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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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 제 임기는 곧 끝나지만, 이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고발의 대표자로서 임기 후에도 계속해서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다른 대학원총학생회 등과 연대해서 이번 고발이 전국적인 조교의 노동권 찾기 운동으로 번져나갔으면 좋겠다. 시간강사노조인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대학강사노조 등과도 연대하고 싶다."

- 개인적인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원총회장 임기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조만간 고향에 내려갈 것이다. 원총학생회장을 하며 대학권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런 권력을 지적하고 견제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인 김민섭 선생님 등과 함께 제가 할 수 있는 활동들에 대해 고민해보겠다."


태그:#조교, #대학원생, #고발, #동국대,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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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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