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 한눈에

  • 시행 이후 관련 민원이 인터넷신문고, 전화를 통해 들어왔다. 전체 민원량의 80%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왔을 만큼 쓰레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민원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제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광객과 이주민 등 유입 인구가 증가하여 주거 및 교통문제, 쓰레기 처리 문제 등 변화에 따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거리에 설치된 쓰레기통(클린하우스)에 쓰레기가 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해안 및 관광지에도 쓰레기가 넘쳐났다.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이 전국 최고치 기록, 쓰레기 매립장 포화 등 '쓰레기 문제'가 청정제주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2016년 8월 말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을 구성하였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자 추천과 공개모집으로 모임 구성의 틀을 마련하였고, 학계, 종교, 자생 및 위생 단체, 일반 시민 등으로 추진위가 출범되었다.

소모임, 원탁회의, 공개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천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였고, 추진위에서 발표한 쓰레기 감축 최종 실천 어젠다 (정책과제 12건, 행정제안 의제 5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실천과제 12건)를 선정하여 10월 27일에 발표하였고, 과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쓰레기 줄이기 어젠다 선정 기사를 바탕으로 요약
 쓰레기 줄이기 어젠다 선정 기사를 바탕으로 요약
ⓒ 신상미

관련사진보기


추진위 제안 사항을 발판으로 '제주특별자치도 폐기물 관리 조례'를 11월 9일에 개정하였고,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와 배출시간 조정>을 발표하여 12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요일당 제품군 한 가지씩 오후 6시~자정까지 배출할 수 있다. 기존에는 모든 품목의 쓰레기를 매일 배출이 가능했으나, 해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요일별로 배출 가능한 쓰레기와 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제주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안내문
 제주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안내문
ⓒ 제주시에서 배포된 안내문

관련사진보기


시범 운영된 지 일주일 만에 야간에 운영되는 업소와 급식소 등에서 영업시간과 맞지 않은 배출시간이라고 조정 요구가 빗발쳤고, 배출시간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로 지난 9일부터 조정되었다.

시범 운영되기 이전부터 우려의 소리가 나왔으며, 시행 이후 관련 민원이 인터넷신문고, 전화를 통해 들어왔다. 전체 민원량의 80%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왔을 만큼 쓰레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민원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된 민원 캡쳐화면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된 민원 캡쳐화면
ⓒ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

관련사진보기


쓰레기 문제에 따른 새로운 정책의 시도에 앞서 충분한 고민과 논의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설득력 있고 이해하기 쉬운 매뉴얼이 필요해요

시범 운영기간에는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주민홍보, 주변 재활용품 정리정돈, 쓰레기 불법배출 감시 등의 목적으로 클린하우스 안내원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제품군 배출에 대한 자세한 기준이 없어서 주민과 안내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귤껍질이 일반쓰레기냐 음식물쓰레기냐는 논란을 예를 들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안내문에서도 명확치가 않았다. 겨울철 제주지역 귤껍질량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단일품목에 집중될 경우 이를 사료나 퇴비 용도로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서라는 지인의 이야기가 그 어느 것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예로 들었으나 재활용품 분리배출 기준에 대해 질문은 더 많다. 우산은 어떻게 배출하는지, 일반 쓰레기 기타로 분류된 완구류나 장난감은 어떻게 배출하는지, 송곳은 고철류인지 플라스틱류인지,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은 스티로폼인지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하는지 등 한 장 짜리 안내문으로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제주시와 서울시의 <종이류 배출 방법> 안내
 제주시와 서울시의 <종이류 배출 방법> 안내
ⓒ 신상미

관련사진보기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례 개정과 함께 본격적인 정책을 시행 중인데, 제주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명확한 '매뉴얼'은 아직 없었다. 혼합배출을 막고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강도를 높이기 위해선 재활용품 제품군에 따른 통일성 있고 상세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재활용품의 한 제품군인 종이팩은 잘못된 분리배출로 재활용률이 전국적으로 26%밖에 안된다고 한다. 한 지자체는 회수율을 높이기에 위해 양에 따라 롤 휴지로 교환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는 이를 활용하는 업체가 없어 서귀포시에서 종이팩 재활용 지원사업을 작년부터 시작했다. 종이팩(컵)은 일반 종이류와 분리 배출되어야 재활용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쓰레기 줄이기 정책과제로도 언급되었던 '정책의 통일성'이나 재활용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서귀포시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을 검토하여 제주시에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왜 보완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든다. 

일회용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머그컵 이용을 말하지 않으면 일회용 컵에 담아 주는 카페가 많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는 50만의 도민뿐 아니라 한 해 평균 1500만 명씩 유입되는 관광객들이 있다.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와 관광시설에서 나오는 쓰레기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로 제시된 일회용품을 절대 사용하기 않기 위해서는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방문하는 모두가 우리 문제라는 공감대와 동일한 책임의식이 바탕되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이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렌터카나 관광버스에 종량제 봉투 필수 배치 필수 등이 정책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사용자에 앞서 공급자들에 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규제 등 근본 대책이 동반되어야 일회용품 사용이 감소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된 폐기물들 100%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회기반시설 조성 및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의 역할뿐 아니라 전문기관, 도의 역할이 함께 맞물려 다각화된 노력이 있어야 쓰레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조금의 불편함은 괜찮아요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100인 모임을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행동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각계각층 시민의견을 듣고 보완하고 반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제품군의 분류, 시간 조정에 앞서 배출시간이 규칙적으로 정해진 업소와 기관들의 의견 취합 문제, 노약자와 여성들의 밤길 위험 요소, 클린 도우미 야간 근무에 따른 안전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식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고스란히 시민들에게만 책임이 전가되어 버린 듯하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숙명적이다.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요일별 배출제 관련 민원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목표와 결과만 중요한 '밀어붙이기'식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불통으로 인해 갈등과 혼선을 낳는 것은 이미 겪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보았다. 정책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대화, 설득, 동의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통 창구를 여러 가지로 촘촘히 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요구를 반영하여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소통 정책을 우리는 원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책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팅은 브런치(brunch.co.kr/@shanti)에 중복게재했습니다



태그:#제주, #쓰레기, #정책, #요일별배출제, #민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