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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에서 풀을 먹고 있다.
▲ 갑천에서 확인한 쇠기러기 갑천에서 풀을 먹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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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기러기가 갑천을 찾아왔다. 갑천의 본류에 해당하는 금강의 합강리(세종시)에 찾아오는 쇠기러기 1개체가 낙오하여 갑천을 찾은 듯하다. 기러기들에게 갑천은 매우 부적절한 서식환경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민감한 쇠기러기의 특성상 하천 주변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체육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갑천은 그야말로 지뢰밭 같은 곳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관련 기사 :  세계에 얼마 없다는 이 새, 올 겨울에도 보고 싶다)

쇠기러기가 찾을 만한 자연환경조건이 없기 때문에 비행중 낙오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낙오된 쇠기러기를 보면서 갑천에도 기럭기가 찾아온다면 어떻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대전과 가까운 세종시에도 찾아오는 기러기가 대전에는 찾아오질 않기 때문이다. 대전의 경우 3대 하천이 잘 발달하여 찾아올 만도 한데 그동안 관찰기록이 없다. 과거 농경지가 많고 하천이 자연 모습이었다면 분명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갑천에 찾아온 쇠기러기가 올해를 잘 보내고 내년에 다시 갑천을 찾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지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은 갑천의 현재 상황을 보고 멈춰버렸다. 주변 농경지는 도시개발로 사라져가고 갑천 내부 역시 각종 시설물로 가득하다. 하천 어딜 가든 사람을 피해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에는 쇠기러기에게는 머물 곳이 없다.

일부 지역만이라도 사람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면, 일부 농경지만이라도 보전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천이 잘 발달한 대전의 경우 하천의 지형적 조건은 어렵지 않게 만족할 수 있어 보였다. 일부 구간을 통제하는 일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경지였다. 주면에 쇠기러기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논이 거의 없다. 대도시로 발전하면서 대부분이 건물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얼마 남지 않은 농경지마저 대규모 도시개발이 추진 중이다. 갑천지구 친수구역이 그 곳이다. 우연히 낙오된 쇠기러기가 대전시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바로 갑천지구예정부지이다.

이곳은 지금 공사를 위해 토지수용절차를 마쳤고, 굴착기가 하나둘 장애물들을 철거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매주 목요일 집회를 열어가면서까지 개발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갑천친수구역 예정부지로 5000세대가 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지이다.
▲ 갑처에 거의 유일한 농경지! 갑천친수구역 예정부지로 5000세대가 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지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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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현장에서 철저하게 무시된다. 박근혜 하야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지역 핫이슈였던 갑천지구는 소리소문 없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0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대전시가 2020년이면 180만이 넘을 것'이라는 2020 도시계획에 따라 매년 집을 지어야 한다고 도시주택국장이 지난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발언하여 질타를 받았다.

현재도 대전에는 집이 남아돈다. 2014년 기준 대전 주택보급율이 101.7%로 인구에 비해 주택이 많으며 원룸과 오피스텔들의 실거주가 가능한 지역까지 포함한 보급율은 112%(구-보급율)에 이른다. 더욱이 2016년에는 1만명 정도의 인구유출이 발생하여 인구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전은 더 이상 신도시 개발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더불어 원도심 공동화 문제로 매년 수십억씩 원도심 활성화에 쏟아붇는 대전시의 행정과 비교하면 신도시개발은 매우 이중적인 정책이다. 신도시 개발과 원도심 활성화는 공존이 불가하다. 따라서 원도심활성화를 위해서는 신도시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런 모든 문제를 뒤로 하더라도 새들의 먹이터인 농경지 일부만큼은 도시에서도 보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식량안보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식량자급율이 25% 내외에 머무는 국내실정을 보더라도 도시에서의 농경지는 향후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새들의 먹이터이기도 하고, 우리의 식량이 공급될 수 있는 도시 농경지 보전은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일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갑천의 쇠기러기를 보며, 마지막 남은 농경지가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대전시장의 결단이 있다면 멈출 수 있다. 대전의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농경지 보전을 지향하는 대전시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가까운 미래 쇠기러기가 갑천지구의 농경지에서 먹이를 채취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망상이 아니기를 희망하며...


태그:#쇠기러기, #농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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