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현장을 뭍에서 증언하는 곳. 밤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 엄마 아빠에게는 '가슴속 내 새끼'로 되살아나는 곳. 그리고 250명 아이들의 생명으로 '박근혜의 7시간'을 심문하는 곳. 단원고등학교 416기억교실이다.
지난 8월 20∼21일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된 416기억교실이 92일 만에 구현작업을 마치고 오는 21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250명), 생존학생(75명)이 사용했던 2학년 1~10반 교실 10개를 말한다.
참사 이후 2년 4개월 동안 단원고에 보존돼 온 기억교실의 책상, 의자, 추모 물품과 개인유품은 지난 8월 20~21일 안산교육청으로 이전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는 그간 원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교실 바닥, 창문틀, 일부 비품 등은 단원고에서 아직 옮기지 못했다. 참사 이후 추모객들이 단원고 교실 문, 창문, 벽, 복도 등에 부착했던 메모지, 편지 등은 이전된 기억교실에 부착하지 않고 문서고에 보관했다. 임시 교실에 구현할 경우 손상될 수 있어 416안전교육시설이 건립돼 기억교실을 온전히 재현할 수 있을 때 사용할 계획이다.
안산교육청 416기억교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안산교육청 정문을 들어서면 별관 외벽에 가로 5m, 세로 5m 크기로 '단원고 416기억교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상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입구에는 '416기억교실 우리 모두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판이 부착됐다.
기억교실은 별관 1~2층에 구현됐다. 1층에 1~4반, 2층에 5~10반과 교무실 그리고 문서고가 배치되어 있다.
기억교실의 면적은 단원고 교실(1개당 면적 70.56㎡, 약 21평)보다 줄어들었다. 별관 1층 2학년 1반 교실은 52.2㎡, 2~4반 교실 각 65.25㎡(약 19평), 2층 5~10반 교실 각 51.62㎡(약 15평)로 면적이 제각각이다. 교무실은 30.26㎡다. 별관 규모가 작아 교실 면적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별관에 들어서면 먼저 '기억의 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끈다. '기억의 나무'에는 나무 이름 그대로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노란리본 밑에 아이들의 얼굴을 그린 작은 그림을 줄기에 매달아 놓았다.
2학년 1반으로 가는 벽에는 '아이들의 꿈'이 설치되어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천을 조각낸 다음 솜과 뒷감을 대고 누벼 완성한 퀼트에 1~10반까지 250명 아이들의 이름과 함께 소망을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 모두 시민들이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
이지성 416기억저장소 소장은 "'기억의 나무'는 전윤식 작가와 용인희망공작소 김미현님이 만들어 보내 주셨고, '아이들의 꿈'은 대전에 살고 계신 박민선 주부께서 만들어 보내 주신 것"이라고 전했다.
교실 안 책상 위에는 희생학생의 사진과 방명록, 꽃, 인형, 사탕, 노란 학 등이 놓여졌다. 칠판에는 희생학생을 그리는 이름과 글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칠판 앞에 놓인 교탁에는 '넋이라도 훨훨 날아 편히 잠드소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학, 초, 사무집기 등이 아이들의 책상을 마주보고 있다.
칠판 옆에는 참사 당시 시간표와 아이들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이 게시됐다. 교실 뒤 알림판에는 아이들이 만든 작품과 각종 소식, 학사 일정 등이 부착됐다.
별관 2층 2학년 5~10반 교실, '아가야 네 눈물을 기억하마'
별관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아이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대형 사진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 중 선택해 모은 사진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을 보고 있는 동안 이 소장은 딸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교실 복도 양쪽 벽면에는 '우리는 이웃입니다. 힘내세요!'라고 쓴 노란별 액자와 잊지 않고 행동할 것을 다짐하는 약속의 그림,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림, 박근혜 정부 풍자 그림 등 60여점이 게재됐다. 모두 예술가와 시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복도를 지나 정면을 보면 연단 위에 '아가야 네 눈물을 기억하마'라는 제목의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은 국화 한 송이와 함께 '그리고 난 안단다. 그곳 천국에는 더 이상의 눈물은 없을 거라는 것을'이라는 글로 아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단에서 2층 교실을 보면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7반과 2학년 교무실 벽면에 글귀가 적혀있다. 7반 벽에는 '날이 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교육을 바꾸겠습니다'라는 다짐의 약속이 적혀있다.
교무실 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희들의 이름 세상의 가장 밝은 빛이 될 거야'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지성 소장은 "이곳 벽에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희생교사들이 사용했던 2학년 교무실은 공간이 좁아 책상 위에는 사진, 편지, 방명록, 꽃 등만 놓였다.
"아버지 박정희 이름을 걸고 '박근혜의 7시간' 진실 밝히세요"
416기억교실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다. 개인적으로 방문할 경우 안산교육청 본관 당직실에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
416기억저장소는 21일 기억교실 개방과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억과 약속의 길' 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사전에 기억저장소(031-410-0416)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이지성 소장은 "교실방문 추모객을 대상으로 '기억교실→단원고 정문→416기억전시관→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를 둘러본 후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지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순례의 길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번부터 어머니들이 참여해 2인 1조로 보다 생생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3개월여 만에 시민들과 다시 만나게 된 기억교실. 교실 구현의 실무 작업을 이끈 이지성 소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이 소장은 "왜 우리 아이들이 여기에 와 있고, 대한민국 교육은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하게 된다"며 "기억교실에 오시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 한명 한명을 기억해주고, 한명 한명의 얼굴을 기억해주고, 한명 한명의 이루지 못한 꿈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기억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주시면 좋겠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이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교육', '생명을 귀히 여기는 교육',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의 7시간'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말을 잇는 동안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 갔다.
"그 7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304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국민들도 대통령과 정부를 잃은 거예요. 박 대통령은 자기 아버지 박정희 이름을 걸고, 우리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진실을 밝혀야 해요. 무엇이 그리 두려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구조해 줄줄 알고 기다렸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원망했겠어요. 우리는 꼭 밝혀낼 겁니다. 반드시요."안산교육청에 구현된 416기억교실은 경기도교육청이 단원고 부근에 416안전교육시설을 건립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보존·전시된다. 안전교육시설을 건립하면 기억교실 물품을 이전하고 원래 단원고 교실 모습 그대로 재현작업을 할 계획이다.
안전교육시설은 지하 1층에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된다. 건물에는 추모시설 11실, 관리시설 5실, 연수시설 9실, 편의시설 2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설에서는 학생안전교육, 추모와 성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