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확률에 도전한 FC서울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평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은 90분 동안 경기장을 힘껏 누빈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이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단어였던 '투지'와 승리에 대한 '열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선수들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서울이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4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서울의 '아시아 챔피언'이란 목표 달성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서울이 지난달 28일 열린 ACL 1차전 4-1 패배를 뒤집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날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ACL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목표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홈팀 서울은 기적을 일궈내기 위해 공격적인 선발진을 내세웠다. 박주영(31)과 데얀(35, 몬테네그로), 아드리아노(29, 브라질)의 스리톱이 가동됐고, 고요한(28)과 주세종(25), 오스마르(28, 스페인)가 김보경(27)과 이재성(24)이 버틴 전북과 중원 싸움에 나섰다. 전북은 수비형 미드필드 장윤호(20)가 선발 출전한 것 외에는 1차전과 딱히 달라진 점이 없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아드리아노(오른쪽)가 선취 득점에 성공한 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공을 잡고 중앙선 부근으로 달려가고 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아드리아노(오른쪽)가 선취 득점에 성공한 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공을 잡고 중앙선 부근으로 달려가고 있다. ⓒ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기적을 꿈꾸게 했던 전반전

서울은 이날 경기를 3-0으로 마무리하거나, 실점할 경우 4골 차 승리가 필요했다. 서울은 공격적인 선발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기 초반부터 원정팀 전북을 강하게 압박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전방에 있던 아드리아노가 전북 수비 뒷공간을 노리기 시작했고, 데얀과 주세종이 이른 시간 선취골을 위해 부지런히 경기장을 누볐다.

전북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1차전 대승으로 인해 여유가 있었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을 중심으로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였다. 최전방의 김신욱(28)은 서울 수비진에게 여전히 골칫거리였고, 초반부터 좋은 몸 상태를 보인 로페즈(25, 브라질)와 김보경은 2차전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활발한 움직임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서울은 1차전과 확실히 달랐다. 특히, 오스마르의 전진배치는 서울이 경기를 주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오스마르는 강한 몸싸움과 전북의 패스를 수차례 끊어내는 모습을 통해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넓은 시야와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서울의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덕분에 서울은 1차전과 달리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초반부터 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아드리아노가 전반 15분 전북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고, 2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김치우(32)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36분에는 오스마르가 왼쪽 측면에서 기막힌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며 전북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리고 서울은 선제골에 대한 조급함이 생길 무렵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전반 37분 고요한이 전북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김치우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그를 막아섰던 로페즈가 이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기회가 생겼다. 김치우는 이 공을 잡아 그대로 몰고 들어갔고, 골문 앞으로 빠르게 침투한 아드리아노에게 짧은 크로스를 연결해 슈팅까지 이어지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북은 전반 32분 역습 기회에서 김창수(31)가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장면 외에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재성을 중심으로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서울 선수들의 투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1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김신욱은 고립됐고, 레오나르도(30, 브라질)와 로페즈도 답답한 경기 흐름 속에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데얀(왼쪽에서 두 번째)이 공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데얀(왼쪽에서 두 번째)이 공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희망과 절망이 공존했던 후반전

후반전 경기 양상도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이 경기를 주도했고, 전북은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요한과 주세종은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아드리아노의 움직임은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충분했다.

서울은 후반 6분 득점이나 다름없던 상황을 맞이했다. 전북의 공격이 끊긴 상황에서 박원재(32)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고, 주세종이 중앙선 부근에서 드리블 돌파를 해 들어가며 권순태(32)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히, 권순태 골키퍼가 페널티박스 바깥지역까지 나왔던 상황이었던지라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면 충분히 득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주세종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우측에서 침투해 들어온 박주영에게 기회를 넘겨줬고, 이것이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빠르게 수비로 복귀한 박원재에게 막혔다. 서울로서는 이 기회가 이날 경기에서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가장 컸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서울은 오히려 전북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14분 김신욱이 헤딩으로 연결한 볼이 김치우를 등지고 있던 로페즈에게 향했고, 돌아서는 움직임을 통해 수비를 따돌린 뒤, 슈팅까지 이어지며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로페즈의 움직임이 워낙 좋았고, 슈팅 또한 정확했기 때문에 서울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만, 자신들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실점을 허용한 점은 굉장히 아쉬웠다.       

이후 서울의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4골이 필요했다. 서울의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고요한과 주세종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아드리아노와 데얀이 쉼 없이 전북 수비를 괴롭혀주면서 기회를 잡아내려 했다. 그러나 71분 김치우-아드리아노-고요한으로 이어진 좋은 패스에 의한 슈팅은 힘이 너무 들어갔고, 아드리아노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움직임은 오프사이드에 걸리기 일쑤였다.

후반 추가시간에 서울 고광민(28)의 중거리 슈팅이 전북의 골망을 가르며 역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결승 진출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부족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오스마르가(오른쪽)가 전북 이재성의 수비를 따돌리며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의 오스마르가(오른쪽)가 전북 이재성의 수비를 따돌리며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투혼과 투지가 무엇인지 보여준 FC서울

홈팀 서울은 이번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서울 선수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다.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1%의 확률에 도전하며 보여준 서울 선수들의 투혼과 투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전했다.

특히, 서울의 중원을 책임졌던 주세종, 고요한, 오스마르의 활약은 대단했다. 주세종은 서울의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힘을 보태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고요한은 강한 압박과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에 모두 힘을 보탰고, 아드리아노를 향해 연결한 날카로운 패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스마르는 3선에서 상대의 공격을 수차례 차단해냈고,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는 패스는 전북 수비진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서울의 선취골을 기록했던 아드리아노는 수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공격 기회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그 누구보다 대단했다. 팀의 맏형이자 수비의 핵심인 곽태휘(35)도 김신욱과 공중볼 다툼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노렸다.

비록 '아시아 챔피언'이란 목표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서울 선수들이 이날 보여준 모습은 박수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전북의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전북의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AFC(아시아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전북의 아시아 챔피언을 향한 도전

전북은 이번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1차전 대승을 바탕으로 2016 A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고, '닥공'에 가려진 수비력 역시 높은 수준임을 보여줬다.

다만,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을 눈앞에 뒀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고립됐을 때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김신욱은 1차전 서울과의 경기에서 팀이 기록한 4득점에 모두 관여하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로페즈의 득점에 관여하며 팀의 결승 진출에 크게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장면 외에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신욱은 높이를 활용한 헤딩슛을 포함해 별다른 슈팅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팀이 경기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어서인지 동료들을 활용하는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많았다. 무엇보다 전북의 빠른 역습 상황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전방에서의 압박도 이전보다 약했다.

물론 전북에는 이동국(37)과 에두(34), 이종호(24)라는 걸출한 대체 자원이 있다. 그러나 김신욱이 ACL 8강전부터 보여준 활약과 최근 리그에서의 모습을 토대로 볼 때, 결승전에서 다른 선수를 활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어 보인다. 그만큼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전술을 다시 한 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전북의 수비진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서울의 공세 속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기는 했지만, 운이 따라준 장면이 꽤 있었다. 후반 6분 박원재의 실수로 생긴 주세종의 단독 기회가 그랬고, 여러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지만 아드리아노의 뒷공간 침투는 전북의 간담을 서늘케 했었다. 상대 풀백의 공격 가담에 여러 차례 크로스를 헌납한 점도 남은 기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주전 수비수 김형일(32)이 2016 ACL 결승전에는 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전북의 전력은 K리그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ACL 우승컵을 앞에 두고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알 사드에 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하는 전북이 K리그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워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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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VS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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