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시즌에 이어 15·16시즌 백투백 MVP를 차지한 스테판 커리.

14·15시즌에 이어 15·16시즌 백투백 MVP를 차지한 스테판 커리. ⓒ NBA


우리는 현재 스테판 커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커리는 명실상부한 NBA의 최고 스타이며,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새로운 시즌,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워리어스는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특히 15·16시즌에는 73승 9패를 기록하며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기록했던 72승 10패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핵심 선수는 단연 커리였고, 그는 수 많은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야투율 50% 이상, 3점슛 성공률 40% 이상,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을 동시에 달성해 180클럽에 가입했고, 평균 득점 30.1점으로 득점 왕을 차지했다. 180클럽과 평균 득점 30점 이상을 동시에 이뤄낸 것은 NBA 역사상 커리가 최초이다.

커리를 대표하는 단어는 '3점 슛'이다. 3점 슛 이외의 부분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만, 워낙에 압도적인 3점 슛 능력 덕에 이를 제외하고는 커리를 논할 수 없다. 그가 15·16시즌 성공시킨 3점 슛은 무려 402개. NBA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3점 슛 성공 횟수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전의 최다 기록이 커리 본인이 기록했던 286개였다는 것이다. 종전 기록보다 무려 116개나 더 성공시키며 말 그대로 '미친 슈팅 능력'을 보여줬다.

커리의 3점이 주목받는 것은 단지 많이 넣어서가 아니다. 커리의 3점이 다른 선수들 보다 빛나는 이유는 두 가지. 매우 빠른 릴리스 타이밍과 클러치 상황에 3점 슛을 성공시켜준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조준도 없이 막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 볼들이 죄다 림을 통과한다. 게다가 클러치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3점을 던지니 상대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커리가 현재 NBA 최고의 스타인 이유는 단순히 3점 슛 능력이 좋은 선수일 뿐만 아니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 LA 레이커스의 매직 존슨이나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랬던 것처럼.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커리는 14·15시즌에 이어 15·16시즌에도 시즌 MVP를 차지했다. 이는 NBA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MVP이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조차도 만장일치 MVP는 받아본 적이 없다.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기록했던 72승 10패의 기록도 갈아치우고, 조던도 하지 못 했던 만장일치 MVP도 이뤄낸 커리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14·15시즌 정규리그 MVP는 커리였고,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파이널 MVP도 커리였을까? 신기하게도 당시 파이널 MVP는 안드레 이궈달라였다. 기자단 전체 11표 중 7표가 이궈달라, 4표가 상대팀이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에게 갔다. 커리는 한 표도 받지 못 했다. 물론 커리는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중요한 타이밍에 3점 슛을 넣어줬고,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많은 팬들이 커리를 파이널 MVP 수상자로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파이널 7차전, 커리를 앞에 두고 결승 3점슛을 성공시키는 카이리 어빙.

파이널 7차전, 커리를 앞에 두고 결승 3점슛을 성공시키는 카이리 어빙. ⓒ NBA


그리고 대망의 15·16시즌 파이널. 커리에게 최악의 시련이 들이닥친다. 커리는 르브론이 이끄는 캐벌리어스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접전 끝에 내준 우승 트로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워리어스는 3 대 1로 캐벌리어스를 앞서고 있었고, 단 1승만 추가하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의 뒷심은 워리어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커리는 명성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 했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 카이리 어빙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며 씁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커리의 탓이라고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커리는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온전치 못했다. 클레이 탐슨의 3점 슛도 번번이 빗나갔고, 해리슨 반스는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궈달라 역시 14·15 시즌 파이널 MVP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 했고, 앤드류 보거트는 골밑을 지켜주지 못했다. 오직 드레이먼드 그린만이 제 몫을 해주며 고군분투했으나, 물오른 카이리 어빙과 르브론 제임스를 막아내지는 못 했다.

에이스의 숙명이 그런 것이다. 팀에 승리를 안겨줄 때는 누구보다 주목받지만, 패배했을 때는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내야 한다. 커리가 환상적인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조던이나 매직 존슨, 코비와 같은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 속에서도 팀을 우승까지 이끌 수 있는 황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여름, 커리는 NBA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케빈 듀란트를 동료로 맞이했다. 듀란트의 역할은 OKC에서 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린이나 탐슨도 늘 하던 대로 해주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팀의 에이스이자 포인트가드로서 커리의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매 경기 30점씩 넣는 공격의 선봉장이었지만, 이제는 골든스테이트에는 케빈 듀란트가 있다. 커리에게 집중되던 압박이 듀란트에게로 분산될 것이고, 커리의 득점력이 부진한 날에는 듀란트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제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커리에게 남은 마지막 임무는 팀을 정상의 자리로 올려놓는 것, 그리고 최고가 되는 것이다.

두 번의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커리가 파이널 MVP를 받지 못 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이번 시즌에도 골든스테이트가 파이널에 진출한다면 커리는 모두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3점 슛, 환상적인 앵클 브레이크, 듀란트와 탐슨, 그린에게 향하는 킬패스, 경기를 지배하는 아우라 등, 다가오는 시즌 커리의 한계가 아닌 끝없는 가능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게재됐습니다.
커리 골든스테이트 NBA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