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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이란?

'생태관광'이란 무엇일까? 매우 쉬운 것 같으면서도 대답하기 간단치 않은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생태관광'하면 그 관광 목적 대상을 중심으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즉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목적대상으로 하는 관광'을 얘기하는 것으로 말이지요.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중요한 보호지역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국제생태관광지이므로 틀린 얘기는 아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랍니다.

그럼 뭐가 추가돼야 할까요? 바로 '생태적인' 관광입니다. 생태적으로 예민한 보호지역을 투어하려면 그 관광패턴 자체도 반드시 생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관광으로 인해 관광(목적지)이 파괴'되는 역설을 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생태관광지는 해당 지역의 환경수용력(carrying capacity, 環境收容力)을 조사하고 그 수용력 범위 내에서 탐방객 수를 제한하거나 예약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지역이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고, 나머지는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자림, 성산일출봉, 우도 등은 수용력을 벗어난 무제한 탐방 허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거든요).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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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중요한 관광목적지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지속가능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생태관광의 주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태관광은 그 관광대상인 자연 및 문화유산 보호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혹시나 관광으로 인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최소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환경훼손을 복원하는 데 그 수익금의 일부를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생태관광자원의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생태적으로 예민한 곳을 탐방하는 것이니만큼 우르르 몰려다니는 대규모 단체관광은 안 되겠지요? 당연히 생태관광은 개별 관광객 및 소규모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특징도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종종 잊기 쉬운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해당 유산 지역에 오래 전부터 그 유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입니다. 생태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유산지역의 생태관광 계획과 개발, 운영 과정에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관광 수익금도 해당 지역 주민 고용과 이익창출, 복지증진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더 해당 관광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기 때문이지요. 단지 떡 부스러기 나누어주는 정도의 고용이나 눈 가리고 아웅 식 개발 이익의 지역 환원은 생태관광의 기본원칙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생태관광이 '자연관광'이나 '녹색관광'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관광목적지 자연 및 문화유산을 관광객들에게 '해설'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바로 이것, 생태관광이 교육 및 해설적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생태관광에 참여하는 관광객들이 보람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해당 탐방지역을 보호해야겠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생태관광은 '겸손한 관광'

다시 돌아와 물어볼까요? 생태관광이란? 짧게 답한다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던 차에 최근 비로소 그 답을 찾았습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겸손한 관광'입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생태관광은 교육 및 해설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빛(가치:光)을 제대로 보기(觀) 위해서, 즉 제대로 관광(觀光)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알아야' 되기 때문이지요. 두 가지 사례만 들어 볼까요?

제주도라는 섬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즉 제주섬에서 화산활동이 시작된 시기는 약 180만  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나게 긴 시간을 가리키는 숫자인 180만 년을 지질학자들은 아무렇지나 않게 그냥 '매우 젊은 화산섬'이라 얘기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180만 년은 고사하고 18만 년, 아니 1만 8천 년이라고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왜 그럴까요?

그건 지구가 만들어진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46억 년과 비교해 보면 180만 년은 바로 '엊그제'에 불과한 시기라는 것이지요. 아무런 생명이 없는 것 같은 제주섬의 시커먼 돌과 바위 그 지질층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지질사의 타임캡슐을 조금만 열어보아도, 100년도 채 못사는 인간세상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수월봉 탄낭구조
 수월봉 탄낭구조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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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일까요? '천년의 숲, 비자림'이라 얘기되는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속의 비자나무들의 수령은 평균 300~800살입니다. 이 숲속의 최고령목은 돌멩이길 초입에 있는 세칭 '문어할아버지나무'로, 숲 가운데에 좌정해 새천년비자나무라 알려져 있는 'No0001' 나무보다도 70살 정도 많습니다. 900년 가까이 이 숲속에서 살아온 것이지요. 조선시대도 거슬러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유구한 시간동안 꿋꿋하게 그 자리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국립공원이나 세쿼이아-킹스캐니언 국립공원에 있는 자이언트세쿼이아는 수령이 수천 년을 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는 바로 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옛 사람들은 나무를 신성시한 것 아닐까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제주 신당(神堂)의 신목(神木)들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속칭 문어할아버지 비자나무
 속칭 문어할아버지 비자나무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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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에 비하면 우리 인간들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초라한 존재입니까? 종종 '생태계의 먹이사슬'의 하부에 자리잡아 하찮게만 여기던 식물과 우리 주변의 무기물들이 어떤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되면 우리 인간이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존재인지 뒤돌아보게 합니다.

이뿐만인가요? 우리 인간의 생존 필수조건인 소중한 산소를 생산하는 역할은 물론, 풀과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이 생명수인 물을 저장하는 녹색댐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 등 숲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면 그 감동은 배가됩니다.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일찍이 노산 이은상은 1937년에 출간한 <탐라기행>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늙고 오랜 비자림 중(中)에 들어오매 사람이란 지극히 적고 초라함이 도리어 잔나비보다 못하고 참새보다도 볼 것 없는 듯하다.

백년 오랜 풍상
겪고 지난 대비자림(大榧子林)
늙어 굽은 가지
웃으며 하는 말이
어리고 적은 인생(人生)들
하잘 것이 없고나"

비자나무와 숲 속에서 겸손을 떠올렸던 노산의 연륜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네요.

비자림 숲길
 비자림 숲길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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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 #생태관광, #제주생태관광, #비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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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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