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지 지난번에 말씀드린 장애인 자립지원 주택에 입소합니다. 제가 알아본 두 곳 가운데 한 시설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주에 면접을 보기로 했습니다."
"난 모른다. 알아서 해라."

추석 명절 저녁시간, 가족회의 말미에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아버지께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시설 입소를 결정해 진행중이었다. 미리 알릴 수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도 나에게도 어려운 결정이었기에 면접을 앞두고서야 알리게 되었다. 물론 집에 생활비를 내고 사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나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립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술을 드시면서도, 뭐라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무래도 나의 자립에 대해 걱정이 많으셨던 듯하다. 나 역시 부모님 댁에서 벗어나면 가사, 재정, 환경 등 당장에 직면할 어려움이 많다. 나 스스로 결정하고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 늘어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지금까지 키워 왔으면 혼자 나가 자립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셨다. 그제야 아버지는 한 번 시도해 보자며 일단락 지으셨다. 회의가 끝난 뒤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익진아 (자립을) 하고 싶니?
"저는 혼자서 살고 싶어요. 주말까지 있을 수 있는 곳에서요."

"그래, 익진아 마음은 알아. 하고 싶은 마음 있으면 해보거라."
"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곳은 주말에는 안 한다고 해서 자립센터를 알아봅니다."

"그곳보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곳에 가라. 주말에는 집으로 오고."

어머니와 상담 이후 나의 의사를 재확인 한 아버지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셨다. 처음으로 내리신 긍정적 결정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 않고 혼자 자립하는 법이 어려울 것이지만, 부모님의 허락도 구했으니, 잘 해 낼 용기가 생긴다.

회의 마치고 '독립'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가정을 떠나서 가장으로 지내는 것이 숙제이다. 처음 독립을 생각했을 때 걱정과 설렘이 가장 컸다. 처음 자립을 하는 것인데다, 가사를 비롯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크긴 하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길 원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알 듯하다. 가족이기에 얼굴 보며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리라.

내가 자립을 결정한 건 부모를 떠나 직접 재정도 관리하고 생활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수동적 삶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발전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사실 과거에 어머니께선 일을 가시면서 나에게 "네가 먹은 음식 그릇은 설거지를 해보렴"이라고 하신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릇을 깨고 대충 한 적이 많아, 저녁에 오신 어머니께 혼난 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매일 매일 설거지를 하면서 조금씩 늘게 되었고, 지금은 어렵지 않게 설거지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처음은 어렵지만, 한 번 두 번 계속 하다보면 익숙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로인한 독립심과 자립심도 조금씩 쌓였다. 그러면서 독립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다.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됐고, 그 때문인지 요즘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나의 자립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기쁨과 발전이 되길 바란다.


태그:#입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