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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계와 GPS를 내장한 마라톤 전용 스마트워치 가민 포러너235(왼쪽)와 애플 워치의 마라톤 대결. 애플 워치는 시리즈2부터 GPS를 내장했다.
 심박계와 GPS를 내장한 마라톤 전용 스마트워치 가민 포러너235(왼쪽)와 애플 워치의 마라톤 대결. 애플 워치는 시리즈2부터 GPS를 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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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없는 마라톤은 상상할 수 없다. 단순히 시간과 기록만 체크하는 게 아니라 마라토너의 생명까지 보호하기 때문이다. 42.195km에 이르는 장거리를 달리면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완주는커녕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몸에 걸칠 정도로 소형화된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 발달로 마라톤 시계도 진화하고 있다. 심장박동수를 체크하는 심박계는 기본이고, GPS(위성항법장치)로 정확한 위치와 이동 거리를 측정한다.

애플 워치가 운동뿐 아니라 건강관리, SNS, 게임, 음악 감상 등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범용' 스마트워치라면, 글로벌 GPS 전문 업체인 가민에서 올해 초 선보인 '포러너235'가 마라톤, 수영,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에 특화된 '전용' 스마트워치다.

지금까지 범용 대 전용 단말기 대결에서 범용은 확실한 우세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부터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를 비롯한 전용 단말기를 차례차례 잠식하고 있다. 과연 웨어러블 단말기도 마찬가지일까? '마라톤 전용 시계' 가민 포러너235와 '범용' 애플 워치의 마라톤 대결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휴대성] 무게는 포러너235 우세, GPS-심박계 정확도는 비슷

애플 워치 대 가민 포러너235, 마라톤 대결 승자는?
 애플 워치 대 가민 포러너235, 마라톤 대결 승자는?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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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3만 원대 카시오 전자시계를 장만했다. 모노 액정 화면을 쓰는 디지털시계지만 랩타임 기능이 있어 일정 거리마다 소요 시간을 체크할 수 있었다. 1km를 6분 안팎에 뛰던 시절,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거리 표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일요일(11일) 모처럼 동네 주변을 한 바퀴 뛰었다. 5km 남짓한 거리지만 오랜만에 달린 탓인지 숨도 가쁘고 지금도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하지만 마라톤 시계 테스트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가민에서 9월 초 국내에 출시한 '포러너235'를 보고난 뒤 1년 넘게 차고 있는 애플워치랑 비교해 보고 싶어 리뷰용 제품을 빌렸다(관련기사: 올가을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다면 포러너235).

애초 애플워치를 큰맘 먹고 장만한 것도 마라톤 때문이었지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결정적으로 애플워치(시리즈1 모델)는 GPS가 내장돼 있지 않아 아이폰과 떨어지면 거의 무용지물이다. 반면 포러너235는 심박계와 GPS가 모두 내장돼 있을 뿐 아니라, 전화나 메시지, 알림 받기 말고는 스마트폰에 거의 종속되지 않는다.

이날 오른팔엔 포러너235를, 왼팔엔 애플워치와 아이폰6를 함께 착용했다. 포러너235의 무게는 42g에 불과하지만, 알루미늄 케이스를 써 가장 가볍다는 애플워치 스포츠(블랙 스포츠 밴드 포함) 무게만 67g이다. 여기에 아이폰6(129g)까지 더하면 200g에 육박한다. 유니폼부터 러닝화까지 어떻게든 무게를 줄이려는 장거리 달림이에게 스마트폰은 큰 짐이다.

애플워치는 내장 GPS가 없어 발 보폭수로 이동거리를 어림짐작한다. 지난해 가을 애플워치만 차고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는데 15km 거리를 20km로 과대 추정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결국 지난 봄 아이폰6를 암밴드로 두르고 10km 대회에 나갔는데, 거추장스러운 건 둘째 치고 몸의 좌우 균형이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지난 7일 발표한 '애플워치 시리즈2'는 GPS를 내장해 아이폰까지 달고 달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애플워치 스포츠 무게의 60%에 불과한 포러너235의 우세승.

이날 달린 거리는 포러너235가 5.12km였지만, 애플워치는 5.27km로 150m 정도 더 길었다. 덕분에 첫 1km 페이스만 6분 30초로 서로 일치했을 뿐 나머지 1km당 페이스는 애플 워치가 20초 정도씩 빨랐다. 둘 다 미국 GPS 위성 신호를 기본으로 하지만, 포러너235는 GPS에 더해 러시아 글로나스 위성 위치 데이터까지 조합해 좀 더 정확한 위치와 이동거리를 계산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장거리 마라톤에서 이 정도 오차는 치명적이진 않다.

내장 심박계 측정 결과도 두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애플워치는 평소엔 비연속적으로 측정하다, 운동 기능을 사용할 때만 실시간 측정하는 반면, 포러너235는 평소에도 실시간으로 심박을 측정한다. 또 포러너235는 심박수를 5단계로 구분해 심박수가 최대치에 도달하면 알림으로 경고해준다.

가민 포러너235(왼쪽)와 애플 워치의 심박수 측정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포러너235는 최근 측정 기록을 한눈에 보여준다.
 가민 포러너235(왼쪽)와 애플 워치의 심박수 측정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포러너235는 최근 측정 기록을 한눈에 보여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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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달릴 때는 터치보다 버튼, 대낮엔 포러너235가 보기 편해

가민 포러너235는 전형적인 전자시계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만 마라토너에겐 오히려 익숙하다.

애플워치 운동 앱은 현재 시간과 이동거리를 기본으로 하고, 경과 시간, 1km당 페이스, 활동 칼로리, 심박수 등을 터치화면을 좌우로 쓸어 넘길 때마다 차례차례 보여준다. 반면 포러너235는 거리와 시간, 페이스, 심박수까지 최대 4가지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고, 버튼을 눌러 심박수 등 다른 화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포러너는 터치화면이 아닌 일반 액정화면이기 때문에 측면 버튼을 눌러 화면을 전환한다.

평소에는 버튼보다 터치 화면이 편리하지만 달릴 때는 예외다. 가능화면 한 화면에서 러닝 관련 데이터를 한꺼번에 보여줘, 달리면서 시계에 손 댈 일이 없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화면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터치보다는 버튼이 낫다. 달리면서 손가락에 땀이 차거나 물기가 묻으면 터치가 잘 안 되고, 한겨울이나 쌀쌀한 봄가을에도 러닝 장갑을 많이 착용하는데, 스마트폰 터치 전용 장갑을 쓰더라도 버튼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마라톤은 주로 아침이나 낮 실외에서 하기 때문에 액정 시인도도 중요하다. 아무래도 낮에는 일반 전자시계 액정을 쓰는 포러너235가 뚜렷하게 잘 보였다. 올레드(OLED) 화면을 사용하는 애플워치는 밤이나 실내처럼 어두운 곳일수록 잘 보이지만 직사광선에는 약하다. 다만 애플 워치 시리즈2에서는 화면 밝기를 두 배 정도 늘렸다고 한다.

달림이 사용자 관점에서 봤을 때 전반적인 시계 인터페이스와 이용 환경은 포러너235 쪽이 더 앞선다.

[코칭 능력] 마라톤 코치는 포러너235, 앱 확장은 애플 워치

가민 포러너235(왼쪽)과 애플 워치 달리기 기록 비교. 포러너235는 내장 GPS로 측정한 이동 궤적을 지도상에 보여준다.
 가민 포러너235(왼쪽)과 애플 워치 달리기 기록 비교. 포러너235는 내장 GPS로 측정한 이동 궤적을 지도상에 보여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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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데이터 분석도 포러너235가 앞선다. 애플워치 운동 기록은 활동 대사량, km당 페이스, 평균 심박수 정도를 알려주는 게 전부인데 포러너235는 평균 페이스와 심박수를 그래프로 보여줄 뿐 아니라 평균 속력, 러닝 회전수, 고도까지 기록해준다.    

또 포러너235를 스마트폰 전용 앱(가민 커넥터)에 연동하면 지도상에 달린 궤적을 표시해 준다. 애플 워치도 시리즈2 출시에 맞춰 워치OS 3.0 버전부터는 운동 앱에 지도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런키퍼' 같은 달리기 앱을 이용해야 이동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포러너235는 지금까지 누적된 달리기, 심박수 데이터 등을 근거로 적정한 운동량을 추천하고, 레이스 예상 시간도 산출한다. 예를 들어 심장에 무리 없이 5km를 24분 정도에 뛸 능력이면, 10km는 50분, 하프(21.095m)는 1시간 51분, 풀(42.195km) 코스는 3시간 50분 정도에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앱 확장성은 애플워치가 앞선다. 포러너235는 자체 앱과 마이피트니스팔 앱 정도를 SNS를 통해 연동하는 정도지만,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동해 어떤 앱을 쓰느냐에 따라 활용도를 계속 확장할 수 있다. 

[사용시간] GPS 11시간 대 5시간, 애플워치로 풀코스는 '아슬아슬'

일반 전자시계는 배터리 교체 없이 1년 이상 쓰지만 스마트워치는 수시로 충전해야 해 불편하다. 그나마 애플워치보다는 포러너235가 오래 간다. 포러너235는 최대 9일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GPS를 가동하면 최대 11시간까지 밖에 쓸 수 없다고 한다. 포러너235를 러닝 기능을 이용할 때만 GPS를 가동하는데, 6일 동안 러닝 기능을 2시간 정도 썼지만 충전할 일은 없었다. 이 정도면 풀코스 완주 기록이 4~5시간대인 아마추어 마라토너도 대회용으로 손색없다.

애플워치는 최대 18시간까지 쓸 수 있어, 평소 1박 2일도 무난하다. 하지만 운동 기능을 쓸 때는 내장 심박계를 풀가동하고 아이폰 GPS와 연동하느라 배터리가 급속히 줄어 최대 8시간을 넘길 수 없다. 또 애플워치 시리즈2는 아이폰과 연결하지 않고 내장 GPS를 사용하면 운동 기능이 최대 5시간으로 줄어든다. 평소 훈련이나 2시간 안팎의 하프 코스 대회 정도는 무난하지만, 완주 기록 4시간이 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풀코스 대회용으로 쓰기엔 조금 애매한 수준이다.

내구성은 플라스틱 케이스와 커버를 사용한 포러너235보다는 알루미늄 케이스에 강화유리를 사용한 애플워치가 낫지만, 제품 무게 탓에 바닥에 떨어뜨렸을 충격은 애플워치 쪽이 크다. 패션이나 다양성은 애플워치가 앞선다. 포러너235는 기본 블랙 바탕에 레드, 민트, 핑크 등 3가지 색상이 전부지만, 애플워치는 케이스 재질과 색상, 밴드에 따라 수백 가지 연출이 가능하다. 

가민 포러너235 국내 판매 가격은 39만9000원으로, 애플워치 스포츠 시리즈1(38mm 33만9천원, 42mm 37만9천원)보다는 비싸고, 시리즈2(38mm 45만9천원, 42mm 49만9천원)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다. 애플워치 시리즈2는 포러너235와 마찬가지로 내장 GPS와 50m 방수 기능도 갖춰 수영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심박계에 GPS까지 들어간 탓에 일반 스마트워치보다는 고가다. 마라톤, 수영, 자전거 같은 기록 달성에 도전하는 '철인'이라면 포러너235가, 틈틈이 대회에 나가긴 하지만 일상용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면 애플 워치가 낫다. 하지만 평소 가벼운 달리기, 걷기(만보계), 수면 체크 같은 일반적인 건강 관리라면 10만 원 안팎의 스포츠 밴드도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리뷰에 사용한 가민 포러너235는 제조사에서 제공했으며, 리뷰 제품은 사용 후 반납했습니다.



태그:#가민 포러너235, #애플워치, #GPS, #마라톤, #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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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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