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집사 성추행 의혹 등 성추문에 휩싸인 김해성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현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끝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독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백종국·윤경아) 측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에 "김 목사가 이번 주 교회 예배를 통해 (성추문 관련해) '자기 고백'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목사가 11일 자신이 담임 목사로 재직 중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예배에서 공개사과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그는 이날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예배·설교에서는 오히려 김 목사와 관련한 축복·회복기도가 주가 됐다. 기자가 11일 중국동포교회에 찾아가 1~3부 예배를 취재한 결과, 설교 인도는 김 목사 대신 수석목사인 이선희 목사가 맡았다. 그는 예배 후 축복기도 중 "지금 이 시간 병상에서 아파하며 영육 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해성 목사님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목사는 김해성 목사와 함께 20년간 활동을 해온 최측근 인사이자, 현재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이기도 하다. 이 목사는 이날 예배 후 기자와 만나 "(자기고백은) 김 목사님이 직접 말씀하신 게 아니라, 교회개혁실천연대 측이 일방적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김 목사님은 오늘 (예배에) 안 오신다", "(김해성) 목사님도 몸을 추스르셔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성추문 관련, 최측근 목사 "김 목사님, 곧 전체적으로 발표할 것"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김 목사가 중국동포교회 집사인 여신도 A씨를 수차례 성추행한 의혹이 있고, 본인이 대표로 있는 '지구촌사랑나눔'의 여직원이었던 B씨로부터 '성관계'를 근거로 2억8000만 원을 갈취당했다며 B씨를 고소하는 등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내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이주노동자의 대부' 김해성 목사 성추문 의혹
http://omn.kr/l3bt)
이를 최초로 제보 받은 교회개혁실천연대 측은 앞서 김 목사를 만나 성추행(A씨)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고 한다. 그간 <오마이뉴스> 기자가 건 전화·문자 등을 거부하며 연락이 닿지 않던 김 목사도 9일 오후 <오마이뉴스> 측에 전화해 "하나님 앞에 범죄를 저지른 거라 생각한다", "심각하게 참회하고 있다", "기도하는 중이니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선희 목사는 11일 이와 관련해 "(기사) 내용이 사실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라며 "목사님이 필요하실 때 곧 전체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니며, 이에 따라 조만간 김해성 목사의 공개적인 입장 발표가 따로 있을 예정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목사는 이날 '감사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던 도중, 김 목사가 이룬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 때를 기억해보라, 그때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많은 것이 갖춰져 있나", "불쌍했던 이전 그때 사람들을 김해성 목사님이 얼마나 많이 거둔 줄 아나?"란 얘기였다. 그는 "20년 전 제가 (만나러) 갔더니, 김 목사님이 성남 지하실에서, 오갈 데 없는 중국 동포들을 죽 끓여가며 먹이고 있더라"고 말했다.
교인들 "병중에 계신 우리 목사님을 믿겠다"11일, 김해성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의 1부 예배에는 70여 명이, 2부 예배에는 120~130명 신자가 참석했다. 대표기도를 맡은 신자마다 김해성 목사를 위해 기도했으며, 일부는 교회 내에 "흑암(黑暗: 깜깜하고 어두움)의 세력들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회 부목사·집사 등 직분이 있는 신자들은 이날 단상에서 기도하면서,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 의혹을 의식한 듯 "이제는 우리가 이 교회를 지키겠다", "우리 중국동포교회를 어지럽히려는 자들이 틈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바다 물결같이 요동치는 성도들이 없게, 또 무성한 소문에 떠내려가거나 부화뇌동하는 사람이 없게 해 달라"며 "교회를 혼란케 만드는 악인들, 흑암의 세력들이 없도록" 기도했다.
"병중에 계신 김해성 목사님이 환난을 이기고 주님 제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한 신자의 기도 소리에 다른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1부·2부 예배 성가대의 찬양 제목은 각각 '마귀들과 싸울지라',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였다.
3부 예배 찬양 인도를 맡은 한 남성 인도자는 "(목사님도) 인간이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 있다"면서도 "목사님이 30년간 얼마나 고생하셨나", "(하지만) 여성이 남자 하나를 망가트리는 데는 1초면 된다, 남자들 다 알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야 한다"며 "그건 믿지 말고 우리는 오로지, 우리 담임목사를 믿읍시다"라고 외쳤다. 이에 성도들은 재차 "아멘"이라고 답했다.
앞서 교회개혁실천연대 측은 김해성 목사·중국동포교회 측에 공문을 보내 김 목사가 ▲ 성추행 등을 공개사과하고 ▲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며 ▲ 치유와 회복을 위해 2년 이상의 자숙기간을 가질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기도하는 과정이니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