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몬스터> 포스터

▲ <머니 몬스터> 포스터 ⓒ (주)UPI코리아


금융위기를 조명한 영화들

2007~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대규모 금융 위기 사태는 자본주의의 속살을 낱낱이 까발렸다. 완벽하다고 자랑하던 시스템은 결함투성이였고, 공평하다고 생각한 제도는 가진 자에게만 유리하게 판이 짜여있었다. 1%의 사람이 42%의 부를 점령한 극심한 소득불균형,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아도 월가는 구제 금융으로 살려주는 모순적인 정책은 많은 이를 분노하게 하였다. 사회의 팽배한 불만은 2011년 월가를 점령하는 시위를 잉태했다.

사회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화는 여러 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금융 위기'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했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2011) <월 스트리트: 분노의 복수>(2013) <라스트 홈>(2014) <빅쇼트>(2015)는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루었다.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2009) <인사이드 잡>(2010)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장르적인 접근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도 쏟아졌다. 시간을 거래하는 <인 타임>(2011), 계층을 강조하는 <헝거게임> 시리즈, 두 개의 세계로 나뉜 <업사이드 다운>(2012), 독점된 부를 비판하는 <엘리시움>(2013) 등엔 자본, 시스템, 계급 사회, 양극화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주목

<머니 몬스터> 배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다.

▲ <머니 몬스터> 배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다. ⓒ (주)UPI코리아


조디 포스터가 메가폰을 잡은 <머니 몬스터>도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영화는 인기 높은 TV 경제 프로그램 '머니 몬스터'쇼의 생방송 도중에 스튜디오로 괴한이 침입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머니 몬스터>는 조디 포스터 감독의 예전 작품인 <꼬마 천재 테이트>(1991)와 <비버>(2011)가 보여주었던 성장, 가족과 거리가 멀다. 조디 포스터 감독은 "<머니 몬스터>는 스릴 있는 장르 영화다. 내가 작업해 온 스타일은 아니다. 그동안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온 나로서는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라고 도전을 설명했다.

<머니 몬스터>는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폭탄 테러 인질극을 통해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주가 조작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전 재산을 잃은 테러범 카일 버드웰(잭 오코넬 분)이 '머니 몬스터'쇼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 분)와 PD 패티 펜(줄리아 로버츠 분)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은 마치 '월가를 점령하라'의 영화적인 재현으로 다가온다. 카일은 거짓 정보에 속은 투자자, 리는 자기 배만 불리는 금융 회사, 패티는 방관한 정부로 볼 수도 있다.

생방송, 폭탄 테러, 스튜디오라는 요소를 지닌 <머니 몬스터>는 얼핏 <더 테러 라이브>를 연상케 하나 차이점은 상당하다. 시청률을 상승 욕구와 연결한 <더 테러 라이브>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긴박감을 추구한다. 범인을 쫓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머니 몬스터>는 시청률에 관심이 없다. 사건의 진실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 보는 이가 인물에 이입하길 원하는 화법은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룬 <뜨거운 오후>(1971)에 가깝다. 은행 강도 소니 워트직(알 파치노 분)가 살았으면 하는 관객의 바람은 <머니 몬스터>의 카일에게도 해당한다.

금융과 TV 방송 쇼, 욕망 앞의 닮은 꼴

<머니 몬스터> 금융을 TV방송쇼로 은유했다.

▲ <머니 몬스터> 금융을 TV방송쇼로 은유했다. ⓒ (주)UPI코리아


"내 돈은 소중해, 계속 불어나"라는 노래 가사로 시작하는 '머니 몬스터'쇼는 신자본주의 시대에 권력으로 군림하는 금융을 TV 방송 쇼로 은유한 형상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송의 '쇼'처럼 금융이란 '쇼'도 막대한 부를 금방 거머쥘 수 있다는 속삭임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진짜와 가짜를 뒤섞는 방송과 진실과 거짓이 혼재한 금융은 닮은꼴이다. 거대한 욕망을 보며 <머니 몬스터>는 돈이 괴물인가, 아니면 인간이 괴물인가 질문한다.

<라스트 홈>엔 "미국은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에 의한 나라일 뿐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왜 (승자에) 저항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이런 저항의 목소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를 통해 표출되었다. '혁명'의 메시지를 던진 버니 샌더스는 미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는 새로운 변화란 발걸음을 내디뎠다.

<머니 몬스터>의 마지막 장면도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흥미진진한 인질극의 생중계가 끝나자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는 듯 관심을 끊는다. 자칫 냉소적으로 다가오는 전개이나 조디 포스터 감독은 희망의 작은 조각을 남겨 놓았다. 상황이 끝난 후, 리와 패티는 "다음 주엔 또 어떤 쇼를 내보내죠?"라고 이야기를 나눈다. 관객은 안다.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송을 할 것이란 사실을. 변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머니 몬스터 조디 포스터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잭 오코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