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트래포드에 어린 축구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홈팀의 경기력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는 이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하며 곡절 끝에 다시 데려온 미드필더 폴 포그바의 효용성을 충분히 확인한 복귀전이었다. 조금 낯선 풍경이지만 맨유의 7만5326명 홈팬들이 금요일 밤을 홀가분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20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사우스햄튼과의 홈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2골을 터뜨린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포그바까지 '플레이 메이커' 4명

지난 14일 AFC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1로 기분 좋게 이기고 돌아와 홈팬들 앞에 시즌 첫 선을 보이는 맨유 선수들은 관중석에 붉은 물결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빅 클럽으로의 명예 회복을 기대하게 만드는 주제 무리뉴 감독부터 그 각오가 남달랐고 선수들은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새 시즌 맨유의 가장 달라진 부분은 역시 중원이었다. 2011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폴 포그바가 2012년 7월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 FC로 가서 지난 시즌까지 뛰면서 실력이 만개하여 돌아온 덕분이었다.

폴 포그바가 중심을 잡은 맨유의 허리는 무려 4명의 플레이 메이커(펠라이니-포그바-루니-마타)가 뛰면서 역동적으로 돌았다. 외형상으로는 4-2-3-1 포메이션이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웨인 루니와 후안 마타까지 수비 라인 바로 근처까지 내려와 공을 돌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시작 후 13분 만에 폴 포그바가 동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측면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수많은 홈팬들에게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는 펠라이니와 교대로 센터백의 빌드 업 부담을 줄이는 위치에서 뛰면서 듬직함을 자랑했다. 소유한 공을 웬만해서는 빼앗기지 않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성공시켜 역습을 전개하는 장면들은 홈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폴 포그바의 발끝에서 뻗어나가는 역습 패스가 앙토니 마샬의 드리블 속도를 빛낼 수 있었고, 노련한 웨인 루니와 짧게 주고받으며 패스 공간을 확보할 때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눈빛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즐라탄의 결정력과 맨유의 신형 트리플 타워

홈 팀 맨유는 36분에 결승골을 뽑아내며 한결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흐른 공을 잡은 웨인 루니가 지체없이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크로스로 새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이마를 빛냈다. 

타점 높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공격력은 어느 수비수들이나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잘 드러났다. 폴 포그바까지 확보한 맨유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신형 트리플 타워를 구축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195cm), 마루앙 펠라이니(194cm), 폴 포그바(191cm)가 만드는 맨유의 삼각형은 탄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맨유는 52분에 추가골까지 얻어냈다. 루크 쇼가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여 드리블하다가 사우스햄튼 미드필더 요르디 클라시의 걸기 반칙을 이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어 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아 성공시켰다. 2라운드가 시작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벌써 시즌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맨유의 중원을 더욱 든든하게 만드는 요소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76분에 후안 마타를 빼고 헨리크 므키타리안을 들여보내 만회골을 노리는 사우스햄튼의 빈틈을 휘저으라고 지시했다. 82분에는 왼쪽 날개공격수 마샬을 빼고 가운데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를 들여보내 중원을 더욱 안정시켰다. 홈팬들 앞에서 2-0 승리를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서 어떤 추가 조치가 필요한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맨유의 필드 플레이어들은 80분이 지나면서 지친 기색이 보일 정도로 두 줄 겹수비도 펼쳤다. 화끈한 공격력을 더 보여줘도 모자랄 흐름이었지만 무리뉴 감독이 우선 생각한 것은 승점 3점, 무실점 완승이라는 실리 축구였던 것이다.

9개월간 이어지는 리그를 완주하기 위해 팀을 어떻게 리빌딩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주제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맨유는 오는 28일 오전 1시 30분 헐 시티와의 원정 경기(KCOM 스타디움)를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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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R 결과(20일 오전 4시, 올드 트래포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 사우스햄튼 [득점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분,도움-웨인 루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52분,PK)]

◎ 맨유 선수들
FW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AMF : 앙토니 마샬(82분↔안데르 에레라), 웨인 루니(89분↔크리스 스몰링), 후안 마타(76분↔헨리크 므키타리안)
DMF : 폴 포그바, 마루앙 펠라이니
DF : 루크 쇼, 데일리 블린트, 에릭 베일리, 안토니오 발렌시아
GK : 다비드 데 헤아

◎ 사우스햄튼 선수들
FW : 셰인 롱(84분↔제이 로드리게스), 두산 타디치, 나단 레드몬드
MF : 피에르-에밀 호이베르그, 오리올 로메우(12분↔요르디 클라시), 스티븐 데이비스(67분↔찰리 오스틴)
DF : 세드릭 소아레스, 버질 판 다이크, 호세 폰테, 매트 타켓
GK : 프레이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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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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