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대표팀이 공격 성공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14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대표팀이 공격 성공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가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로 가는 최대 고비에 맞닥뜨렸다. 한국 여자배구는 16일 밤 10시(아래 한국 시각) 네덜란드와 운명의 8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지면 메달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아울러 한국 구기종목도 리우 올림픽을 마감하게 된다. 단체 구기종목 중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은 겨우 네 종목뿐이었다. 그 중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 여자 하키가 지난 14일, 8강 또는 조별예선 탈락이 확정되면서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유일하게 여자배구만 생존해 있다. 한국 구기종목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는 한판이다.

당초 네덜란드는 한국이 8강에서 만나기를 내심 원했던 상대였다. 해볼 만한 팀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네덜란드와 대결한 3차례 경기에서 한국은 2승 1패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한국은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7월 말 열린 네덜란드 원정 평가전에서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리우 돌풍 네덜란드, '예선전 때 그 팀' 아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 본선에 들어와서 네덜란드는 전혀 다른 팀으로 돌변했다.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세계 최강 중의 하나인 중국을 3-2로 이기면서 파란을 예고했다. 한국이 8강에서 피하고 싶었던 세르비아마저 3-2로 꺾었다. 세계랭킹 1위인 미국에 비록 패하긴 했지만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결국 4승 1패로 당당히 B조 2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성적이 말해주듯, 네덜란드는 리우 올림픽에서 공격 파워, 빠르기, 조직력 등에서 우승 후보 못지않은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연경 선수도 15일 리우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예전에는 편한 상대로 생각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니 편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연습경기도 해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선수도 있어서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일 뿐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네덜란드의 최근 경기력에 놀라움과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방송사 배구 해설위원들은 16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네덜란드가 올림픽 예선전 때 그 네덜란드가 아니다"며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숙자 KBS 해설위원은 "기본인 서브와 리시브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윤희 MBC 해설위원은 "박정아·이재영이 수비에서 잘 버텨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김연경의 수비 부담을 줄여줘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구이데티 감독과 바키프방크 3인방이 핵심

 네덜란드 여자배구 대표팀... 슬뢰체스(10번), 부이스(11번), 크루이프(5번)가 핵심이다.

네덜란드 여자배구 대표팀... 슬뢰체스(10번), 부이스(11번), 크루이프(5번)가 핵심이다. ⓒ 국제배구연맹(FIVB)


네덜란드 전력의 핵심은 '바키프방크 라인'이 쥐고 있다. 구이데티 감독과 슬뢰체스, 부이스, 크루이프 등 주전 3인방이 그들이다.

우선 세계적 명장인 구이데티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구이데티는 현재 여자배구 세계 최고봉인 터키 리그의 바키프방크(Vakifbank) 감독이기도 하다. 바키프방크는 김연경의 소속 팀인 페네르바체(Fenerbahce)와 숙명의 라이벌이다. 지난 2015~2016시즌에도 터키 리그의 정규리그 1위는 페네르바체가, 포스트시즌 우승은 바키프방크가 가져갔다.

그런데 네달란드 대표팀의 핵심 3인방인 슬뢰체스, 부이스, 크루이프가 바로 지난 시즌 구이데티 감독이 이끄는 바키프방크에서 활약했다. 이는 네덜란드가 조직적 완성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 5월 올림픽 세계예선전 때는 터키 리그가 끝난 직후 대표 선수들이 소집된 상태라 다소 미흡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를 갖추었다. 힘과 높이를 갖춘 유럽 체형에 브라질 스타일의 스피드를 접목한 플레이를 한다.

주 공격수인 슬뢰체스(27세·191cm)는 여전히 라이트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러나 슬뢰체스 한 명만으로 네덜란드의 경기력이 급격히 상승할 수는 없다. 돌풍의 핵은 부이스(26세·190cm)와 크루이프(26세·192cm)다. 부이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파워와 빠른 공격으로 슬뢰체스와 확실한 좌우 쌍포를 구축했다. 센터인 크루이프는 중앙 속공과 블로킹으로 매 경기 많은 득점을 하고 있다.

레프트 공격수로 수비에서 큰 역할을 했던 발케스타인(29세·180cm)이 9일 미국전에서 부상을 당하자, 플라크(22세·190cm)와 피터슨(28세·187cm)이 그 빈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피터슨은 14일 세르비아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리베로'가 아니다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김연경이 상대 공격을 안정적으로 리시브하고 있다.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김연경이 상대 공격을 안정적으로 리시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이재영이 공격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14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이재영이 공격 성공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네덜란드에 맞설 한국 대표팀의 핵심은 김연경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공격만 잘해서가 아니다. 리시브 등 수비도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다.

김연경의 공격력과 득점력을 살리는 것은 한국 팀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에서 김연경은 강팀들의 견고한 블로킹과 서브로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로 인해 김연경의 수비 부담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레프트 공격수인 박정아·이재영이 리시브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연경이 두 선수의 리시브와 수비 범위까지 도와주다 보니 일부 경기에서는 마치 수비형 레프트처럼 비쳐질 정도였다. 당연히 공격에서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결국 박정아·이재영이 공격이든 수비든 어느 하나라도 자기 몫을 확실하게 책임져줘야 네덜란드를 꺾고 4강에 갈 수 있다. 김해란 리베로가 두 선수의 리시브를 도와준다고 해도 계속 흔들리면 답은 없다.

스포츠에서 단기전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날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박정아·이재영에게 딱 필요한 말이다. 부담감과 복잡한 생각 다 내려놓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수밖에 없다.

김희진 공격, 더 영리해져야... 서브도 주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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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김희진의 공격력과 득점력을 더 끌어올리는 것도 급선무다. 찬스와 2단 연결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라이트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희진의 공격이 너무 정직하게 블로킹에 대고 때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강팀들의 블로킹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장윤희 해설위원은 "(김)희진이는 직선 공격 등으로 블로킹을 피해서 때리거나, 블로킹을 이용하는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하다"며 "빠르고 다양하게 이동하는 공격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브가 전체적으로 까다로우면서 범실 없이 잘 들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네덜란드의 공격과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서브가 최대 무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네덜란드만 넘으면 메달 획득에 성큼 다가 설 수 있다. 4강에서 만날 팀도 세계 최강이겠지만, 올림픽에서 4강 이상은 세계랭킹이나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세계랭킹 1~2위가 결승에 못가는 건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한국 또한 4강에 올라간다면, 그 여세를 몰아 실력 이상의 능력이 발휘될 소지도 많다. 그것이 올림픽이다. 여자배구가 런던의 4강 기적에 이어 '리우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오늘 밤,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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