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과 삼파올리 양 팀 감독은 승부차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연장전도 거의 다 끝날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믿기 힘든 슈퍼 골이 터져나왔다. 다니 카르바할이 그 힘든 시간대에 그렇게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3시 45분 노르웨이 트론트하임에 있는 레켄달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16 UEFA(유럽축구연맹) 슈퍼 컵 세비야 FC(스페인)와의 경기에서 연장전에 터진 카르바할의 짜릿한 극장골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겼다. 이 승리로 레알 마드리드는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치켜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세르히오 라모스의 '병 주고 약 주고' 사연

축구 선수들 누구나 꿈꾸는 별들의 무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는 유로파리그 우승 팀 세비야를 맞아 경기 시작 후 21분 만에 멋진 선취골을 터뜨리며 먼저 웃었다.

포르투갈을 EURO 2016에서 우승 시키면서 부상당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오지 못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는 20살 새 얼굴 마르코 아센시오가 있었다. 그가 터뜨린 이 선취골은 보는 이들을 모두 놀라게 할 만했다. 세비야 골문으로부터 약 30미터 거리에서 과감하게 왼발로 찬 무회전 공이었기에 골키퍼 세르지오 리코도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비야가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같은 프리메라 리가에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입장이기에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41분에 세비야의 동점골이 프랑코 바스케스의 왼발 끝에서 만들어졌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공을 골잡이 비톨로가 가슴으로 방향을 바꿔놓은 순간을 프랑코 바스케스가 놓치지 않았다. 수비수 사이로 반 박자 빠르게 때린 공을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키코 카시야가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전반전을 1-1로 끝내고 후반전에 세비야가 흐름을 뒤집어 버렸다. 71분에 골잡이 비톨로가 절묘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비톨로를 걸어 넘어뜨린 수비수가 세르히오 라모스였기에 더욱 사연이 기구하게 흘러갔다.

세르히오 라모스로서는 비톨로의 넘어지는 동작이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위해 과장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바로 앞에서 이 순간을 살핀 추가 부심의 의견을 마지치(세르비아) 주심이 받아들여 휘슬을 길게 불었다. 그리고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간 예브헨 코노플랸카가 이 기회를 냉정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켰다.

카르바할의 슈퍼 골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완장을 찬 세르히오 라모스는 고개를 좀처럼 들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반칙을 저질러 역전을 허용했다는 것은 잊기 힘든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련한 라모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만에 자신이 직접 극장골을 터뜨릴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루카스 바스케스가 넘겨준 공을 받아 빈 골문에 헤더 골을 꽂아넣었다. 20분 전에 자신이 내준 페널티킥 역전골의 아픔을 단숨에 지워버릴 수 있는 순간을 스스로 마련한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연장전 초반에 세비야 수비진에 비상이 걸렸다. 티모시 콜로지에자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다. 여기서 생긴 세비야 수비 라인의 빈틈이 결국 극장골로 이어졌다.

연장전 후반전도 거의 끝날 무렵 경기장 시계는 약속된 시간까지 겨우 78초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세비야의 역전 페널티킥 골 주인공 예브헨 코노플랸카가 역습을 시도하는 순간 이를 따라붙은 레알 마드리드 오른쪽 풀백 다니 카르바할이 공을 잽싸게 가로챘다. 그리고는 약 40미터에 이르는 드리블 질주가 시작되었다.

설마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니 카르바할의 드리블 스피드는 연장전까지 뛰면서 지쳐 있는 세비야 수비수들을 압도했다. 그의 앞에 세 명의 세비야 FC 선수들이 달려들었지만 카르바할의 변속 기어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완벽하게 그물을 흔들었다. 어느 누구도 걸고 넘어질 수 없는 완벽한 슈퍼 골이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2002년, 2014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UEFA 슈퍼 컵 주인이 되었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는 2016-2017 시즌 프리메라 리가 개막 준비를 해야 한다. 그들의 라 리가 개막전은 22일(월) 오전 3시 15분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원정 경기로 열린다.

2006년 우승에 이어 10년 만에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꿈꿨던 세비야 FC도 21일(일) 오전 5시 15분 에스파뇰과의 홈 경기로 프리메라 리가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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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UEFA 슈퍼 컵 결과(10일 오전 3시 45분, 레켄탈 슈타디온-노르웨이)

★ 레알 마드리드 CF 3(연장전)2 세비야 FC [득점 : 마르코 아센시오(21분), 세르히오 라모스(90+3분,도움-루카스 바스케스), 다니 카르바할(119분) / 프랑코 바스케스(41분,도움-비톨로), 예브헨 코노플랸카(72분,PK)]
축구 슈퍼 컵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FC 카르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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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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