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병원에 게시된 입원료 본인부담 인상 공지문
병원에 게시된 입원료 본인부담 인상 공지문 ⓒ 정형준

박근혜 정부가 결국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입원료를 인상했다. 정부는 2016년 7월 1일을 기해서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30%까지 인상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장기입원 유인요소를 줄이겠다는 빌미로 15일 이상 입원하면 본인부담금을 25%로, 30일 이상 입원하면 30%까지 인상하는 안을 강행했다.

이 안은 원래 최초로는 2015년 2월에 입법예고된 바 있다. 당시 초안은 무려 40%까지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수많은 국민과 노동시민단체들이 반대한 바 있다. 메르스 감염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5년 5월 중순 보건복지부는 이 시행령 관련 공청회를 했는데, 당시 시민단체,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모두가 입원료 인상에 반대할 정도로 이 시행령을 동의한 전문가, 시민, 단체는 없다. 입원료 인상을 고수한 것은 오로지 국민들을 쥐어짜려는 박근혜 정부뿐이었다.

때문에 정부는 애초 계획인 2015년 하반기에 입원료 인상 계획을 시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의료민영화를 포함한 규제완화와 노동법개악시도, 국정교과서 강행 등을 하면서, 결국 소리 소문 없이 2015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입원료 인상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당시 한국 최초의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을 허가한 상황이라서, 입원료 인상은 보건의료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수많은 폭탄들을 터뜨리는 와중에 이제 국민들이 입원시 내야 할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나마 막무가내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저항과 반대로 40%까지가 아니라 30%까지만 인상하기로 한 것에 고마워 해야 할까? 사실 입원료 부담금을 인상하여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 정부의 반서민, 반복지 노선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반복지, 반서민 정책

우선 입원료 부담이 무서워 퇴원할 환자들은 단순히 떠올려봐도 가난한 환자들이다. 하루 몇 천 원의 본인부담금이 증가해도 부담이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가난한 환자들은 간병해 줄 사람도 마땅치 않고, 소득이나, 연금 등이 없어서 밥 해 먹기도 빠듯한 현실에 놓여 있다. 또한 사회에 돌아갈 곳도 없어 병원에 울며 겨자먹기로 입원해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한국의 의료제도는 OECD국가 대부분처럼 본인부담금이 없거나 낮은 구조가 아니라, 미국, 멕시코와 견줄 정도로 의료보장도 형편 없어 입원해 있더라도 부담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나마 빈약한 여타 사회복지와 견주어 건강보험이 나은 제도이기 때문에, 빈곤층이 의존하게 된다.

이를 다른 사회복지제도의 제반 조건은 외면하고 단순화시켜, 장기입원자를 쫓아내야 할 사람들로 보는 것은 정부가 해야 될 일이 아닐 것이다. 작은 돈에 민감한 빈곤층의 의료이용만 자제시키면 이는 의료 이용의 명백한 '부익부 빈익빈'만 부추기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아프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여기다, 병원공급 측면에서 봐도, 가난한 환자들의 빠른 퇴원은 입원초기에 검사 및 수술로 높은 이익을 챙기는 대형병원들의 수익률만 극대화 시킬 조치이다. 병상 회전율을 높이면 입원하려는 대기환자가 있는 대형병원들만 행복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초기 수술이나 검사보다는 수술 후 입원치료가 중심인 중소병원들의 경우는 입원 본인부담 인상으로 병실가동률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 단기간 입원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병원이 유리한 조치이며, 대형병원의 수익률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입원료 인상은 건강보험의 보편적인 보장성을 악화시키는 조치라는 점이다. 현재 무려 30조(누적흑자 17조, 정부 사후정산 미납금 12조 3천억)가 넘는 건강보험 흑자 국면에서 입원비 본인부담금을 낮추지는 못할 망정, 올리는 것은 다름 아닌 돈이 남아 돌아도 환자들은 쥐어짜겠다는 일관된 긴축정책의 반영이다. 또한 이런 긴축을 통해서 국고지원 미납금은 물론이요,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면하려는 시도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복지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며, 4대 중증질환의 경우 국가보장을 100%까지 하겠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공약은 누더기가 되었지만, 거꾸로 역행하면서, 국민들의 여론까지 무시하는 행위는 기가막힐 따름이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야기하면서 민간보험은 방치

정부정책의 모순은 또 있다. 정부는 본인부담금을 올려서 장기입원은 막겠다면서, 민간의료보험은 그대로 놔두고 있다. 15일 이상 입원한 환자의본인부담금을 올린다 해도, 현행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는 민간실손보험이 있다면, 효과는 거의 없다.

실손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라면 법정본인부담금인상 만큼의 부담을 민간보험이 지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면 할수록 민간보험이 보장할 시장이 확대된다는 뜻이다. 또한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장기입원으로 인한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이 정책이 정말 장기입원을 막기위한 것이었는지도 되돌아보게 된다.

거꾸로 이 같은 보장성 악화안들은 가뜩이나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에게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부추기게 된다. 또한 환자들에게는 민간보험 가입을 종용하는 셈도 된다.

만약 정말 환자들의 부담률을 올려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막을 요량이라면, 실손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민간보험의 시장만 넓혀주는 셈이 되는데 말이다.

때문에, 이번 입원료 인상강행은 몇 번을 생각해도 국민들과는 하등 상관 없는 부자들을 위한 반서민정책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정말 끝까지 대형병원과 재벌보험사를 위한 나쁜 정부로 남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이런 나쁜 정책들을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 특히 환자들의 분노가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입원료#건강보험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집행위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