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를 알리는 전광판

이날 행사를 알리는 전광판 ⓒ 서민석


7월 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는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여덟 번째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에서는 NC가 테임즈의 만루홈런, 솔로 홈런 등 홈런 세 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 4사사구를 엮어 롯데에 12-3으로 대승을 거뒀다.

부산과 마산을 연고지로 한 두 팀의 경기 못지 않게 이날 돋보이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지난 시즌이 끝나고 NC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손민한,박명환,이혜천의 은퇴식이었다.

이날 은퇴식은 다른 구단의 여느 은퇴 행사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 가입식'이라는 이름 하에 세 선수들이 은퇴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프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NC에서 남다른 은퇴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NC 베테랑 투수 3인방을 기념하는 화환

NC 베테랑 투수 3인방을 기념하는 화환 ⓒ 서민석


프로에서 화려했던 그들의 시절 

세 선수는 프로무대 데뷔 이후 투수로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묘한 것은 이들의 기록의 대부분은 NC가 아닌 다른 팀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라는 점이다.

먼저 손민한을 보자. 1997년 롯데에서 데뷔한 이후 2008시즌까지 손민한는 여섯 번이나 10승 이상을 거뒀고, 2005년에는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도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야구 선수에게 쉽지 않은 신(神)이라는 별명을 양준혁, 이종범과 더불어 팬들이 붙여준 것 자체가 그의 활약을 반증했다.

박명환도 두산의 전신인 OB 시절 1996년 데뷔한 이후 2006시즌까지 11시즌 중 네 번의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동 시대의 손민한, 배영수와 더불어 최고 토종 우완 선발로 불렸다.

선발로 주로 뛴 손민한과 박명환과 달리 상대적으로 계투였던 이혜천은 1998년 OB(현 두산)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이후 주로 홀드에서 두각을 보였던 투수들이었다. 세 선수 모두 롯데(손민한), 두산(박명환·이혜천)이라는 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만큼 안정적이었다.

 가족들과 기념 촬영중인 세 투수들

가족들과 기념 촬영중인 세 투수들 ⓒ 서민석


세 선수에게 나란히 찾아 온 시련 

하지만, 이들은 화려한 시절 못지않게 시련의 시절도 길었다. 손민한은 2008년 롯데에서 12승 4패 평균 자책점 2.97을 기록한 이후 어깨 부상으로 세 시즌을 쉬면서 잊혀진 선수가 됐다. 게다가 선수협 회장 시절 선수협 비리까지 터지면서 그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기회를 준 팀이 바로 NC였다.

박명환과 이혜천은 '새로운 도전'이 시련으로 다가왔다. 두산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LG로 이적했지만, FA 계약 첫 해 10승(6패)를 거둔 이후 세 시즌 동안 박명환이 거둔 성적은 고작 24경기에서 4승 10패가 전부였다. 자연스럽게 그는 2010년 시즌 말 FA 계약 종료와 함께 방출되었고, 부활을 노리던 그에게 2014시즌을 앞두고 기회를 준 팀이 NC였다.

이혜천은 좌완에 빠른 구속을 지녔다는 장점을 높게 산 일본 야쿠르트 구단에 입단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채 2011시즌을 앞두고 두산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세 시즌 동안 고적 2승 8패 1세이브 11홀드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그 역시 2013시즌 두산에서 13경기에 나와 1패 평균자책점 11.57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NC로 이적했다.

각자 극심한 부진 속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팀이 NC였던 셈이다.

 나란히 공동 시구를 펼치고 있는 이혜천,손민한,박명환(좌로부터)

나란히 공동 시구를 펼치고 있는 이혜천,손민한,박명환(좌로부터) ⓒ 서민석


각자의 길에서 새로운 출발에 나서다

손민한은 세 시즌 동안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세 시즌 동안 20승 16패 10세이브 12홀드를 기록했다. 반면 박명환과 이혜천의 두 시즌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 선수는 나름대로 투수조의 고참으로 상대적으로 경험이 일천한 NC의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창단 이후 팀이 빠르게 강호로 거듭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모두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 가입 첫 사례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날 행사를 치른 세 선수는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손민한은 프로 지도자가 아닌 유소년 순회 프로그램 '손민한과 놀자'를 통해 유소년 선수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또한, 박명환은 퓨처스 투수코치로 여전히 NC에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이혜천은 자녀 교육과 본인의 못다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주리드 애들레이드 바이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날 은퇴식에서 유독 돋보였던 장면은 바로 가족이었다. 세 선수는 모두 은퇴 소감을 밝히면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밝혔다. 그리고 세 선수 모두 이날 자리를 마련해준 김경문 감독은 물론이고, 구단주나 사장, 단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NC가 새로운 역사를 매 경기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은 결코 선수 개개인의 활약만이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프런트와 가족들의 힘이 함께 어우려져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구 직후 NC 선수단이 은퇴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시구 직후 NC 선수단이 은퇴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 서민석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세 선수의 통산 성적 (괄호 안은 NC에서의 성적)

손민한:123승 88패 22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55 (3시즌 20승 16패 10세이브 12홀드)
박명환:103승 93패 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81 (2시즌 1승 3패)
이혜천:56승 48패 7세이브 72홀드 평균자채적점 5.19 (2시즌 1승 3패)
손민한 이혜천 박명환 다이노스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