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 후보팀 대거 출전한 유로 2016이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개최국이자 우승후보인 프랑스가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무난히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통적인 유럽의 강호팀에서 흑인 선수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국가 국적의 부모를 둔 2세이거나 아프리카에서 어린 나이에 스카우트되어 유럽 리그에 진출해 이중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다.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어떻게 축구선수가 되어 유럽으로 진출하는지 그리고 유럽 국적을 택한 선수들을 바라보는 아프리카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리 출신 하멜 와구에씨에게 들어보았다.

하멜 와귀에 한국에서 생활 중인 하멜 와귀에씨

▲ 하멜 와귀에 한국에서 생활 중인 하멜 와귀에씨 ⓒ 하멜 와귀에


- 동생이 우디네세에서 뛰고 있는 몰라 와귀에라고 들었다. 축구는 같이 시작했나?
"동생도 나와 같이 집이나 학교 같은 데서 공을 차며 축구를 시작했다. 동생이 학교에 들어간 후 다른 학교와 하는 경기를 보고 어떤 축구 감독이 스카우트했다. 같이 축구를 했을 때도 재능이 있는 것이 보였다. 첫 프로팀은 프랑스의 캉이었고, 스페인의 그라나다로 이적했다가 이탈리아의 우디네세로 임대되어 우디네세에서 뛰게 되었다."(기자주: 몰라 와귀에 선수는 이번 시즌 우디네세의 센터백으로 20경기 출장했다)

- 아직도 몸은 축구선수의 몸이다. 축구는 왜 그만두었나?
"집, 훈련장, 집, 훈련장으로 반복되는 생활패턴에 싫증이 나서 그만 두었다. 아시아를 좋아해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여행하다가 한국에서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게 되어 정착했다. 현재는 무역 관련 일을 하고 있다."

- 동생은 말리에서 유명한가?
"동생은 말리 국가대표 선수이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말리에서 축구선수가 되는 길

- 한국에서는 학교에 있는 축구부에 들어가서 축구를 잘하면 축구선수가 된다. 말리에서 축구선수가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말리의 인구는 1700만 명이고 이 중 90%가 축구를 좋아한다. 모두가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 근처나 골목에서 항상 공을 차고 있다. 이 중에서 축구선수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축구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조금씩 실력을 향상시켜서 나중에 축구선수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방법은 TV나 라디오를 통해 광고를 내서 10살~15살 정도의 아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한다. 한 50명 정도를 모아놓고 축구를 하게 해서 코치들이 정말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만 남기고 다 집에 가게 한다."

- 두 가지 방법 중 더 보편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아카데미보다 두 번째 방법이 조금 더 보편적이다. 아카데미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돈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재능이 많기 때문에 두 번째 방법으로 프로축구 선수가 되는 게 더 보편적이라고 본다."

- TV나 라디오를 통해 광고를 해서 아이들을 모으는 일종의 오디션에 보러 오는 코치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말리의 코치도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기도 한다."

- 한국보다 해외 진출은 더 쉬워 보인다. 해외 진출시 선호하는 나라가 있는가?
"특별히 선호하는 국가는 없지만 많은 선수들이 프랑스에서 뛰고 있다. 말리가 프랑스어를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되는 이유도 있다.(기자주: 서아프리카 대다수 국가의 공용어는 프랑스어이다) 또 프랑스에서 많이 스카우트하러 오기도 한다."

이중 국적을 보유한 선수들 바라보는 시선

- 말리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국적을 얻어서 뛰는 선수가 많을 것 같다.
"이중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한정한다면 프랑스나 벨기에 등에서 많이 뛰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의 은글루 캉테(레스터시티), 알루 디아라(전 리옹, 보르도), 라사나 디아라(전 첼시,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벨기에와 토트넘에서 뛰는 무사 뎀벨레 등이 있다."

- 이런 선수들이 말리 국적아 아닌 다른 국적을 얻는 것에 대해 말리 사람들이 비난하지는 않나?
"말리 국적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의 국적을 얻으면 선수의 몸값이 높아진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적을 택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선수의 선택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그래도 TV에 나오면 한 마디 정도 하는 분위기이다."

- 말리 국적을 택한 유명한 축구 선수는 누가 있나?
"제일 유명한 선수는 살리프 케이타(1946~)이며 그 외에 세이두 케이타(AS로마, 전 바르셀로나), 마하마두 디아라(전 레알 마드리드), 프레데릭 카누테(전 세비야)가 있다."

- 살리프 케이타는 누구인가?
"말리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선수이다. 1967년에 유럽팀(AS 생테티엔)과 계약을 하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또한 직접 체스카(CSK)라는 프로축구클럽을 만들기도 했는데 뜻은 자기 이름을 따서 'Centre Salif-Keita'로 만든 것이다."

- 체스카(CSK)는 잘하는 팀인가?
"말리에서 잘하는 팀이고, 말리에서 유명한 선수들인 마하마두 디아라, 세이두 케이타가 이 팀 출신이다."

아프리카의 축구 강호들

-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일본과 라이벌인데 말리의 라이벌은 어느 나라인가?
"말리의 라이벌은 코트디부아르이다. 항상 준결승이나 준준결승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를 만나면 말리가 졌다."

- 그럼 드로그바가 있을 때 말리 사람들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꼭 드로그바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코트디부아르에게 졌다. 말리에도 좋은 선수가 많은데 왜 지는지 모르겠다."

- 아프리카에서는 코트디부아르 말고 어떤 나라가 잘하나?
"아프리카에서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니제르, 카메룬이 잘한다. 그리고 이집트는 국제대회에서의 경력이 화려하다." (주: 이집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총 7번의 우승을 하였으며, FIFA랭킹이 가장 높았을 때는 9위였다)

말리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해

- 오래된 K리그 팬이라면 말리 출신의 다보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다보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오마르 다보는 말리의 국가대표팀 공격수였다. 내 고향 마을에 살던 이웃이어서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의 얼굴 정도는 알아보는 사이였다. 원한다면 마을 사람에게 물어봐서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도 있다"

- 다보가 우리나라에서 뛴 사실은 알고 있나?
"다보가 한국에서 뛰었을 때는 부천SK라는 팀에서 뛴 것으로 알고 있다."(주: 오마르 다보는 2002-2004 시즌에 부천SK 소속으로 77경기 21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 얼마 전에 제주 유나이티드가 FC서울을 상대로 3-4으로 역전한 경기를 보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보았나?
"제주가 잘한 경기였다. 서울은 팀 자체는 좋았지만 서울 홈인 것을 감안하면 홈에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전반전에는 FC서울이 잘 못했고, 후반전에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서울이 3-1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수비적으로 한 것이 아쉬웠다."

- 눈에 띄는 선수는 있었나?
"서울의 브라질 선수(아드리아노)가 잘 못한 것 같다. 경기 시작하고 10분 동안 아예 공을 건드리지도 못한 것 같다. 마치 레드카드를 받은 것 같았다."

- 한국에 와서는 많이 한국 축구를 보았을 것 같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 경기를 본 적이 있었나?
"아까 말했듯 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많이 왔었다. 한국 경기도 좀 챙겨봤었는데 2007년에 일본과의 아시안컵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한국과 말리의 축구 스타일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실력으로만 놓고 보면 말리나 한국이나 별 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스타일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한국팀은 굉장히 조직적으로 잘 훈련된 팀처럼 보인다. 양 팀의 컨디션이 좋다면 한국이 말리를 이길 것 같다. 하지만 말리 같은 경우에는 유럽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같은 유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은 더 많이 보유한 것 같다. 말리와 한국은 2013년에 평가전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말리가 3-1로 졌었다. 그 때는 말리 대표팀이 장거리 비행의 여파가 있었던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모든 외국인에게 한국인이 묻는 공식적인 질문이 있다. 박지성을 알고 있는가?
"굉장히 잘 알고 있다. 모든 아프리카 사람들도 박지성을 알고 있다. 다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가 남한 사람인지 북한 사람인지 구별하지는 못하고 많이 헷갈린다."

- 박지성은 월드컵 때문에 유명한 것인가? 아니면 프로선수로서 유명한 것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으로 유명하다."

-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축구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나도 고맙다."

[인터뷰이: 하멜 와귀에, 통역: 김채린(프랑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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