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의 포맷은 하현우를 확실한 스타로 만들었다

<복면가왕>의 포맷은 하현우를 확실한 스타로 만들었다 ⓒ MBC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가 떠난 <복면가왕>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선방했다. 물론 하현우의 특별 무대가 펼쳐지기는 했지만, 지난 <복면가왕>의 포커스는 그 특별 무대라고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여전히 '잘 나가는' 예능으로서의 위치를 사수했다고 볼 수 있다.

<복면가왕>의 성공은 음악 프로그램의 홍수를 만들어 내는 시발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복면가왕> 역시 음악 예능의 붐을 타고 만들어진 예능이기는 했지만, 콘셉트를 잘 잡아 성공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이 주효했다. 정체 공개의 순간, 복면이 벗겨질 때의 희열과 의외성은 노래를 듣는 그 순간의 감탄보다 더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물론 시청자들은 단 한 번의 출연으로도 가수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는 도사다. 모든 가수의 정체는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가면이라는 위장 뒤에 숨어 있는 가수들의 목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부분만큼은 <복면가왕>이 가진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는 정체가 공개될 수 없고, 결국 시청자들은 그들이 누군지 맞추기 위해 목소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누리꾼들이 정체를 채 밝혀내기도 전, 일찍 떨어지는 출연자들이 가수를 벗을 때의 의외성도 상당한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 최근 회차의 이상민이라든가 인피니트의 엘 등의 노래를 그렇게 집중해서 들을 기회는 절대 많지 않다. 온전히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시트템 덕에 정체 공개의 순간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복면 뒤에 숨은 이들이 그들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결국 '복면'은 음악 예능의 판도를 뒤집은 최고의 아이템이 되었다. 최근 지나치게 '대결' 구도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 모양새는 다소 아쉽지만 <복면가왕>은 의외성 넘치는 출연진의 섭외만 제대로 해낸다면 당분간은 인기를 유지할 모양새다.

그러나 다른 음악 예능은 어떨까. 지상파가 <복면가왕>에 자극을 받아 선보였음이 분명한 음악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듀엣 가요제> 모두 4%에서 6%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물론 완전한 실패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성적이지만 야심 차게 출발한 신설 음악 예능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복면가왕>만큼의 파급력이나 화제성이 아직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으로도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식상함 피하기 위한 '일반인'... 매력적일 수 없다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스타가 '섭외'되는 포맷의 한계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스타가 '섭외'되는 포맷의 한계 ⓒ SBS


새로 시작한 지상파의 세 프로그램 모두 일반인들을 섭외하여 식상함을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초점은 일반인이 아닌, 가수에 맞춰진다. 케이블·종편의 <히든싱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반전을 통해 일반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러나 세 프로그램 속에서 최고의 가수들과 대결을 하거나 듀엣을 이룬 일반인들의 모습에는 좀처럼 포커스가 집중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가가 포인트고 그 포인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섭외력'에 큰 힘을 기울인다. 섭외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섭외의 의외성만으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면 결코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판타스틱 듀오>가 이선희나 신승훈 등, 경연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가수들을 섭외하는 예가 그것이다. <신의 목소리>는 박정현, 윤도현, 거미 등 이미 경연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음악 예능에 익숙한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이 두 사례 모두 가수들의 무대로 화제를 모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대결 방향은 어떤 일반인들이 어떤 새로운 무대를 꾸밀까가 아닌, 가수들이 어떻게 무대를 꾸밀까에 맞춰진다. <나는 가수다> 이후 지금껏 무던히도 반복됐던 가수들의 경연 예능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흐른다. 경연 사이사이 뭔가 대단한 것을 들었다는 감탄의 눈빛을 보내는 관객석을 비추거나 승패에 대한 압박감을 심어주는 편집 역시, 이미 다 경험했던 것들이다. 오히려 무대가 더 진중해지고 화끈해질수록 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된다. 긴장감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면 지친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나는 가수다>의 시즌이 반복될 동안 충분히 경험해 왔지 않은가?

식상함을 탈피할 수 없는 경연 예능의 한계

 가수들의 보컬 대결은 이미 식상한 콘셉트다.

가수들의 보컬 대결은 이미 식상한 콘셉트다. ⓒ SBS


모든 음악 예능은 누군가가 '뽑히거나 선택받는' 식으로 결말이 난다. 그러나 그 결말 자체가 포인트인 것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다. 복면이라도 쓰든지, 기존 가수와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저 사람이 과연 노래를 잘할지 말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라도 해야 한다. 이선희나 박정현 같은 뛰어난 가수들의 무대는 물론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그들의 실력은 이미 오픈된 상태다. 반전이나 의외성은 없다.

물론, 새로운 무대에 대한 의외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프로만이 할 수 있는 퀄리티 있는 무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다만, 그들이 잘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는 얘기다. 그들이 무대를 망치는 것이 오히려 반전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프로그램 자체가 망가져 버린다.

노래를 부르고 누가 이길지를 판별하는 것. 그 자체의 긴장감은 이제 더는 흥미롭지 못하다. 신선한 인물을 찾고자 투입한 일반인들 역시 프로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아마추어일 뿐이다. <신의 목소리>에서는 일반인이 프로를 이기는 장면은 오히려 불쾌함을 안겨준다. 온갖 핸디캡을 적용하여 실력을 다운그레이드할지라도 프로의 역량은 그런 핸디캡을 극복할 정도로 대단하다. 괜히 승패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그 감동을 망치는 상황을 목격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판타스틱 듀오>나 <듀엣가요제> 역시, 어떤 일반인과 노래를 부를까 하는 긴장감은 사라지고 가수들의 역량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 <판타스틱 듀오>에서 이선희가 4연승을 하는 동안, 그와 팀을 이룬 일반인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는 것을 상기해 보자. 이선희의 대단한 역량을 칭찬하는 동안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점점 더 가수들의 '폭발적 가창력 대결'로 흐른다.

제2의 <복면가왕>이 탄생하지 못한 까닭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가수들의 무대는 분명 희열을 안겨주지만, 그 희열은 이미 예고된 희열이다. 당연히 잘할 수 있는 가수들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은 반전과 위트가 있는 콘셉트의 부재 속에서 결코 새로운 일이 될 수는 없다.

김연우나 하현우 등, 가수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더 드러나는 콘셉트를 잡은 <복면가왕>의 작은 차이가 이토록 큰 격차를 만들어 냈다. 작은 차이 같지만, 그 차이 덕택에 <복면가왕>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새로 생긴 음악 예능들은 결국 가창력의 대결로 치달았다. 그리고 이런 음악 예능의 붐은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섭외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으로는 시청자가 열광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의 목소리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듀엣 가요제 하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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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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