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축구 선수들의 경기였지만 보기 드문 플레이 메이커 맞대결이 흥미로웠다. 그 중심에 한국 남자축구의 희망 이승우가 반짝반짝 빛났다. 감독은 이승우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문했고 그 뜻을 잘 알고 뛴 이승우는 보기 좋게 승리의 주역으로 보답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18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3일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U-18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잉글랜드와의 맞대결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활짝 웃었다.

플레이 메이커 맞대결 흥미진진

 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18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18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10월 23일 칠레 코킴보(FIFA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 0-0 잉글랜드)에서 맞붙었던 선수들이 몇 명 눈에 띄었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과 기니를 나란히 1-0으로 이기고 16강 진출권을 얻었기 때문에 이승우 등 핵심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당시 주장 완장을 차고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토마스 데이비스가 그 역할 그대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닐 듀스닙 감독은 작정하고 한국 전지 훈련을 통해 2017년 한국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만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작년 칠레에서 잉글랜드를 상대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이승우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이승우와 토마스 데이비스의 플레이 메이커 맞대결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포지션도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비교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토마스 데이비스는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인상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잉글랜드의 역습 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이승우는 예상보다 아래쪽에 위치하며 동료들의 공격 전개 작업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 메이커였다.

이승우, 골 세리머니까지 흥겹게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18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기록한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18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기록한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전은 양 팀 골키퍼의 실력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23분에 프리킥을 짧게 이어받은 이승우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을 노렸을 때 잉글랜드 골키퍼 램스데일은 각도를 정확하게 잡고 침착하게 잡아냈다.

그리고 5분 뒤에는 한국 골키퍼 안준수가 더 듬직한 선방 실력을 보여주었다. 잉글랜드 미드필더 토마스 데이비스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골잡이 루카스 은메차가 빠져들어가며 슛을 시도하는 순간 안준수가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온몸을 날려 막아낸 것이다.

이 선방 순간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안준수는 끝내 후반전에 나오지 못했고 문정인이 대신 장갑을 끼고 한국 골문을 지켰다.

한국의 선취골은 상대의 실수에서 나왔다. 잉글랜드의 램스데일이 어이없는 헛발질로 한국에게 선취골을 헌납한 것이다. 60분, 램스데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달려간 김진야가 빈 골문에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특히, 한국의 주장 이승우는 후반전 승부의 갈림길에서 결정적인 패스로 귀중한 추가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64분, 역습 과정에서 이승우는 골잡이 조영욱을 빛내는 찔러주기를 성공시켰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뒤늦게 달려든 잉글랜드 수비수 샘 필드가 밀기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킥을 내줬다.

샘 필드는 정회수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쫓겨났고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이승우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잉글랜드 골문 한복판으로 차 넣으며 강심장임을 자랑했다.

이 추가골을 터뜨린 이승우는 특유의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춤 솜씨까지 뽐내 1만여 축구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한국은 이후 30분 가량을 11:10으로 유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승우가 플레이 메이커로서 공격의 템포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맘껏 자랑했다.

1998년 1월생 이승우가 나이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능구렁이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U-20 FIFA 월드컵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승우는 88분에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나서도 경기장에서 뛰는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역할까지 해내며 팀 리더로서의 자질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제 양팀은 이틀 뒤에 장소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비공개 평가전을 한 차례 더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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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U-18 남자축구 평가전 결과(3일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

★ 한국 2-0 잉글랜드 [득점 : 김진야(60분), 이승우(64분,PK)]

◎ 한국 선수들
FW : 박상혁(68분↔한정우), 조영욱(88분↔김정민), 김진야(64분↔손석용)
MF : 이승우(88분↔설영우), 이승모(68분↔박명수), 이상헌(64분↔유주안)
DF : 윤종규(88분↔윤서호), 이정문, 이상민, 장재원
GK : 안준수(46분↔문정인)
축구 정정용 이승우 잉글랜드 김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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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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