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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수형(가명)씨는 직장 일에 힘이 부쳐 갈수록 야위어져 갔습니다. 걷는 것도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심각해질 즈음에 찾아간 병원. 그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라고 했고, 큰 병원에 가서 밝혀진 사실은 수형씨가 "에이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병원에서 고칠 수 있을까, 저 병원에서 고칠 수 있을까. 수형씨의 부모님과 가족은 수형씨를 곳곳으로 데리고 다녔지만 건강은 차도 없이 도리어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던 2014년 4월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성의 남편인 그가 쓰러졌습니다. 그의 아내에게 의사는 이 상태로는 병원에서 더 해줄 것이 없다고, 요양병원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남편을 받아 줄 요양병원을 찾아 수소문했지만 생각과 다르게 안 된다는 답을 듣고 우리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희 기관(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과 함께 여기 저기 요양병원을 알아봤지만 똑같은 답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봐도 수형씨를 받아주는 요양병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수형씨는 현재 뇌로 HIV 바이러스가 올라와서 이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수형씨는 특별한 유동식인 미음으로 된 캔을 위장으로 직접 넣어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은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환자를 집으로 퇴원시키는 건 위험하다고 요양병원으로 보내라고 병원에서는 말합니다. 하지만, 에이즈 때문에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어 감염 위험이 있는 집에서 외줄타기같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수형씨의 인터뷰 모습(사진제공 :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수형씨의 인터뷰 모습(사진제공 :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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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의식이 없이 눈만 껌뻑이는 수형씨가 무슨 소문을 낼까 싶습니다만, 요양병원에서는 감염인이 입원했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사람이 안 온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네요. 감염인이 된 것만도 놀랍고 기가 막히는데, 요양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수형씨와 가족들에게는 청천병력같은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에이즈 감염인이 요양병원의 입원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었으나, 현재는 의료법이 바뀌어 에이즈 감염인의 입원은 의료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법이 바뀌었으므로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수형씨가 입원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입원은 불가하였습니다. 올해 초, 직접 수형씨를 입원 시키기 위해 대구시와 관련되는 요양병원 두 곳의 의료진, 감염내과 전문의, 인권 변호사, 인권단체, 행정부서와 함께 감염인 요양병원 입원관련 간담회를 열어 어떻게든 입원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즈 감염인이 입원한 병원이라는 말이 무서워 못 받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가족은 간호에 지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가시는 부모님도 이제는 자식인 수형씨에게 이제 좀 하늘나라로 가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한 수형씨를 옆에서 간호하는 부인의 마음은 찢어질 대로 찢어집니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들 합니다만 긴 병에 걸린 자식을 오래도록 챙겨보는 부모도 힘이 듭니다. 눈을 껌뻑이며 아무런 표현도 하지 못하는 수형씨의 마음은 어떨까요?

전국 1300여 개 요양병원 중 에이즈 감염인을 공식적으로 받아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고 합니다. 감염인의 입원은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감염내과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인권적으로도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HIV/AIDS 감염인의 인권도 소중합니다. 소수자의 행복은 일반인 다수의 행복을 보장합니다.

요양병원에서 못 받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변호사가 고소해 법의 도움을 받으라고 합니다. 이제 정녕 그 길 밖에 없는가 하고 저희는 묻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는 곳이 요양병원입니다. 그 소중한 가치는 감염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에이즈 감염인이 타인을 감염 시키지 않으며 함께 지내도 괜찮다는 의학적 진실에도 요양병원은 꿈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편견의 골이 깊다는 이야기이지요.

편견을 깨는 데는 용기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조금의 용기를 발휘하여 소수자를 위한 마음을 먼저 내는 리더십을 부탁드립니다. 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요양병원 입원이 가능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도 수형씨 가족은 병원 환경이 아닌 위험한 집에서 수형씨를 돌보느라 힘듭니다. 마를 대로 말라서 피골이 상접한 수형씨와 또 다른 환자들을 위해,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요양병원 모두 입원을 거절하였다는 소식은 수형씨 가족을 더욱 아프게 하였습니다.

의식이 없어서 말 못하니 아무 소문도 내지 못하는, 누워있는 수형씨와 또 다른 환자들은 요양병원을 가고 싶습니다. 소수자를 생각하고 의식있는 요양병원을 기다리기에 수형씨의 목숨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입니다. 수형씨가 입원할 요양병원을 급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차명희 시민기자는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인권상담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태그:#에이즈,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요양병원, #HIV/AIDS, #감염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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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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