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개 스크린을 차지했던 <검사외전>과 1708개 스크린을 차지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1806개 스크린을 차지했던 <검사외전>과 1708개 스크린을 차지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쇼박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기업의 상영과 배급 겸업 금지, 멀티플렉스의 특정 영화 상영한도 부여, 멀티플렉스의 저예산영화관 설치 의무화 등등 - 영화산업을 장악한 대기업이 들으면 편치 않을 소리다.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지만 대기업의 입김이 거세 쉽사리 해결이 어려운 사안들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귀결되면서 이 같은 영화계 주요 현안들의 돌파구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핵심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독과점 문제다. 지난 10년간 온갖 비판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영화계의 불치병으로 치부돼 왔다. 시간이 갈수록 해결은커녕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설 연휴 1806개 스크린을 차지한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식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최근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1708개 스크린을 장악했지만 224만 관객을 동원한 데 그치며 다른 영화들의 상영을 제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는 그간 법적규제와 자율적 해결을 놓고 의견이 대립해 왔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자율적 해결이 난망한 상태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있다. 특히 4.13 총선으로 뒤바뀐 정치지형이 영화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오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영화산업 분리를 20대 국회서 꼭 이뤄내야"

 지난 4월 16일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열린 스크린독가점 해결을 위한 만민공동회. 오는 5월 2일 전주영화제에서도 개최된다.

지난 4월 16일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열린 스크린독가점 해결을 위한 만민공동회. 오는 5월 2일 전주영화제에서도 개최된다. ⓒ 성하훈


지난 16일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열린 '극장을 찾아서' 기획전에는 영화계 인사들이 참여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스크린독과점 해소를 위한 만민공동회(이하 만민공동히)'라는 이름으로 열린 토론회는 영화계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며 해법 마련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혜준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하 모극장)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는 방식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인들이 '나도 언젠가 홈런을 한번 칠거야'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영화산업의 건강성 등을 볼 때 대박보다는 중박을 노리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기업의 영화산업 분리를 20대 국회에서 꼭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작은 영화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저예산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등을 상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등도 대안으로 논의됐으나, 스크린독과점의 핵심 해법은 법적 규제로 모아지는 흐름이다.

영화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민단체들이 나서고 있는 것도 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등은 지난 2월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출했다. 대기업이 투자-배급-상영 등을 모두 독점하는 수직계열화 문제를 해소하고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특정영화의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이보다는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제한하고 독과점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가기 위해서는 영비법보다는 공정거래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책 입안에 도움을 준 한 영화계 인사는 비례대표 중 채이배 당선자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채 당선자는 회계사 출신으로 시민단체 등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거래 감시 활동을 해왔다.

영비법 접근론과 공정거래법 접근론

19대 국회에서도 멀티플렉스의 특정영화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법률 등이 발의됐으나 현안에 밀려 처리되지 못했다. 마지막 회기에서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20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여대야소 국회에서 대기업 규제와 관련된 법안은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았고 긴급한 현안이 아닌 한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대부분이 손을 놓고 있는 상태였다. 정치적 사안을 다룬 영화의 상영 제한을 막기 위한 법률 등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계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국회에 거의 없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20대 국회에서는 일부 영화인들이 정책입안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영화인들은 오는 5월 2일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 두 번째 만민공동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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