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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순, 경기도 지역 도농복합도시 지역의 학교보건 지원을 위한 연구를 위해 소규모 학교 보건 선생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들을 만나 뵙기 전에는 같은 '경기도 지역인데, 얼마나 접한 문제가 다를까' 싶었는데, 역시 현장의 소리는 사뭇 달랐다. 선생님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에는 현장의 심각성이 그대로 베여 있었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오거나, 학교 폭력, 따돌림 등에 연루되어 강제로 전학 오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더구나 도농복합도시 지역의 경우 소규모 학교가 많고, 학교급별 학교 수가 적어 한번 따돌림을 당하면 진급하면서도 계속 괴롭힘을 당할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셨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부모가 고령이시거나 다문화 가정이어서 학교의 지도 사항을 가정에서 잘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다. 일부 고령층은 학력이 낮아서, 또 다문화 가정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지도사항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도농복합지역에서 오히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아이는 아직도 흙집이어서, 쥐가 아이를 문적도 있어 선생님께서 기겁하셨다는 삽화도 들려주셨다.

일부 아이들은 조손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보니, 흡연, 음주, 성문제 등 일탈행동으로 쉽게 이행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선생님들의 우려 수준이 높았다. 

아동 학대의 경우에도 인지해서 신고하여도, 일부 가정에서는 심각성을 잘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지역의 특색에 맞는 보다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아이들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선생님께서 병원비를 지불하시거나 부모님 대신 선생님께서 병원 진료를 주관하시는 경우는, 제 문제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일 정도라고 하셨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지역의 학교가 소규모 학교라서 보건교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있어도 2개교 이상을 순회 근무를 하다 보니, 하루하루 쏟아지는 즉각적인 일들에 수박 겉핧기 식의 대응만 하다가 일과를 마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규모 학교의 보건교사가 정규직보다는 기간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보니 1년이 지나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건교육이나 감염병 예방, 비만 예방, 정신건강 증진 등 중요한 학교보건 사업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비정규직 문제, 지역의 낙후성, 양극화, 가정의 해체, 다문화 가정의 문제, 땜질식 학교보건 정책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모든 제 문제가 도농복합도시의 학교보건 현실에서 고스란히 구현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지역별 아이들의 건강 특성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소통의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도 절감했다.

미국의 신종 플루 대응 실태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놀란 적이 있다. 가정통신문을 내보내면서 각 이민자들이 언어 장벽에 부딪히지 않고도 그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서식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니까 처음부터 학부모의 배경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보건 문제만 하더라도 지역의 관련 위원회를 통해 학부모, 지역사회,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고, 서로 부딪히고 대화하면서 일부 가정이 겪는 언어장벽의 문제를 찾아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우리도 법률에는 교육부, 교육청에 학교보건위원회를 두어 학교보건의 문제를 협의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최조자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신 일률적으로 소규모 학교는 무조건 보건교사를 미배치하고, 인근 학교의 보건교사가 순회 근무하라는 효율적인(?) 정책이 가능할 것일 테다. 소통 없는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보건, #보건교사, #보건실, #농어촌 학교, #도농복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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