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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의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뒤, 대학생들은 고지서상 반값등록금을 요구했습니다.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등록금 액수가 반값이 되는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을 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이 더욱 효율적이라며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추진, 소득분위가 낮은 경우(2분위까지)는 등록금의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며 KTX, 지하철 등 여기저기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소득분위가 낮다고 해서 등록금 전액을 지원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소득분위 책정에 문제가 많아서 국가장학금을 못 받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4.13 총선 대학생 참여 네트워크 'MOVE(무브)'에서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에 맞서 미완성 반값등록금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완성 반값등록금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 분은 국가장학금 혜택을 비교적 많이 받으시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부분이 힘든지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돈빌리는 전화통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거든요. 마음이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오송희님
 오송희님
ⓒ 오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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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함, 학교, 학년 등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재학중인 오송희라고 합니다."

- 이렇게 사연을 공개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았는데 인터뷰에 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사정은 주변에 많이 알려져 있어서 이야기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 등록금은 얼마 내시나요?
"보통 인문사회계열수준인 343만 원 냅니다."

- 국가장학금은 얼마나 받으시나요?
"많을 받을 때는 200만 원 정도 받고, 작년에는 130만 원 받았어요. 올해는 신청기간을 놓쳐서 2차 신청기간에 신청해서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 학자금 대출을 받으시나요?
"아니요. 학자금 대출을 따로 받지는 않습니다."

- 본인 사연을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저희 부모님은 과일가게를 하십니다. 매우 작은 동네 가게예요. 벌이가 많이 시원치 않아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어요. 너무 사정이 어렵다 보니 어머님이 자격증 시험을 치셔서 올해부터는 유치원 교사를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언니와 남동생이 있는 삼남매입니다. 언니가 졸업하자마자 제가 대학에 들어가고, 작년에 제 동생이 대학에 입학했어요. 막내 동생은 이번 학기에 군대에 간다고 휴학을 했습니다.

저희 집이 좀 어려워서 저는 국가장학금 혜택을 남들보다는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작년에 소득분위 책정방식이 변경되어서 200만 원 가량 받던 것이 130만 원 가량으로 변경되었어요. 올해는 얼마 받을지 아직 모르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삼남매라 막내동생이 다자녀 혜택을 받아서 100만 원 정도를 내고 학교 다녔어요. 정말 다행이죠.

작년에 갑자기 소득분위가 바뀌어서 집안에서 굉장히 당황했어요. 부모님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전화통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거든요. 마음이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 등록금이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집에서는 언니부터 등록금을 8년째 내고 계시니까 상당히 부담스럽죠. 언니가 학교 다닐 때는 국가장학금도 없어서 더 힘들었죠. 그래서 교내 장학금 이런 것도 되게 예민하게 반응하죠. 괜히 눈치보이고 그런 게 있죠. 그리고 집이 돈에 없으니까 돈 문제 때문에 예민해지는 것이 좀 있죠. 서로 그런 문제 때문에 싸우기도 해요. 기가 죽어 지내기도 하고. 저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알바를 쉰 적이 없어요."

-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알바는 많이 하시나요?
"네. 많이 하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용돈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안 해본 일도 별로 없고, 항상 알바를 하죠. 식당 서빙, 편의점, 사무보조, 빵집 등등 이것저것 많이 해본 것 같아요. 저희 언니도 항상 해요. 저희 언니가 이번에 취직이 되었는데 취직 준비하는 도중에도 알바를 계속하더라고요.

저는 알바하면서 이 돈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곳이 정말 많았거든요. 편의점이랑 빵집이 그래요. 빵집은 처음 3달을 최저임금 이하로 준다고 했고, 편의점은 계속 그 이하로 주겠다고 했어요. 신고도 할 수 없도록 기록이 남지 않게 현금으로 줬어요. 황당한데 어쩔 수 없이 계속 했죠."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하는 것이 제일 싫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반값등록금 공약. 새누리당 누리집에 실린 '행복교육을 위한 5대 실행 방안' 공약집 갈무리
▲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반값등록금 공약. 새누리당 누리집에 실린 '행복교육을 위한 5대 실행 방안' 공약집 갈무리
ⓒ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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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총선이 다가와서 더욱 그런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얼마 전에 구청에 일이 있어서 전화했더니 통화대기음으로 이것저것 했다고 계속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 2분위까지는 전액을 지원해주기로 하고 4분위까지는 75%를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그런 약속도 전혀 지키지 않았으면서 완성됐다고 말하니 화가 나죠. 제 주변 사람 중에서 국가장학금으로 전액을 받았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등록금 정책이 진행되면 좋겠나요?
"고지서상 반값등록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득분위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소득분위 책정될 때까지 몇 분위가 나올지 엄청 떨리거든요. 그런 것 좀 안 느끼고 싶어요. 그리고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가난을 증명해야 되는 것이 제일 싫어요. 국가장학금이 받는다는 사실이 내가 가난하다 것을 증명하잖아요.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내 소득분위를 매번 공개해야 하고, 또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 생각해요.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국가장학금 못 받았다고 하면 '너희 집은 돈이 있으니까 안 받는 거지'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나 어차피 국가장학금 신청해도 안 되잖아, 부모님이 공무원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공무원이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쟤네 집은 좀 사는 가보다 싶죠.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이 참 씁쓸하죠. 이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소득연계형입니다.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은 실제 반값도 아닐 뿐더러, 소득분위 책정의 오류 때문에 실제 형편이 어려워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또, 대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등록금을 반값을 내고 다닌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전면적 무상급식을 뒷받침했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자신이 무상급식을 받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하고, 집안의 경제적 순위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상처를 받습니다. 비인격적인 소득연계형 정책 대신 진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 합니다.


태그:#미완성 반값등록금, #반값등록금, #국가장학금,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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