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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인간다운 삶의 지표는 민주시민성에 비례합니다. 경쟁과 양극화, 불통의 시대를 넘어설 힘은 성숙한 민주시민에게서 나옵니다. 1%의 전투적 시민성으로 유지된 민주주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시민의 전투적 시민성을 넘어 이제는 모든 시민의 일상적 시민성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 이후 시대와 알파고 이후 시대의 키워드도 민주시민성의 강화입이다. 이런 취지와 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민주시민교육의 새판을 펼치고 방전된 민주주의를 충전하기 위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지난 3월 26일 성황리에 출범하였습니다. 이에 초대이사장을 맡은 서울특별시 전 곽노현 교육감을 지난 3월 30일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눠봤습니다....기자 말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을 맡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초대 이사장을 맡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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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선거 기간이다. 주요정당의 교육공약 살펴봤나. 새누리당에서 교육감직선제 폐지 공약을 내걸었는데?
"지금 당장 자기들 입에 쓰다고 아이들한테 좋은 약을 뱉어 버리겠다는 고약한 심보 아닌가. 직선제는 유권자에게 직접책임을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러닝메이트는 기본적으로는 시도지사를 뽑는 것이지 교육감을 뽑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러닝메이트제 교육감은 시도지사에 딸린 교육감으로 보면 된다.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운운할 게 아니고 교육주체인 학생들도 교육감선거에 투표할 수 있게 하고,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회복 등이 절실한데 주요정당의 공약에 눈을 씻고 봐도 없어 실망스럽다."   

- 전교조가 4.16교과서를 만들어서 계기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교육부가 편향성을 이유로 사용금지 및 수업금지를 지시했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교육부가 잘못하고 있다. 혹시 편향성이 드러난 부분이 있으면 그걸 빼고 하라면 될 것 아닌가. 그걸 기화로 계기수업을 전면금지하는 게 말이 되나. 416참사의 진상과 함의에 대해 세상이 치열하게 논쟁해왔는데 학교에서 이것을 다루지 않게 되면 아이들은 언론, 특히 인터넷을 통해 주워듣는 것으로 멈추든가 걸러지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서 막연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래집단끼리 토론을 통해야만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집단지성을 일깨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논쟁 중인 예민한 사항일수록 학교 수업에서 교육적, 논쟁적으로 다뤄줘야만 비교육적인 편견이나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계기수업은 꼭 필요하다." 

- 알파고 충격과 공포가 크다. 교육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면?
"알파고 충격을 이길 비결은 공부와 논리, 계산을 넘어 전인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지능과 논리, 계산은 인공지능에게 맡기시고 인간은 너나없이 전인성을 향해 과감하게 나아가라는 전인성으로의 초대요, 홍익인간과 민주시민으로 나아가라는 초대다. 또한 이기적 감옥에서 벗어나 이타적 공생으로, 가족성원과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법 앞에 평등한 법공동체의 구성원, 즉 시민성으로 나아가라는 초대다.

시민성 없이 전인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민성은 전인성의 토대다. 알파고 이후시대는 입시경쟁교육에서 홍익인간/민주시민교육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전환을 요구한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교육감들이 앞파고가 몰고 온 충격과 불안에서 학부모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그 의미를 풀어내고 정책적으로 소화한 획기적인 선언과 담화를 발표해주면 좋겠다." 

문화예술계에 깊게 뿌리내린 능력주의, 엘리트주의, 금권주의를 극복하며 우리안의 예술성에 놀라며 기꺼워하는 ‘작은 숲’을 만들어낼 것이다.
▲ '춤추는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내건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문화예술계에 깊게 뿌리내린 능력주의, 엘리트주의, 금권주의를 극복하며 우리안의 예술성에 놀라며 기꺼워하는 ‘작은 숲’을 만들어낼 것이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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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라"에서 "와글와글 민주주의교육"으로 바꿔야

- 얼마 전에 출범식이 성황리에 끝났다고 들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를 만든 이유가 세월호나 알파고와 관련이 있나?
"지난 3월 26일에 출범식을 열었다. 조금은 색다른 출범식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다행히도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색달랐다고 호평했다. 기대치를 높여놨고 '약속어음'을 발행한 셈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일 뿐이다.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이제 더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세월호와 알파고에 대한 나와 동료들의 응답이다. 가만히 있어라 권위주의 교육은 더 이상 안 된다. 와글와글 민주주의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정답경쟁식, 주입식, 암기식 지식교육은 더 이상 안 된다. 이제 교육은 가르치는 것보다는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지식전달이나 주입, 교화가 목적이 아니라 집단지성과 책임감을 일깨우고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쟁에서 협동으로는 빈말이 아니다. 새로운 경제가 요구하는 것이고 그것이 필요로 하는 인성이 요구하는 첫 번째 덕목이기도 하다. 지금의 50, 60대나 노령인구에게 익숙한 1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간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학부모교육, 학생교육, 교사연수를 담당하는 교사 등 다양한 프리랜서 강사들의 연합조직 아닌가?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무엇보다도 민주시민교육의 내용과 지향에 대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성격을 갖는다.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민주주의 강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단체답게 조직문화를 민주적이고 수평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가르치지 않는' 민주시민교육, '문화예술 융합형' 민주시민교육을 제공하는 게 1차 목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학부모정책, 교사정책, 학생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하며 대안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연구조사사업과 정책비판, 대안정책 제시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기본사업이다. 또한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에 관련된 캠페인을 제안하고 조직하며 연대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징검다리는 학습공동체이자 교육공동체, 정책공동체이자 캠페인공동체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복합적 성격에 발맞춰 지속적인 내부 상호학습토론과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자발성 높은 조직문화 구축에 힘쓸 것이다."

- 5개 센터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먼저 민주시민교육센터.
"5개 센터의 구호를 보면 어떤 지향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민주시민교육센터의 구호는 "제2의 탄생, 사람에서 시민으로!"다. 제2의 탄생을 경험하기 전에는 온전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가정과 일터에만 매몰된 반쪽인간에 머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정과 일터가 삶의 모든 측면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와 국제사회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정과 일터의 구체적 모습도 이들의 작동에 따라 다 다르게 직조된다. 가정과 일터를 더욱 인간친화적으로 바꾸려면 더 큰 공동체와 세상에 눈 떠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센터는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의 성격부터 시작해서 정치경제와 지역자치의 모습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룰 것이다."   

- 문화예술교육센터를 둔 게 돋보이고 이색적이다. 뭐하는 덴가?
""모든 시민은 예술가다. 예술은 평등하다!"는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슬로건이다. 엘리트예술과 엘리트예술교육에 대한 반기다. 꽤나 전복적이지 않나. 일반시민은 예술의 권위에 주눅 든 채 간헐적이고 일방적인 소비자 노릇에 만족해야 하나. 예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예술적 감각과 역량은 일반시민도 얼마든지 갖고 있다. 이걸 입시경쟁교육과 사회환경이 억눌러왔다.

문화예술교육센터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지향하는 '춤추는 민주주의,' 즉 문화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예술융합형 시민교육, 즉 '가르치지 않는 교육'의 실험실이 될 것이다. 일반시민의 예술성을 이끌어내 키우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건 불가능하다. 문화예술계에 깊게 뿌리내린 능력주의, 엘리트주의, 금권주의를 극복하며 우리안의 예술성에 놀라며 기꺼워하는 '작은 숲'을 만들어낼 것이다."

- 학부모성장지원센터는?
"내 아이의 부모에서 세상의 부모로!"를 내걸었다. 누군들 내 아이를 잘 되게 하고 싶지 않겠나. 그렇지만 내 아이에 대해 누가 영향력이 큰가? 이웃집아이, 같은 반 아이, 같은 학교아이 아닌가. 중앙정부와 교육감의 교육정책, 인터넷 등 언론매체 아닌가. 결국 이웃과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데 내 아이만 잘 되길 바라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 아닐까 싶다. 학부모성장지원센터는 초, 중, 고별로 소규모 학부모 의회 같은 것을 구성해서 학부모들의 학습욕구와 눈높이를 끊임없이 파악하며 현장감 있게, 가르치지 않는 학부모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다."

- 학생성장지원센터는 무슨 일을 할 건가?
""더 좋은 세상, 학생‧청소년세상!"이라는 구호가 말해준다. 학생과 청소년을 자기 삶과 활동, 학교와 지역의 주체이자 주인으로 세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 시민성이란 게 별 건가. 삶과 세상에 대한 주인의식이다. 세상없이 단단해서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만든 이상 사람들이 마음과 뜻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과 경험이 중요하다. 자존감과 자발성, 주인의식과 자치활동, 리더십과 시민행동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목표다. 21세기 학생들의 실태와 욕구에서 동떨어진 성장지원이 되지 않도록 초중고별로 학생의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참여의 장을 열어놓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교사성장지원센터는?
""깨어있는 교사, 민주주의의 징검다리!"를 모토로 움직인다. 이 말을 믿든 안 믿든 진짜 그렇다. 교사의 변화는 학생의 변화를, 학생의 변화는, 미래의 변화를 가져온다. 공교육은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다. 당연히 공교육의 목적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다. 만약 교사가 권위주의적이거나 엘리트주의적이거나 관료주의적인 의식구조와 삶의 철학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 관료주의에 맞서는 민주시민이 길러지겠는가.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는 격언이 이보다 더 들어맞는 경우가 부모 말고 또 있겠는가. 각종 교사연수가 교과전문성 못지않게 민주시민성에 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교사성장지원센터에는 민주주의철학을 가지고 혁신교육을 이끈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다." 

방전된 민주주의를 충전하기 위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지난 3월 26일 성황리에 출범하였다.
▲ 출범식에 참석한 마음 사람들... 방전된 민주주의를 충전하기 위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지난 3월 26일 성황리에 출범하였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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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탄생, '사람'에서 '시민'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놓아야

- 왜 '징검다리교육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였나.
"내가 2년여 서울교육감시절을 회고하며 '징검다리교육감'이라는 책을 펴냈다.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 경쟁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교육을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주의에 의한, 민주주의 공교육으로 바꾸고 싶었다. 재임기간이 짧아서 탄탄대로를 내진 못했지만 징검다리는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붙인 제목인데 많은 분들이 나를 징검다리교육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징검다리란 게 본래 우쭐대는 거 없이 소박하고 친근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함께 단체결성노력을 시작한 분들이 처음부터 징검다리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움직였고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고 좋다고 했다.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는 한동안 전투적인 투쟁이념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포퓰리즘으로 매도당하거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폐품 신세 아닌가. 일반시민들의 공유재산인 한국 민주주의를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민주주의로 재구축하기 위해 일반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동치고 춤추는 민주주의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다."       

- 단체로고 말고도 '로고송'과 '로고춤'이 있다고 들었다.
"덕분에 좀 자부심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로고송까지는 몰라도 로고춤까지 가진 시민단체는 정말 드물 거 같다. 거의 처음 아닐까 싶다. 운이 좋았다. 출범식 때 선보였는데 한번 들으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으면서도 몹시 중독성이 강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재능기부해준 황도연 작곡가에게 감사드린다. 로고춤은 우리 운영위원 7, 8명이 모여서 1시간쯤 걸려 만들었다. 징검다리 구성원들은 춤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워한다. 징검다리 로고춤도 출범식 때 따라 추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좋아해주셨다."

- '가르치지 않는 교육', 어떻게 하는 건가?
"본래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이미 각자에게 들어있는 최상의 것을 이끌어내는 교육이나 리더가 최고라는 것 아닌가. 그걸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많은 경우 강사, 교사, 전문가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방식을 써왔다. 명사나 스타 강사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이런 교육모델을 거부한다. 전문가와 엘리트, 강사는 진행자의 자리로 내려온다. 모든 사람은 이미 시민으로 복잡다단한 경험과 판단을 해왔다. 이것을 끄집어내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 속에 녹여내는 집단지성의 과정을 이끄는 게 역할이다. 전문가와 엘리트가 비로소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일반시민의 최종판단을 보조하는 존재로 제자리를 찾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가치교육과 덕성교육, 인성교육과 시민교육은 본래 지식교육에 친하지 않다. 멘토나 구루를 가까이서 접하면서 본을 보고 체득하면 제일 좋겠지만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길은 친구와 지인들, 이웃과 동료시민들과 존중과 배려, 공감과 경청의 분위기 속에서 집단지성과 감성, 책임감을 경험하며 깨달음과 실천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바로 이런 '서로 배움'의 장,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위로받고 연대하는 '작은 숲'을 가꿔나가고자 한다."     

- 출범식 때 학생청소년성장지원센터가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선보인 '몸으로 읽는 헌법/학생인권' 이벤트가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 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가 '교육도시 서울' 카톡방의 주도로 결성됐다. 그런데 헌법전을 들고 있어도 잘 읽히지 않는다. 평생 법학을 해온 내가 읽어도 지겨운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읽고 내면화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한 분이 헌법이나 학생인권조례를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랩 형식에 단순한 리듬을 붙여서 몸을 쓰며 함께 읽는 방식을 시도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당장 장구와 젬베 전문가(이상호 선생)가 적절한 몸치기(바디 퍼커션) 동작을 고안해서 시연했고 우리가 따라 해보니 너무 재밌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반마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몸으로 읽는 헌법, 몸으로 읽는 학생인권 페스티벌을 열고 UCC공모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이나 학교, 혹은 동아리의 관심 있는 학생들 몇이 모여 인상적인 헌법조문이나 학생인권조례 조문을 먼저 몇 개 뽑아낸 후 몸치기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며 랩으로 흥겹게 주거니 받거니 읽어보면 너무 재밌지 않을까. 그러다 저절로 헌법정신이 몸에 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헌법교육의 대중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방전된 민주주의가 머지않아 가장 확실하게 충전되기를

- 징검다리 브로셔를 보니 제일 생소하면서도 눈에 띄는 전략사업이 한국판 '보이텔스바하 협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보이텔스바하 협약에 대해 설명해 달라.  
"1976년 독일에서 보이텔스바하 협약이라는 것이 맺어졌다. 독일의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학교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의 3대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아예 정치교육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교육을 시키자, 환경교육을 시키자 하면 아무 말이 없는 데 정치교육을 시키자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다. 아무튼 독일의 교육은 그 이전의 교육과 그 이후의 교육이 확연히 구별된다고 할 정도로 독일의 교육사는 물론이고 독일 민주주의역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그 내용은 첫째,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에서 주입이나 교화를 금지한다.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학생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둘째, 현실의 정치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셋째,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의 목적은 당면한 정치상황을 분석하고 판별하며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데 있다. 정치교육은 단순한 지식교육에 머물지 말고 정치적 시민행동기술을 습득하는 선까지 나아가야 한다.

40년 전부터 독일에선 보이텔스바하 3대원칙에 따라 학교에서 정치교육이 실시됐다. 그 결과 독일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됐다. 독일시민교육을 연구한 김누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이 작년에 시리아 난민을 100만 명이나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런 정치교육의 산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텔스바하 협약으로 초중고 교육에서 정치교육이 활성화됨에 따라 권위에 순응하고 자유에서 도피하며 나치에 길을 내준 '말 잘 듣는 독일 병정' 스타일의 독일인상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이제 독일에서 귄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꿈꿀 수 없다고 한다."

- 한국에서 비슷한 게 필요한가, 왜?
"나는 '보이텔스바하 협약'에 대해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후 알게 됐다. 민주시민교육론의 권위자이신 심성보 선생님의 민주시민교육의 이론과 실제라는 역저에서 이 협약내용을 마주치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 후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 등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를 참가하며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쟁과 선거만 남아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부패와 위선에 대해 신물 나게 접했다. 보통사람들의 민주시민성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선거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절감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끝없는 뒷걸음질의 근본원인을 대다수 시민들의 민주시민성 결핍에서 찾는 나로서는 어떻게든 민주시민성을 충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먼저 학부모, 교사, 학생 등 교육주체를 민주시민으로 세워내는 일에 주목했다. 학부모가 학교운영에 참여하고 교육정책을 이해하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해보라. 교사가 진짜 민주주의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라. 학생이 그런 부모와 교사의 영향을 받아 민주시민으로 자라난다고 가정해보라. 한국의 방전된 민주주의가 머지않아 가장 확실하게 충전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선 세상에서 논쟁적인 사안, 특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나 다르지 않다. 4.16 계기수업조차 막는 게 현실 아닌가. 그렇다고 아이들이 맹탕이나 백지 상태는 아니다. 인터넷과 언론으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상호토론과 집단지성을 통해서 교육적이고 성찰적으로 걸러지지 않을 뿐이다. 이건 중고교학생들을 집단적으로 우민화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제 세상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 다뤄져야 하되 반드시 주입이나 교화 방식이 아니라 논쟁적이고 개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런 원칙이 확립되면 교사의 정치기본권 제약도 설자리를 잃게 된다. 세상에서 당파적으로 의견이 갈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도 학교수업에서는 당파성을 버리고 논쟁적으로 소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아이들이 중고교 수업시간을 통해 세상에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논쟁을 해서 나름대로 판단할 정도가 되면 투표권 연령도 낮추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된다."

- 그 일에 징검다리가 앞장서겠다는 것인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한국판 보이텔스바하 협약, 즉 초중고용 민주시민교육의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일에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앞장서거나 주도한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우린 관심 있는 민간시민단체의 하나로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 먼저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문가그룹과 교육운동단체를 널리 모아서 함께 학습, 토론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시기가 무르익으면 그 학습토론 단위에서 교육감들을 상대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규모 포럼을 열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해줄 것을 제안하게 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교육감들은 물론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학생‧청소년단체까지 사회적 합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합의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갖게 된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 단체운영에는 돈이 들 텐데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계획인가?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모든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십시일반 회비로 운영된다. 인터뷰 독자들 중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취지와 활동계획에 적극 공감하는 분들은 매월 까페 라테 한잔만 덜 마시고 그 돈으로 후원회원(매달 5000원 이상)이 돼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징검다리학습공동체에서 원 없이 공부하며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성장할 수 있고 한국 민주주의를 민주시민성으로 충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징검다리사무국(02.723.2468)으로 문의하면 자세하게 안내해드릴 것이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관심 있는 민간시민단체의 하나로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문가그룹과 교육운동단체를 널리 모아서 함께 학습, 토론할 것이다
▲ 출범식 끝나고 함께 찍은 기념사진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관심 있는 민간시민단체의 하나로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문가그룹과 교육운동단체를 널리 모아서 함께 학습, 토론할 것이다
ⓒ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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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징검다리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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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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