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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네가 입대하고부터는 내가 군대 생활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군과 군인을 바라보게 되는구나. 내가 군인이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하지만 전역 후 35년간의 시간 동안 부침과 애락을 통해 그 군 생활이 내 삶에 어떻게 기능해왔는가에 대한 것을 새롭게 반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객관적으로, 훈련병인 네가 21개월 뒤에 맞이할 사회에서 군의 경험이 어떤 효험을 발휘할지에 대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네 병역이 가족 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함께 성장하는 기회인 것은 군 복무만의 선물인 게 분명하구나.
 
내가 너에게 보낼 편지들은 주로 너와 내가 함께 깨닫고 성장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네게 쓰는 내 편지의 내용이 너와 나의 관계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아들을 군에 보낸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 군에서 전혀 새로운 시간을 살고 있는 모든 네 동료 군인들에게도 해당될 내용이므로 인터넷신문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하고 있단다.
 
네가 보낸 '장정 소포'에 관한 글이 지난 25일 여러 정치 기사를 뒤로하고 이 매체의 톱으로 배치되고 각종 포탈 뉴스로 송고돼 많은 분들이 열독해주시고 공감해주셨다(해당 기사 : 입대한 아들, 사회에서 입던 옷이 도착했다).

몸은 장성했지만 부모들의 마음속에서는 늘 물가의 철부지 아이에 불과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구나. 더불어 군에 보내고 밤낮으로 아들바라기하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매한가지라는 것도 덧글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됐다.

나 또한 그 글들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 받는다. 아들과 부모의 관계를 개선하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제공받기도 하고…, 큰 애정으로 공감해주시고 덧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이 절로 솟는구나.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하듯 한 사람의 미숙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줄탁동기(啐啄同機)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된다.

오늘 네게 보내는 편지는 내 글이 아니라, 남겨주신 덧글들을 모은, 즉 너와 동행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응원이란다. 대한민국의 모든 장병들에게 그들의 모든 가족들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형편이 허락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장병들에 대한 응원인 이 글들을 하루 일과가 끝난 시간에 동료 전우들과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25일 아침 정원의 산수유 꽃망울이 터졌다. 너의 형제 같은 애완견 해모와 함께 오랫동안 정원을 서성거렸다.
    
2016년 3월 25일
훈련병 이영대의 아부지가.
 
아들과 10년간 동행해온 애완견, 해모
 아들과 10년간 동행해온 애완견, 해모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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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과 동행의 덧글들]

joo7**** : 군대 보낸 아들도 없는데 왜케 눈물이 날까요..ㅠㅠ

hia3**** : 울 아들 16-3기 다음 주 수료식 해요. 부모 마음은 똑같은 것 같아요.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남편이 말벗하나를 그리워 우울증이 왔네요.

sun3**** : 아드님의 편지를 읽으니 지난해 11월 16일에 입대한 큰아들 생각이 나는군요. 들여보낼 때의 심정과 장정우편을 받았을 때 편지가 없어서 서운해하며 옷 속의 주머니까지 뒤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 며칠 후에 날아온 편지에 내용이 꼭 아드님이 쓴 편지의 내용과 어찌 이리 똑같은지 이제 군 생활 5개월 차입니다. 엊그제 일병으로 진급했네요. 아들을 나라에 맡긴 모든 부모님들 회이팅입니다.

larc**** :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본인에게도 힘들지만 본인의 가족도 힘들다는 걸 전역한 날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느꼈어요. 후배님들도 건강히 잘 전역하시길 바라요.

swk2**** : 지금 그 마음 변하지 말고 제대 후에도 계속되길...

melo**** : 100일 휴가 : 우리 아들 고기 많이 먹어. 이거 말고 다른 거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병장 : 휴가 또 나왔니? 왜 이렇게 자주 나와?

voic**** : 저 상자 받으면 진짜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난 우리 형이 입대할 때 입었던 옷 신발 들어있는 상자 보내왔을 때도 눈물 나더라.

어디** : 정말 잠깐입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군 생활하던 우리 내무반 선후배들과 1년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하는 88년 전역자입니다. 함께 군 생활한 우리 내무반의 거의 모든 전우들이 연락되고 정기모임을 해서 그런지 전역한 지가 그리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을 눈물 감추며 입대시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역해서 복학하고 학교 다니는 모습을 봅니다. 세월 그거 정말 빛처럼 빠르더군요.

주인** : 제목만 읽고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아들 제대한지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자식들이 그런 부모의 마음을 1/10이나 알까요? 그 아이들도 나중에 그런 경험을 하면서 알겠지요. 가는 사람, 보내는 사람, 헤어지는 연인들…. 피 같은 시간들….

강준*** : 아빠님 사랑이 가득 편지에 있네요. 아들 잘 하고 있을겁니다 ㅎㅎ 우리 애아빠는 한 통도 보낸 적이 없어서 제가 아빠인 척 2통 보냈습니다.

엄* : 어찌 보면 엄마들은 다 다녀오는 군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요. 하지만 남자들은 예전 군 생활 기억이 있어서 요즘 군대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걱정이 사실 더 되는 거 같습니다. 아들 수료하는 날 생활관에서 소대장님을 뵈었을 때 요즘도 얼차려로 원산폭격하냐 했더니 요즘은 상 벌점으로 관리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세굴* : 영대군에게 아버님이 쓴 인편, 영대맘님이 쓴 인편들 그리고 일반 우편 편지까지 모두 차곡차곡 모아 보세요. 파일에 넣어서 오늘 전역한 아들에게 미리 선물로 주었답니다. 저는 일반 편지를 이병 시절 때에 많이 보냈어요. 그때 아빠도 동생도 반강제적으로 편지를 썼답니다.

스트*** : 제가 담장 안의 국방색 군복의 아들과 간접 동행하던 5년여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합니다,

철이* : 체육시간만 6~7시간 ㅡ.ㅡ 보고 싶어서 잠 안 오는 밤 ㅡ.ㅡ 가슴이 아려요. 전 입대 날 일산에 아들을 버리고 온 느낌이어서 엄청 울었는데요…. 수료식 땐 씩씩하고 미소 띤 으쓱 장정으로 변해 못 울었습니다^^ 수료식 때 엄마의 장난스럽고 재미난 편지 덕에 잘 견뎠다고 감사하단 말까지 하며 프린트된 편지 모아둔 걸 주머니에서 꺼내보이더라구요~ ^^; 많이 많이 많이 쓰셔요~ ^^ 아빠의 사랑이 이렇게 보여지고 읽어져야 하는데…. ㅎㅎ;; 울 집에 있는 분 쩌~~속에 있는 자식 사랑을 못 꺼내네요~ 흐~흐~

선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참 자상도 하시고 아들의 입장에서 힘을 많이 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마움 가득 안고 훈련병 아드님 훈련 잘 받겠지요. 거기에다 중대장훈련병이면 책임감도 막중하고 제대해서도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받은 남다른 추억도 배가 되겠지요. 수료식 날 맨 앞에서 구령하는 아드님 보시면 더더욱 뿌듯하실 것 같아요.

필인* : 참 잔잔하고 엄하게 보입니다. 자식 걱정은 부보님들은 다 같을 거라 봅니다.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애절함과 그리움은 같을 거라고 봅니다. 이제 시작하는 자제분에게 보람과 희망을 많이 주어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응원하시고 응원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대전** : 아버님 대단하시네요. 지극정성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강전* : 글을 읽다가 제 아들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눈물이 울컥 솟네요. 지금은 안정된 군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리움이 때때로 휘몰아쳐옵니다.

Vic*** : 아들 군대 면제받은 저는 영원히 못 느낄지도 모른다 하며 밀어놓은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편지보다 절절히 마음 가얏고 줄을 울리는 아버님의 글이 그만 무장해제를 시키는군요. 모정을 따라갈 부정이 어디 있겠냐 호언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HY*** : 저희 가족도 저 장정소포가 오던 날, 마음이 짠하고 아파서 눈물이 났답니다. ㅠㅠ 얼른 수료식 날이 되어 얼굴 보고 싶은 생각밖에 안드네요ㅎ

부처*** : 아들을 느끼기 위해서 정원에 나가셔서 가만히 바람을 맞고 서 계신다는 글귀가 그 무엇보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모습을 최고로 설명해 주네요. 아드님 또한 우주 속에 온통 충만한 아버지를 느낄 것이고요! 참 아름다운 가족이십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훈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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