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미스컨덕트>.

이병헌과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미스컨덕트>. ⓒ BoXoo 엔터테인먼트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수사여구를 덧붙이지 않아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대배우들이다. 여기에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병헌까지. 영화 <미스컨덕트>는 화려한 캐스팅 면면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미스컨덕트>가 2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미스컨덕트>는 거대 제약회사의 비리에 얽힌 소송과 의문의 살인 사건,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네 남자의 거래와 음모를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다. 거대 제약회사 대표 아서 역은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가, 그에 맞서는 대형 로펌 대표 찰스는 <대부>의 알 파치노가 맡았다. 출세를 위해 도박과 같은 소송에 뛰어드는 젊은 변호사 벤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 조쉬 더하멜이,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벤을 궁지로 몰아넣는 히트맨 역은 이병헌이 맡았다.

역대급 배우들의 만남

영화는 '가진 자들의 거래'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비(非) 명문대 출신 변호사 벤이 대형 제약회사의 연구결과 조작 증거를 가지고 소송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거대권력과 패기 넘치는 젊은 변호사의 맞대결을 그린 스릴러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역대급'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화려한 캐스팅에 성공한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 그는 한 작품에서 만나기 어려운 배우들을 모아둔 만큼 이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듯하다.

100분 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쉴 새 없이 장르를 바꿨다. 아이를 잃고 소원한 상태가 된 벤과 아내 샬롯(앨리스 이브 분) 사이에 갑자기 벤의 전 애인 에밀리(말린 애커맨 분)가 등장할 때는 치정물이 됐다가, 에밀리가 죽은 후 벤이 에밀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도망 다닐 때는 범죄 스릴러가 되기도 했다. 정작 기대했던, 스펙은 없어도 넘치는 출세욕으로 사건에 뛰어든 벤과 무적의 변호사 군단으로 무장한 아서의 팽팽한 법정 스릴러는 맥없이 끝나버렸다.

기침할 때마다 피를 토하는 등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살인을 이어가던 히트맨(이병헌 분)은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처럼 궁금증을 키워놓았지만, 그의 비밀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내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카메라 워크로 기대감을 키우지만 그 뿐, 제대로 수습하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 말미에는 반전이 쏟아졌다. 충격적이라기보다 다소 황당한 반전들.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정작 각 인물들이 왜 죽이고 쫓겼으며, 왜 누명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열린 결말로 관객에게 여지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내공을 아낌없이 분출했다. 혹시 이것 때문이었을까. 들고 있는 패들이 모두 너무 좋아서 무엇을 쥐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감독은 판단하지 못했던 걸까.

이병헌에게 이 작품은

 영화 <미스컨덕트> 중 한 장면.

영화 <미스컨덕트> 중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국내 영화팬들이 가장 기대할 이병헌은 적은 분량에도 임팩트 있는 캐릭터와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기존 할리우드 출연작과 달리 대사와 표정으로 인물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병헌 할리우드 활동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홍보문구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듯. 연기력을 논하기에는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나 히트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 또 알 파치노와 작업할 수 있겠나 싶었다"던 이병헌의 말처럼, 노련한 명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데 의의를 둬야할 듯 싶다.

지난달 5일 북미에서 개봉한 <미스컨덕트>는 28일 현재 미국 영화 전문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12% 로튼 지수, 25% 팝콘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로튼 지수는 전문가들의 평가이고, 팝콘 지수는 관객들의 평가다. 모두 100%에 가까울수록 좋고, 팝콘 지수가 높을수록 오락성 및 대중성이 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국내 개봉일은 30일.

덧붙이는 글 영화 <미스컨덕트> 관련 정보

감독: 시모사와 신타로
출연: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 이병헌, 앨리스 이브, 말린 애커맨 등
각본: 사이몬 보이스, 애덤 메이슨
장르: 범죄, 스릴러
러닝타임: 105분
등급: 15세 관람가
수입/배급: BoXoo 엔터테인먼트(배급), 코리아 스크린(배급), 코리아 스크린(수입)
개봉일 :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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