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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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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 추억만이 남겨진 그곳 ⓒ 이희동
2월 말부터 강동구 고덕주공아파트 2단지의 철거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10월에 사람들이 떠나고 휑하니 남겨져 있던 그곳.

본격적인 철거 이전에 아름드리 벚나무를 자르고 있는 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은 휑하기만 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봄만 되면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던 주인공들 아니던가. 기껏해야 이 동네에서 3년 살았던 나조차 마음이 이리 허전한데, 강동구에서 오랫동안 둥지를 틀었던 이들은 오죽할까.

어쩌면 시공사가 굳이 꽃샘추위가 다 가지도 않은 이 계절에 서둘러 나무를 자른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봄이 오고 분홍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누가 어찌 쉽게 이 나무에 톱을 댈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마음이 동하기 전에 거사를 치를 수밖에.
아름드리 벚나무 봄만 되면 아름다운 벚꽃으로 행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들 ⓒ 이희동
그 자리의 30년 된 벚나무 고덕주공2단지 ⓒ 이희동
지난해 4단지 철거 중 나뭇잎이 많으면 방해가 되는지도 모른다 ⓒ 이희동
고덕주공 아파트 단지가 강동에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고덕지구 택지개발사업 때였다. 서울시는 1972년 천호지구를 시작으로 서울 동남부에 대단위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74년 잠실지구, 76년 암사지구, 82년 3월 가락지구에 이어 마지막으로 82년 5월 고덕지구를 개발했다.

지하철2호선 개통과 도로망의 확충,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개장, 86아시안게임 및 88올림픽게임 경기장의 건설 등으로 인해 서울의 한적한 변두리였던 고덕지구가 주택단지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개발 대상이 된 고덕지구 일대는 도심으로부터 약 16km, 천호동 중심부로부터는 약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해발 30~70m의 야산들이 즐비하고 동네에 씨족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던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자, 대단위의 자연 녹색 지역이었다. 때문에 사업에 앞서 택지개발이냐 자연환경 보전이냐 하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개발 논리가 우선시 되었고 그 결과 현재의 고덕주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다.
잘려나간 벚꽃나무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 이희동
속살을 보이는 아파트 우거진 나무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던 건물들 ⓒ 이희동
안녕! 고덕주공아파트 가슴에 묻는다 ⓒ 이희동
그 이후 우리와 30년을 동고동락한 고덕주공아파트. 그곳은 누군가에게 애틋한 신혼집이었고, 아련한 고향집이었으며, 혹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소중한 일상을 영위했고, 이웃을 사귀었으며, 쉼을 얻었다.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은 우리의 역사가 되었고, 또한 지역의 근간이 되었다. 30여 년 전 자연환경 파괴로 논란을 일으켰던 아파트 단지가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고덕주공 아파트 단지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재건축은 옛것을 허물고 새것을 짓는데 익숙한 이 시대의 가슴 아픈 논리이겠지만, 항상 옆에 있던 존재와 막상 이별해야 한다고 하니 그 모든 것이 새삼스럽고 아쉽기만 하다. 쇠락한 건물 주위로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녹슨 철봉에 아랑곳 없이 매달린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리는 언제쯤 다시 이 모든 것들과 조우할 수 있을까?

안녕! 고덕주공아파트. 너와 함께 한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하기를.
여기는 그래피티 세상 주제는 'stupid' ⓒ 이희동
흉물스럽게 남은 놀이기구 철거 전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고물값으로 처리된다 ⓒ 이희동
사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 저 아이들은 아파트를 어떻게 기억할까? ⓒ 이희동
#고덕주공2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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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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