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KBL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이 끝났다. 정규시즌 4위 KGC는 5위 삼성과의 홈 2연전에서 2승을 거뒀다. 그리고 정규시즌 3위 오리온은 6위 동부와의 홈 2연전에서 2승을 챙겼다. 홈에서 1·2차전을 치른 두 팀이 마치 약속한 듯이 2연승을 기록한 것이다.

삼성과 동부는 1차전에 비해 2차전에서 선전했다. 1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것과 달리, 2차전에서는 상대를 어느 정도 고전하게 하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삼성과 동부는 나란히 한계를 드러냈고 3차전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보다는 3차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1차전과 2차전을 홈에서 치른 팀들이 2전 전승을 기록했다는 점 외에도 KGC와 삼성, 그리고 오리온과 동부의 6강 플레이오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가드 포지션에서 우세한 팀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빠른 템포의 공격 농구를 지향하는 팀이 높이 혹은 수비력이 강한 팀에 승리했다는 점이다.

속공 앞에 갈팡질팡한 삼성

좋았어 지난 25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서울 삼성 대 안양KGC 경기. 안양 찰스 로드가 득점에 성공한 후 마리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좋았어 지난 25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서울 삼성 대 안양KGC 경기. 안양 찰스 로드가 득점에 성공한 후 마리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KGC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를 살펴보자. KGC는 강병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됐음에도 불구하고 가드진이 풍부하다. 박찬희, 김기윤, 김윤태 등 포인트가드를 비롯해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넘나드는 마리오 리틀, 이정현, 그리고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등장한 전성현까지 버티고 있다. 외국인 선수 리틀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5명의 선수는 1차전에서 32득점 10리바운드 14어시스트 3점 슛 7개를, 그리고 2차전에서는 46득점 13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점 슛 8개를 합작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도 나름대로(?) 가드진이 풍부하다. 올해로 한국 나이 40살인 베테랑 주희정을 비롯해 이시준, 이동엽, 박재현, 이호현, 이관희 등이 있다. 가드진의 단순 숫자만 보면 KGC에 뒤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가드들은 1차전에서 18득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 3점 슛 3개를, 그리고 2차전에서 7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 슛 1개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가드 포지션 경쟁에서 양 팀의 승패가 명확히 나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KGC는 빠른 템포의 공격 농구로 삼성을 무너뜨렸다. KGC는 정규 시즌 평균 81.4득점으로 팀 득점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당 팀 속공 5.2개로 이 부문에서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은 정규시즌 팀 리바운드 37.6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KGC는 1차전에서 무려 7개의 속공을 기록하며 96점의 고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2차전에서도 6개의 속공에 성공하며 93점으로 승리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KGC의 스피드를 앞세운 농구에 삼성은 갈팡질팡했다.

동부 산성 무너뜨린 오리온

고양 오리온 플레이오프 6강 '2연승'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원주 동부 경기. 고양이 원주를 84-76으로 누른 뒤 고양 이현민(왼쪽부터), 이승현, 최진수, 김동욱이 손을 마주치고 있다.

▲ 고양 오리온 플레이오프 6강 '2연승'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원주 동부 경기. 고양이 원주를 84-76으로 누른 뒤 고양 이현민(왼쪽부터), 이승현, 최진수, 김동욱이 손을 마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리온과 동부의 6강 플레이오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리온은 포인트가드로 조 잭슨과 이현민만을 기용하고 있다. 2경기에서 조 잭슨이 평균 30분, 이현민이 10분가량을 책임졌다. 포워드 농구를 구사하는 오리온의 특성상 포인트가드 한 명만 코트에 나서고 있는데, 사실상 잭슨이 가드진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잭슨은 1차전에서 23득점 2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24득점 5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때와 도움을 주어야 할 때를 적절히 분배하며 헤인즈와 확실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이에 맞서는 동부는 두경민과 허웅, 팀의 영건 두 명이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책임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1·2차전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뛰며 동부의 가드진을 책임졌다. 허웅은 1·2차전에서 평균 10.5득점 1.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두경민은 평균 9득점 4.5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1·2차전에서 합계 120분 이상을 뛰며 평균 19.5득점 6리바운드 8.5어시스트를 합작한 것이다.

오리온의 잭슨이 1·2차전에서 합계 60분가량을 뛰며 평균 23.5득점 3.5리바운드 8.5어시스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드 라인의 경쟁에서 양 팀의 승패가 나뉜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오리온의 포인트가드 한 명이 동부의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두 명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덕분에 오리온은 특유의 포워드 농구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오리온은 빠른 템포의 공격 농구로 동부산성을 거듭 무너뜨렸다. 오리온은 정규시즌 평균 81.2득점으로 KGC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당 팀 속공 4.2개로 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동부는 팀 평균 76.7실점으로 이 부문에서 모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창과 방패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의 창은 동부의 방패보다 확실히 강했다.

오리온은 1차전에서 8개의 속공을 기록하며 무려 104점을 올리고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9개의 속공으로 84점을 올리며 2연승을 거뒀다. 오리온의 빠른 공격 농구에 맞불을 놓던 동부는 결국 높이의 우위를 살리지 못한 채 1·2차전을 모두 패하고 말았다. 동부 특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리온의 페이스에 휘말리며 자멸한 것이다.

가드 경쟁에서의 우위, 그리고 빠른 템포의 공격 농구. 앞서 1·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KGC와 오리온의 공통점이다. 반대로 가드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며 빠른 공격 농구에 휩쓸린 삼성과 동부는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3차전에서의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KGC와 오리온이 그들의 장점을 살려 6강 플레이오프 일정을 3차전에서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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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KGC 삼성 동부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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