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은 원작과 다른 질감의 작품이다.

갈수록 분량이 줄어들던 박해진의 유정 선배 캐릭터는, 이제 캐릭터 자체가 붕괴해 버렸다. ⓒ tvN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배드 엔딩이나 열린 결말도 해피엔딩일 수 있다. 결말이 그 작품에 꼭 필요한 형태로 그려졌다면 대중은 언제든지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만족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인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이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대중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끝 차이로 명작과 망작이 나눠질 수도 있다.

<치즈 인 더 트랩>(아래 <치인트>)가 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목에서 삐걱대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원작자 심지어 주연배우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초반 호응을 얻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제 <치인트>는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아무리 이 2회가 공들여 만들어졌다 해도 지금까지 받아온 실망감이 채워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남은 2회, 돌아선 팬들의 마음 설득할 수 있을까?

 ▲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갑작스레 백인호의 비중이 늘어나는 탓에 유정의 캐릭터가 무너지고 말았다. ⓒ tvN


심지어 <치인트>의 원작자인 순끼는 웹툰의 결말과 결말을 다르게 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는 입장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제작팀이 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결말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드라마가 웹툰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드라마 <치인트>는 웹툰의 엑기스를 뽑아 만든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서브를 맡은 백인호(서강준 분)의 분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며 주연인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아예 카메오 수준으로 줄어든 분량에 유정의 캐릭터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었고 무대는 백인호와 홍설(김고은 분)의 관계로 중심이 옮겨갔다.

유정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그의 상황에 동조하게 만들어진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백인호 주인공 만들기에 치중했다. 결국 결말로 다가갈수록 연출의 심각한 결함은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가지 않고 원작을 훼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는 주연배우 박해진과 이윤정 PD의 불화설로까지 번지며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남은 2회다. 그러나 과연 결말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진행해온 억지 로맨스와 이해할 수 없는 분량의 배치, 그리고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뒤집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해피엔딩'이 되더라도 그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제작진의 심각한 실책이고 능력부족이다.

결말 잔혹사, 용두사미 드라마 중 한 편으로 끝날까?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급작스러운 결말로 인해, <응팔>은 종영 후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급작스러운 결말로 인해, <응팔>은 종영 후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 tvN


과정이 아름답지 못하면 결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아래 <응팔>) 역시 마지막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한 남편찾기와 다소 뜬금없는 전개로 엄청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그나마 <응팔>은 가족애라는 따듯함이 있었기에 다른 드라마들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드라마는 <치인트>나 <응팔>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갑자기 타이틀롤인 임산옥(고두심 분)이 암에 걸리는 강수를 택했지만, 그동안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자녀들의 캐릭터를 수습하는 데는 실패했다. 따듯하고 청량한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중간중간 막장으로 치닫는 내용 덕택에 주인공의 죽음은 감동적이기보다는 억지스러웠다. 자녀들이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마저 별 감흥이 없었다면 그 드라마가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호평을 받았던 <가족끼리 왜이래>를 교묘히 따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기로는 <내 딸, 금사월>(아래 <금사월>)을 따라갈 드라마는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금사월>을 어느 정도 막장이라는 전제하에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제가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금사월(백진희 분)과 강찬빈(윤현빈 분)의 캐릭터 붕괴다. 중심 로맨스를 책임지고 있지만, 오히려 악역보다 더 비호감으로 전락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신득예(전인화 분)의 복수에 동정하지 않는 금사월은 착한 게 아니라 이기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악녀처럼 묘사되는 지경이다. 강찬빈 역시 아버지 강만후(손창민 분)의 모든 악행을 알고도 덮는 다소 파렴치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작가는 금사월이 한 모든 행동이 사실은 연기였으며 신득예를 돕기 위한 계획이었던 것처럼 스토리를 전환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신득예를 향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질고 독한 말을 쏟아낸 것은 물론, 강찬빈과 신접살림까지 차리고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까지 방영된 마당에 갑작스러운 이런 변화는 어이없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사월>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을 맞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마지막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웃으며 끝난다 해서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다.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갈 때만이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을 수 있다. 각종 잡음과 논란은 젖혀두고라도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저하될 수준의 내용전개를 보인 후,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치즈인더트랩 내딸금사월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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