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엠씨 더 맥스 발라드 위주의 1부 공연이 끝난 뒤, 그들의 빠르고 힘찬 록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 밴드 엠씨 더 맥스 발라드 위주의 1부 공연이 끝난 뒤, 그들의 빠르고 힘찬 록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 뮤직앤뉴


조명이 꺼지고 막이 올랐다. 노래가 시작됐다. 게임 끝.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엠씨 더 맥스의 공연 '파토스(Pathos)'의 공연을 기다리는 필자는 왠지 모르게 호전적인 태도를 품고 있었다. 이전에 쓴 기사로 폭풍 같은 비난을 받아서일까. 내가 욕먹은 보람이 있게 만들어보라는, 일종의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같은 마음이 알게 모르게 심어진 채 공연을 기다렸다.

첫 곡은 이번 공연과 동명의 8집 앨범 <파토스>의 타이틀곡 '어디에도'였다. 바이올린으로 추정되는 현악기를 시작으로 노래가 이어졌다. 입이 '쩍' 벌어졌다.

인트로 직후 울려퍼진 중저음의 목소리에 귀를 빼앗겼고, 곧장 이어진 쭉 뻗어가는 고음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필자가 품고 있던 옹졸한 보상심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공연 내내 촉촉한 눈으로 관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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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러브레터

엠씨 더 맥스의 보컬 이수 엠씨 더 맥스의 이번 공연은 어딘지 모르게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진행됐다.

▲ 엠씨 더 맥스의 보컬 이수 엠씨 더 맥스의 이번 공연은 어딘지 모르게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진행됐다. ⓒ 뮤직앤뉴


공연은 크게 1부와 2부와 나뉘어 진행됐다. 주로 이번 8집에 수록된 록 발라드로 점철된 1부, 막간의 스크린 영상을 전후로 2부가 이어졌다.

1부에는 멘트가 제법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두 곡에 한 번 정도 이어진 멘트 타임은 보컬 이수의 조용하고 점잖은 목소리를 중심으로 다른 두 멤버, 베이스의 제이윤과 드럼 전홍만의 장난스런 멘트가 차분하게, 때로는 만담처럼 진행됐다.

"엠씨 더 맥스의 파토스와 함께하고 계십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날씨에 관해, 자신들이 차려입은 복장에 관한 이야기와 이어 부를 곡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를테면 "다음에 들으실 곡은 이번 8집 앨범에 수록된 '패일 블루 노트(pale blue note)'입니다"라던지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이 밤이 지나기 전에'와 '말하고 싶어도'입니다"라는 형태의 멘트다.

공연은 어딘지 모르게 늦은 시각 방송하는 음악프로그램을 연상시켰다. <이소라의 러브레터>나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이랄까. 관객은 때로는 눈을 감고 노래에 감정을 맡기다가, 다시 소소한 멘트에 웃는다든가 하는 태도로 1부를 감상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그렇듯, 1부 전반이 마냥 진지하고 무겁지만은 않았다. 보컬 이수가 멘트를 하는 도중 갑작스레 베이스의 제이윤이 끼어들어 "이수형이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시는데..."라며 좌중을 웃음 짓게 한다든지, "저도 사실 노래 잘 불러요, 한 번 해볼까요?"라며 갑자기 무반주 노래를 부르는 드럼의 전홍만까지 관객을 깔깔대며 웃게 하는 멘트도 있었다.

2부 : "2부가 시작됐습니다, 일어나세요!"

밴드 엠씨 더 맥스의 드러머 전홍만 공연의 1부와 2부는 멤버들의 자기소개를 담은 짤막한 영상으로 나뉘였다. 특히 드러머 전홍만의 '인지도 올리기' 영상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 밴드 엠씨 더 맥스의 드러머 전홍만 공연의 1부와 2부는 멤버들의 자기소개를 담은 짤막한 영상으로 나뉘였다. 특히 드러머 전홍만의 '인지도 올리기' 영상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 뮤직앤뉴


슬슬 계속되는 발라드에 마음이 늘어지기 시작할 때쯤 본 공연을 위해 제작된 영상이 흘렀다. 각 멤버들에 대한 자기소개가 짤막한 콩트처럼 이어졌는데, 무엇보다 관객을 배꼽 잡게 한 건 드럼 전홍만의 자기소개였다. "내 목표는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라고 시작한 전홍만의 영상은 '엠씨 더 맥스=이수'라는 대중의 시선에 서러움을 표하는 내용인데, 아무 가림 없이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을 때도, 심지어 옆 테이블에 엠씨 더 맥스 팬들이 앉아있을 때도 전홍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연출됐다. "나는 악플도 피해가는 인지도의 엠씨 더 맥스 멤버다"라는 그의 주장에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영상이 종료되고 '인지도 없는 엠씨 더 맥스의 멤버' 전홍만의 드럼 솔로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박수 세례가 채 끝나기 전, 보컬 이수와 베이스의 제이윤이 무대로 등장해 이수가 공연 시작 후 처음으로 기타를 들었다. 일렉트릭 기타의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제까지 점잖던 이수의 목소리가 변했다.

"엠씨 더 맥스 콘서트 2부가 시작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전 구역의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1부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빠른 기타 스트로킹과 함께 시작된 드럼과 베이스가 조화를 이루며 그들의 본격적인 록 음악이 장내를 감쌌다. 이게 '밴드' 엠씨 더 맥스의 공연이었다.

연이어 경쾌하고 강렬한 록이 그들의 대표곡 '잠시만 안녕' 이전까지 이어졌다. 이미 후끈 달아오른 장내는 '잠시만 안녕'을 떼창했고, 멤버들은 감사인사와 함께 무대를 내려갔다.

조명이 꺼지지 않은 공연장에는 기다렸다는 듯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머지않아 무대로 돌아온 엠씨 더 맥스는 그들의 전신인 문차일드의 히트곡 '태양은 가득히'와 '난 그래'라는 소프트 록을 활기차게 소화했고, 공연은 종료됐다.

공연 후 무엇보다 크게 온 느낌은 엠씨 더 맥스라는 그룹이 이수라는 발라드 가수 한 명의 뮤지션이 아닌 세 명의 남자들로 이루어진 '밴드'라는 것이다. 인지도 없어 서러운 드럼의 전홍만, 엠씨 더 맥스 대부분의 곡을 작사 작곡하는 베이스의 제이윤, 그리고 이른바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라는, 으뜸 보컬들 사이에 끼어있는 이수라는 보컬을 품고 있는, 버릴 것 없이 온전한 이들은 엠씨 더 맥스라는 팀이고, 실력있는 밴드다.

밴드 엠씨 더 맥스의 공연은 오는 3월과 4월 광주를 비롯해 대구, 부산 등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엠씨 더 맥스 8집 발매 기념 콘서트 '파토스(Pathos)' 지난 20일과 21일 밴드 엠씨 더 맥스의 8집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양일간 펼쳐졌다.

▲ 엠씨 더 맥스 8집 발매 기념 콘서트 '파토스(Pathos)' 지난 20일과 21일 밴드 엠씨 더 맥스의 8집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양일간 펼쳐졌다. ⓒ 뮤직앤뉴



엠씨더맥스 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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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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