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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 없는 우리 집 앞마당의 눈 내린 겨울 풍경. 나름 멋있기도 하지만 단독주택의 겨울나기는 추위만큼 매섭다.
 담이 없는 우리 집 앞마당의 눈 내린 겨울 풍경. 나름 멋있기도 하지만 단독주택의 겨울나기는 추위만큼 매섭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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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 세 번째 겨울을 맞았다. 단독주택에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던 계절은 단연 '겨울'이었다.

담을 대신한 나무데크 사이로 영산홍, 감나무 등이 심겨져 있는 우리 집은 봄이면 '역시 단독주택에 살아야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생기가 넘친다.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을 만큼 시원하다.

복층식 단독주택이다 보니 옥상에서 전달되는 열도 그리 크지 않고, 천정이 높다보니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 거실에 있으면 웬만한 더위는 선풍기 하나면 견딜 만 하다. 다만, 2층은 그렇지 않지만.

가을엔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을 볼 수도 있고, 때론 빨갛게 익은 감을 따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이다. 단독주택 살이의 가장 큰 '위기'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 인 것 같다.

단독주택에 산다고 하면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춥지 않느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3년 동안 전세를 전전하면서 6곳의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어느 곳이 더 춥느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더 춥다. 말해 뭐하랴!

그렇지만 단독주택을 위한 '변명'도 있다. 우선 단독주택은 단열을 잘 하면 많은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은 이미 전 주인이 단열처리를 잘 해 놓았다. 창문과 창틀도 바꿨고, 창문에는 '뽁뽁이'도 붙였다. 찬바람이 들어올 만한 구멍도 잘 처리했다.

또한 우리 집 거실에는 기름을 넣어서 가동하는 '온풍기'가 있다.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 우리 집은 밖에서 들어오면 방이 따뜻해 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곧바로 이 온풍기를 켜서 돌리면 금세 따뜻해 진다. 전기요금과 기름값이 더 들어가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지내려면 팍팍키면 된다. 아파트에서 1년 내내 내던 일반관리비에 비하면 겨울철 난방비는 반도 안 된다. 그래서 난 아내에게 마음껏 쓰라고 말한다. 그래도 춥다면 '내복'이나 '수면바지'를 추천한다.

작은 방 구석에 핀 곰팡이 자국. 단독주택의 겨울은 '결로' 방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작은 방 구석에 핀 곰팡이 자국. 단독주택의 겨울은 '결로' 방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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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복병'은 '곰팡이'다. 겨울철 실내와 외벽의 온도차이로 인해 생기는 '결로', 그리고 그 결로를 통해 생기는 '곰팡이'는 어느 집이나 고민거리다. 아파트에 살 때도 이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건조한 아파트는 결로나 곰팡이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단독주택'은 심각하다. 이사 와서 도배를 하려는 데 전 주인이 빼내간 장롱 뒷벽은 온통 곰팡이 자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단히 대배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모든 가구를 벽과 10센티미터 쯤 떨어트려 놨다. 첫 해 겨울, 벽을 확인해 보니 가구 뒤는 멀쩡했다. 그런데 커튼이 문제였다. 커튼도 매일 걷어 놓는 위치를 달리하고, 벽의 물기를 걸레로 닦아가며 관리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벽장에 곰팡이가 생겼다. 아뿔싸, 방심했던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도 첫 해 겨울은 나름 결로와의 전쟁에서 '선방'했다. 그리고 두 번째 겨울은 더욱 철저히 대비했다. 환기도 열심히 하고, 결로도 열심히 닦아 냈다. 곰팡이 방지제도 뿌리고 그랬더니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세 번째 겨울인 올 해. 지난 해 큰 문제가 없었다는 생각에 방심했다. 초겨울에는 날씨도 건조한데다 따뜻하기까지 해서 거의 창문을 열어놓고 살았다. 결로도 없을뿐더러 곰팡이가 서식할만한 환경도 못됐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던 1월에 들어서서 문제가 생겼다. 방심하던 사이 이 쪽 저 쪽에서 곰팡이가 피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많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역시 단독주택의 겨울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쯤은 견딜 만 하다. 우리 세 식구, 겨울 지나면서 감기도 걸리지 않고, 그리 춥게 지내지도 않으며, 곰팡이 자국이 생긴 벽지는 봄이 되면 '셀프도배'로 수습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집 마당에 있는 수도. 겨울에 들어설 무렵 비닐과 헌 옷 등을 이용해 꽁꽁 쌔매두었다.  단독주택의 겨울은 '수도동파'에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집 마당에 있는 수도. 겨울에 들어설 무렵 비닐과 헌 옷 등을 이용해 꽁꽁 쌔매두었다. 단독주택의 겨울은 '수도동파'에도 주의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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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의 겨울대비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동파' 대비다. 겨울 초입이 되면 우리 동네 주민들은 밖에 나와 있는 수도를 두꺼운 비닐과 옷가지 등으로 꽁꽁 싸맨다. 수도 계량기가 들어있는 곳에도 방석 등을 넣어서 얼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수도가 얼어서 터지면 이만 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나도 겨울이 되면 안 입는 오리털 파카를 동원해서 수도를 꽁꽁 싸맸다. 외부 화장실과 쓰지 않는 바깥 부엌수도까지 나름 철저히 대비했다. 두 번의 겨울을 보내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올 해도 지난해와 같이 비닐과 옷가지로 싸매놨다.

아! 그런데 1월 말 쯤 어느 날. 아내의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여보, 여보, 큰 일 났어. 터졌어. 터졌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정말 큰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뭐가 터졌다는 것일까? 타이어가? 큰 사고가? 보일러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사이 아내가 말했다.

"난리야 난리. 물난리"
"뭐가? 정확히 말을 해 말을..."
"수도관이 터졌는지 물난리가 났어."
"뭐? 그래? 어디가?"
"그런데 지금 수증기가 펑펑 나고 있어. 온천같아."
"뭐? 수증기?"

사건은 이랬다. 우리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한 집이다. 옛날에는 이런 집 마다 방 한 칸을 따로 떼어 세를 주곤 했다. 물론 우리 동네에서는 지금도 셋방이 있는 집이 더러 있다. 우리 집도 방 한칸에 부엌이 딸려 있는 방이 있는데, 세를 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부엌을 창고로 사용해 왔다. 그 곳은 용도가 부엌이었기에 수도시설이 되어 있다. 보일러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 부엌의 수도 중 한 곳이 동파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필 터진 곳이 온수 쪽 수도관 이었던 것이다. 1년 내내 사용하지 않던 수도관이라서 지난 해 감아 놓은 옷가지를 그대로 두었더니 올 해 불어 닥친 강추위에 이음새가 터졌는데, 온수가 콸콸 쏟아진 것이다.

방심이 참화를 불렀다.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 괜찮으려니 하고 대충 헌옷으로 감싸 놓았던 창고(셋방 부엌)의 수도가 동파됐다.  하필 온수 쪽 연결부분이 파손되면서 온수 40톤을 하수도에 흘려보냈다. 창고에 쌓여있던 온갖 것들이 침수된 것은 물론, 가스비와 상하수도 요금 폭탄을 맞았다. 아! 단독주택의 겨울은 참 춥다.
 방심이 참화를 불렀다.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 괜찮으려니 하고 대충 헌옷으로 감싸 놓았던 창고(셋방 부엌)의 수도가 동파됐다. 하필 온수 쪽 연결부분이 파손되면서 온수 40톤을 하수도에 흘려보냈다. 창고에 쌓여있던 온갖 것들이 침수된 것은 물론, 가스비와 상하수도 요금 폭탄을 맞았다. 아! 단독주택의 겨울은 참 춥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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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운전대를 돌려 집에 도착해 보니 그 부엌바닥이 마치 온천탕이 된 것 같이 뜨거운 물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창고에 쌓아 둔 각종 물건들은 물에 흠뻑 젖어 있고, 심지어 벽 틈 사이로 물이 흘러 넘쳐 마당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뜨거운 물이 말이다.

일단 물을 잠갔다. 젖은 물건을 밖으로 꺼내서 말리고 버리고 정리했다. 대체 이 물은 언제부터 이렇게 쏟아진 걸까? 집 뒷쪽에 있는 이 부엌을 우리는 며칠에 한번씩만 가 보기 때문에 처음 시작을 알 수가 없었다.

정리를 마치고 부엌과 물건들을 말리는데 에만 사흘이 걸렸다. 터진 부분은 그냥 수도관을 교체하지는 않고 물만 잠가 놨다.

"그래도 다행이다, 저 수도는 어차피 안 쓰는 거니까 괜히 돈 들이지 말고 저렇게 내버려두자. 여기 터진게 다행이지. 다른 데 터졌으면 공사가 어마어마할지 몰라. 그리고 며칠 동안 수도도 못 쓰고..."

나는 이렇게 아내를 위로했다. 사실 방심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그래도 다행이기는 했다. 그렇게 1주일 정도가 지났다. 수도검침을 위해 방문한 검침원이 깜짝 놀라며 "왜 이렇게 많이 쓰셨어요?"라고 했다.

난 직감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 때 수돗물을 엄청 허비했다는 것이구나. '그런데 얼마나 많이 쓴 거죠' 라고 물으니 "평소에 세배는 쓰셨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 그러니까 우리 가족이 한 달에 약 20여 톤 정도를 쓰는데, 이번 달에는 40톤을 더 썼다는 것이다. 그것도 온수로 말이다. 우리는 무려 온수 40톤을 하수구에 내버린 것이다. 그럼 가스비는? 결론적으로 가스비는 한 달 우리 가족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사용한 양을 다 쓰고 말았다.

어이쿠. 어찌하랴. 할 수 없었다. 단독주택에 사는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었다고 생각해야지. 아니 단독주택에 살면서 게으름 피우고, 방심했던 내 자신을 탓해야지 어찌하랴. 단독주택 사는 것 어떠냐고 물으면 '살 만 하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내가 요즘 부쩍 자신감이 떨어진다.

단독주택의 겨울은 몸도 마음도 참 춥다.


태그:#단독주택, #단독주택살아보기, #수도동파, #결로, #도전 장기자의 단독주택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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