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수비수의 결정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아 결승골을 넣고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들의 실수도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 심판들 덕분에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경기였다. 개최국 카타르와의 준결승전이 벌써 걱정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 올림픽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후 10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수하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 요르단과의 맞대결에서 문창진의 결승골 덕분에 1-0으로 이겼다.

그나마 문창진의 침착한 선취골 덕분에...

아시아 축구의 신흥 강호 호주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8강에 올라온 요르단을 우습게 본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침대 축구를 시작 전부터 너무 두려워한 것일까? 신태용호는 결코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아니, 찜찜한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출발이 나쁘지는 않았다. 경기 시작 후 7분 만에 이슬찬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권창훈이 위협적인 헤더 슛으로 요르단 골문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비 불안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분, 한국 센터백 송주훈이 아찔한 실수를 저질렀다. 롱 킥으로 연결해야 할 상황에서 요르단 선수의 몸에 대고 걷어찬 것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골키퍼 구성윤도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했고, 커버 플레이에 나선 심상민도 너무나 쉽게 가로채기를 당했다. 이 순간 한국 골문이 비었다. 요르단 골잡이 파이잘의 기습적인 오른발 슛이 왼쪽으로 빗나간 것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로부터 3분 뒤에 한국의 선취골이자 이 경기의 결승골이 터졌다. 이 순간도 수비 실수가 눈에 띄었다. 축구를 실수의 스포츠라고 수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창훈의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가 요르단 골문 앞으로 날아왔을 때 수비수 알마나스라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것을 류승우가 밀어주고 문창진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했다.

이란 주심, 일본 부심의 '고마운 오심'

문창진의 선취골 덕분에 요르단의 침대 축구를 원천 봉쇄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의 후반전 경기 운영은 합격점을 줄 수 없었다. 동점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인 경기였다. 씁쓸하게 웃을 일이지만 주심과 제2부심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할 경기였다.

한국의 수비 불안은 전반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50분에 골키퍼 구성윤은 어이없는 골킥 실수로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65분에는 '송주훈-연제민' 센터백 조합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요르단 공격수 알마르디의 힐 패스-하다드의 왼발 슛에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3분 뒤 이 경기 빼놓지 말아야 할 명장면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요르단 공격형 미드필더 하다드의 오버헤드 패스와 골잡이 파이잘 모하마드의 다이빙 헤더가 골로 연결된 것이었다. 하지만 오츠카 하루히로(일본) 제2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도 이에 따라 휘슬을 길게 불며 오프 사이드 반칙을 선언했다.

하지만 하다드의 오버헤드 패스 순간 파이잘 모하마드의 위치는 분명히 온 사이드였다. 하루히로 부심 앞으로 한국 센터백 송주훈이 골 라인 쪽에 더 가깝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후반전에 요르단 골문을 제대로 흔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반전 두 차례의 유효 슛(27분, 32분)을 기록한 공격수 황희찬이 후반전 초반에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키다리 골잡이 김현이 대신 들어왔지만 그 높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공격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

미드필더 권창훈의 왼발 중거리슛(80분)도 요르단 골문을 왼쪽으로 벗어났기 때문에 후반전 유효 슛은 실제로 없었다. 이대로는 개최국 카타르와의 준결승전(27일 오전 1시 30분)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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